1년간 스팀 인디 출시 게임만 7~8천개..어떻게 살아남아야하나
국내 게임시장은 척박하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 게임사들의 RPG 군단에 기라성같은 해외 업체들까지 몰려들면서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시장이 된지 오래다.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매출 50위권 내에 인디 게임사는 커녕 30~40명 규모의 중소 개발사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고 해외로 눈을 돌리자니 해외 감성을 맞추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척박한 환경에 과연 한국의 인디 게임사들이 생존할 틈은 있는 것일까.
경쟁이 치열해도 대박 게임은 있다 '차별화가 관건'
재미난 점은 이렇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환경에서도 대박을 내는 인디 게임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사우스포게임즈(대표 박상우)가 개발하고 네오위즈(대표 문지수)가 퍼블리싱 중인 2D액션 게임 '스컬(Skul: The Hero Slayer)'은 지난 1월 21일 '스팀'을 통해 출시된 후 출시 5일만에 판매량 10만 장, 10일 만에 20만 장을 돌파하며 시장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 방식을 체결한 '스컬'은 주인공 스컬이 머리를 교체해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는 독특한 시스템과 픽셀 아트 그래픽, 그리고 화려한 액션을 특징으로 인디 게이머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타격감 높은 게임성, 그리고 캐릭터 교체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스컬'은 네오위즈의 년간 실적을 높이며 위상이 드높은 상황이다.
파나쉐 디지털 게임즈와 프라이빗 디비전도 3인칭 오픈월드 생존 게임인 '앤세스터:인류의 여정'을 지난 2019년 8월에 출시한 후 2021년 5월에 100만 장 판매를 넘어섰다.
인간의 진화와 수백만 년 전의 삶을 경험하고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가혹한 세상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이 게임은 인디게임스럽지 않은 압도적 그래픽으로 찬사를 받았으며, PC 에픽스토어에 독점으로 서비스 됐다가 스팀은 물론 PS4와 엑스박스원도 폭넓게 대응하면서 판매량을 늘렸고, 결국 100만 장 판매를 돌파했다.
또 스웨덴 인디 게임사에서 개발한 '발하임'도 얼리 액세스 13일 만에 200만 장, 3주만에 400만 장의 판매고를 달성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북유럽의 바이킹이 되어 대자연에서 살아남는 생존 게임인 '발하임'은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정착 시스템, 최대 10인의 파티플레이가 차별화 포인트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네오위즈의 고성진 인디게임 총괄 실장은 "인디 게임의 시장 경쟁이 무척 치열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일단 어쩔 수 없이 그래픽이 좋아야 하며, 게임도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생존하려면, 각종 지자체 지원과 인수 사례들에 '주목'
각종 지자체들의 인디 지원은 인디 게임사들이 꼭 알아두어야할 요소들이다. 또 게임을 잘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한 후 국내외 중견 기업에 인수가 되는 것도 생존의 한 방법이 되고 있다.
일례로 현재 SBA(서울산업진흥원)는 상암동에 인디 게임사들에게 최대 4년간 무료 공간 이용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년 2회씩 '인디게임 패스트트랙'을 진행해 선정 회사들에게 3천만 원씩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도 최근 총 지원금액 1억5천만 원을 두고 '새로운 경기 게임 오디션'을 진행해 경기도 소재의 인디 게임사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셀렉션 등 5개의 팀이 선정되어 수천만 원의 지원금은 물론 마케팅이나 번역 등의 추가 지원도 받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충남진흥원 등도 인디 게임 지원 예산을 늘리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구글과 중소기업청 산하의 창업진흥원은 지난 2년간 창구 프로그램으로 국내 인디 게임사들을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인디 게임들을 알리는 기회도 많이 있다. 성남산업진흥원과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지난 5월26일 메타버스를 활용한 '2021 인디크래프트 온라인 가상게임쇼'를 개최했다.
또 한국 인디게임협회는 현재 플레이엑스포(PlayX4) '인디 오락실' 참가사를 모집중으로 대규모 부스와 함께 시연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진흥원도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를 통해 인디 게임사들의 시연과 글로벌화를 적극 도울 예정이다.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인디 게임사들의 인수전도 활발하기 때문에, 인디 게임사 입장에선 인수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22일 넷마블은 미국의 인디게임 개발사 '쿵푸 팩토리'를 인수했고, 컴투스는 지난해 '빅볼' 인수를 시작으로, 아르카나 택틱스를 개발한 티키타카 스튜디오의 지분 57.5%를 인수, 아웃 오브 더 파크 베이스볼로 유명한 독일 게임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 지분 100% 인수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 틸팅포인트로부터 400억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조이시티는 지난해 말 '퍼니브로'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최근 영웅의 군단 개발에 참여한 조한경 대표가 설립한 슈퍼조이에도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또 텐센트는 최근 서든어택으로 유명한 백승훈 사단이 설립한 '로얄크로우'의 최대 주주에 올랐으며, '열혈강호M' 개발사인 액트파이브와 '로한M'으로 유명한 엔엑스쓰리게임즈의 지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