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출 게임 '인스톤', 흑백의 펜터치와 스토리로 개성을 말하다
게임에 여러 장르가 있지만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만큼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장르도 드물 것이다.
한때 게임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다가, 액션 장르가 대두되면서 급격히 몰락하게 된 이 장르는, 예전 감성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문제로 대부분의 게임사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의 특징을 이어가는 방탈출 장르가 다시 유행하기도 했으나, 스토리가 빈약하고, 단순히 탈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퍼즐 게임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예전 루카스 아츠 시절 감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편이다.
이런 어려운 장르에, 이전까지 게임 개발 경험이 전혀 없었던 비전공 1인 개발자가 도전장을 던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가 주최한 제14회 ‘새로운 경기 게임오디션'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주목을 받은 어드벤처 게임 '인스톤'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1인 개발팀 햄스터숄더를 운영 중인 전예은 개발자의 작품으로, 흑백의 펜터치만으로 구현된 개성 있는 그래픽과 천재 조각가 로뎅의 연인이자 비극적인 생애로 유명한 프랑스 유명 조각가 까미유 클로델을 떠오르게 하는 매력적인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다.
비 전공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게임 개발에 도전한다는게 놀랍습니다
예전부터 스토리가 중심인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장르에 푹 빠져 있어서, 다른 업계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게임 개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다들 어려운 장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저에게는 가장 익숙한 장르라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처음 개발에 흥미를 가지고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는 텍스트로 된 방탈출 게임을 시범 삼아 만들어 봤는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유병재 그리기 대회에서 1등하면서 아이패드가 생겨서 그래픽로 구현된 본격적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친한 현직 개발자에게 과외를 받으면서 계속 배우는 중이라 실력이 부족하지만, 배운 것을 하나씩 구현해보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네요. 이번에 오디션 참가해보니 잘 만드신 분들이 워낙 많았고, 엄청나게 창조적인 게임인 것도 아닌데 2등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더욱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돌감옥에 갇힌 조각가. 소재가 매우 독특합니다. 그래픽도 매우 인상적이네요.
인스톤은 “돌로 만들어진 감옥에 돌을 깎는 조각가가 갇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게임입니다. 감옥, 조각가 등 관련 키워드로 열심히 찾다보니 까미유 클로델이라는 조각가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일생에서 많은 영감을 얻게 됐습니다.
흑백의 선으로만 표현된 그래픽은 예전부터 하얀 종이에 펜으로만 그린 그림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화려한 것보다는 이쪽이 더 취향이라서. 그리고 계속 흑백의 차분한 분위기로 게임을 이끌어가다가 중요한 장면에는 과감하게 색을 써서 임팩트를 주고 싶었습니다.
기존 방탈출 게임과의 차별화된 요소가 있을까요?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를 좋아하다보니, 방탈출 게임도 많이 하게 됐는데, 대부분 아무런 목적이 없이 탈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미유 클로델의 일생에서 영감을 받은 스토리로 게임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방탈출 게임들은 정해진 장면만 볼 수 있는 1인칭인 경우가 많은데, 쿼터뷰 시점에서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 다른 중요 인물들과의 만나고, 실마리를 찾는 조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방탈출 장르를 엄청 좋아한다고 했는데, 최근 플레이 했던 게임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방탈출 좋아하시면 많이 즐겨보셨을 것 같습니다. 라임(RIME)이라고, 책 속에 갇힌 주인공이 탈출하는 내용인데, 여러 가지 엔딩을 제공해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방탈출 게임들은 도구를 한번 쓰면 비슷한 퍼즐이 나와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서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굉장히 합리적으로 설계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점을 인스톤에도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사일런트 에이지라는 게임도 있는데, 같은 장소에서 현재와 미래를 오가면서, 막힌 부분을 풀어내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시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되어 있는 상태인가요?
총 5챕터로 구성해서 연말에 출시할 계획이고, 절반 정도 개발된 상태입니다. 모바일로 출시할 예정이고, 초반 20%는 무료로 공개하고, 이후부터는 인앱 결제로 나머지 스토리 잠금을 푸는 방식을 고려 중입니다. 게임에 햅틱 등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한 퍼즐 요소들이 많아서 모바일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진행한 베타테스트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분들이 스팀 출시를 적극 권하셔서 스팀 출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시 출시는 힘들 것 같지만요.
현재 제일 고민인 부분은 사운드인데, 이번에 오디션 참가하면서 사운드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잘 아는 분야도 아니니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 받은 상금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 이후에도 계속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에 도전할 계획인가요?
아직 초보라 배워할 것이 많다보니, 다른 장르는 생각 안해봤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제일 좋아하고 익숙한 장르이니까 다른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과거 프랑스 이야기를 다뤘는데, 한국에서만 살던 사람이 프랑스 얘기를 하려니까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아이돌 문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달 등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 만들고 있는 인스톤을 잘 완성하는게 우선이고요.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