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전예약은 5초 만에 '뚝딱' 그런데 취소는 어디서?
요즘 게임 좀 즐겼다는 게이머치고 사전예약 이벤트에 참여해보지 않은 게이머가 있을까? 게임사들은 사전예약 이벤트를 통해 출시 전부터 게이머들을 모으며 게임을 알리는 데 힘을 쓴다. 듣도 보도 못한 게임도 100만 명 이상을 모으며 대작 게임들은 300만 명 이상은 우습다.
사전예약 참여가 쉽게 구성된 것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휴대전화 번호 등만 입력하면 5초면 사전예약이 뚝딱이다. 간혹 휴대전화 번호 인증 과정을 마련한 게임사들도 있다. 그래봤자 1분 정도면 사전예약은 마무리된다. 휴대폰 번호 제공에 이렇게 관대한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게임사들은 이렇게 수집한 휴대폰 번호에 게임 출시일에 맞춰 쿠폰 등을 제공한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았기에 앞으로 1년간 ‘(광고)’가 달린 메시지도 보낼 것이다. 막상 게임은 "아 또 양산형이야?"라며 5분 만에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1년간 업데이트 때마다 잊지 않고 문자는 착실하게 온다.
기자도 게임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내 개인정보가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중국산 게임 등 어지간한 게임들의 사전예약에 거의 참여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전예약을 받으면 취소나 철회도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사전예약만 참여해놓고 게임을 하지 않는 노쇼(No Show)족이 되기는 싫은데 말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게임 사전예약에 참여하지 않아도 사전예약 혜택은 대부분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굳이 내 개인정보를 줘가며 참여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들어 사전예약을 취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먼저 가장 쉬운 구글 플레이에서 사전예약에 참여한 경우다. 구글 플레이에서는 버튼 터치나 클릭 한 번으로 사전예약이 가능하고 취소도 마찬가지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수준으로 빠른 취소가 가능하다. 다른 업체들도 구글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애플 앱스토어도 사전예약 취소가 그나마 쉬운 편이다. 다만 애플은 자동 밝기 옵션도 디스플레이 및 밝기 옵션이 아닌 손쉬운 사용 – 디스플레이 및 텍스트 크기에 넣을 정도로 애플 스러운 사고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전예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애플 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먼저 앱스토어를 실행한 뒤 상단의 사람 상반신 모양의 아이콘을 터치해 메뉴에 진입해야 한다. 이후 자신의 이름과 메일주소를 터치해 계정 메뉴에 들어가면 사전 주문 항목 메뉴가 있다. 해당 메뉴에 진입하면 자신이 현재 앱스토어에서 참여한 사전예약 게임들의 리스트를 볼 수 있으며 리스트에 있는 게임을 터치해 자세히 보면 게임별로 취소가 가능하다.
다음부터는 취소 난도가 높아진다. 이제부터는 내가 스스로 취소할 수 없다.
먼저 국내 게임사가 마련한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에 참여한 경우다. 이런 경우 보통 게임사 포털 계정 없이 휴대폰 번호만으로 사전예약에 참여하게 된다. 다만, 사전예약 이벤트 페이지 어디를 둘러봐도 사전예약 취소를 알리는 곳을 찾아볼 수 없다. 회사가 제공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살펴보면 각종 철회를 위해서는 회사가 마련한 고객센터를 통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국내 기업들은 고객 응대를 위해 고객센터를 운영 중이며, 사전예약 경우도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할 수 있다. 게임사의 홈페이지에서 고객센터의 메일주소나 전화번호 등을 확인해 연락을 취하면 된다. 이때 사전예약을 진행한 휴대폰 번호를 사용하는 단말기로 고객센터에 연락해야 취소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가장 번거로운 경우는 해외 게임사다. 특히 요즘에는 국내 지사 없이 해외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들이 많다. K-게임사도 안내가 없는데 당연히 해외 게임사 사전예약 페이지에는 사전예약 취소 안내가 없다.
취소의 경우 국내 사전예약 취소와 마찬가지로 고객센터를 통해야 한다. 고객센터 정보는 보통 해당 게임의 구글 플레이 개발자 연락처나 게임의 카페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예약 단계에서 고객센터 연락처를 일반 게이머가 확인하는 작업 자체가 곤욕이다.
사전예약 취소를 위해 사전예약이 진행 중인 게임의 카페에 가입하려고 하니 네이버 카페의 새로운 기능으로 사전예약 참여에 동의해야만 카페 가입이 가능한 코미디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실제 중국에서 서비스 준비 중인 게임의 고객센터에 메일을 보내 사전예약 취소 단계를 밟아봤다. 처음 메일을 보내고 약 2시간 정도 이후에 첫 답변이 왔으며, 사전예약에 참여한 개인정보와 함께 취소를 요청하니 약 7시간 정도가 지나 완료됐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5초면 참여하는 사전예약이 취소에는 9시간에 달하는 한세월이 걸린다.
한편, 이번 사전예약 취소 과정을 알아보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29일 출격을 알린 북유럽 신화 기반 MMORPG ‘오딘’의 사전예약 페이지에서 사전예약 철회를 함께 알리고 있다. 예약과 철회가 같은 화면에서 진행된다. 다른 게임사들과 달리 이용자들이 더 쉽게 사전예약을 취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둔 것이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 39조의7(이용자의 권리 등에 대한 특례)을 보면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 대하여 언제든지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등의 동의를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 권리 행사 방법을 개인정보 처리지침 등을 통해 알리고 정정을 요구하는 방법을 개인정보의 수집 방법보다 쉽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 반영해 ‘오딘’의 사전예약 페이지를 구축했다는 것이 카카오게임즈의 설명이다.
아울러 카카오톡을 통해 참여한 사전예약도 사전예약에 참여한 동일 페이지에서 예약 취소 등이 쉽게 가능하다. 앞으로 많은 게임사나 플랫폼 등이 게이머들이 쉽게 사전예약을 진행하는 것처럼 쉽게 취소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