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프트업의 신작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이 특별한 이유
"소설보다 더 몰입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퀄리티에 타협하지 않고 풀 보이스와 멀티 엔딩을 도입했습니다. 다행히 이용자분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에요."
서울 신논현역 앞에 위치한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의 한 회의실. 지난 5월 28일에 출시한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이하 그공사) 게임을 총괄하고 있는 VINO 팀 이성수 PD는 연신 "게이머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공사'. 원작 소설의 IP(지식 재산권)을 활용해 만들어진 이 게임은 현재 게임업계에서 매우 특별한 게임으로 통한다.
양산형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가 대세인 한국 시장에 갑작스레 등장한 인터랙티브 형 스토리 중시 게임인데다, 확률형 아이템은 커녕 별도의 과금 없이 만 원대 중반이면 구입할 수 있는 패키지형 게임이었기 때문.(추가 시나리오 4천 원)
그 자체로 혜자라 불릴만 한데, 34만 자에 이르는 스토리, 40시간에 이르는 풀 보이스, 인터랙티브 적 멀티 엔딩 등 화려한 면모를 갖췄기에 이 게임은 일반 게이머는 물론 업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원작 소설 자체가 너무너무 재미난 콘텐츠였어요. 그 콘텐츠를 어떻게든 더 재미있게 게임으로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시프트업의 강점인 '움직이는 2D 캐릭터'와 총 14개의 멀티 엔딩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박지원 시나리오 작가는 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담당하면서 매우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단순히 시나리오만 쓰는 게 아니라 분기를 나누고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스스로 즐기며 빠져들게 됐다는 것.
또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엑스트라와 내레이션까지 섬세하게 다뤘고, 추가 시나리오로 레리아나를 무조건 적으로 아끼는 대신관 히이카 데민트와의 에피소드 부분의 내용도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팀원들 모두 게임 몰입감 측면에서 타협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 별로 십여 개의 얼굴 표정과 수십 장의 배경, 그리고 아름다운 BGM(배경음) 등을 구현해냈습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때부터 노하우가 있었기에 작업은 고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어요."
박슬아 아트 디렉터도 한마디 거들었다. 박 디렉터 또한 매력적인 4인의 남자 캐릭터들이 자신의 손에 의해 생명력을 얻게 되는 과정이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 역을 맡은 이계윤, 류승곤, 민승우, 김현욱 등 성우분들의 연기가 덧붙여져 게임이 완성됐을 때 생명력을 가진 각 캐릭터의 모습에 감동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사실 이번 '그공사'는 이 게임 하나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별도의 스토리 게임 플랫폼도 함께 구축하고 있어요. '비스킷'이라는 2차 창작툴이 그 시작으로, 일반 이용자분들도 이 툴을 이용해서 '그공사'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될 거예요."
이성수 PD는 '그공사' 프로젝트가 단순히 하나의 게임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 강조했다. 이용자들이 비스킷 툴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 성 게임 개발을 만들고, 서로 재미있게 공유하고 즐기며 트래픽이 늘어가는 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이 PD는 '그공사'가 "스토리성 플랫폼 형태를 완성하는 첫 단추"라고 정의했다. 이미 유튜브에 비스킷을 통한 스토리 게임 제작 가이드 영상도 공개했다고 한다.
"게이머분들은 현재 '그공사'에 쓰인 모든 이미지를 활용해서 새로운 스토리성 게임을 직접 만들어나갈 수 있어요. 그를 위한 사내 공모전 등도 진행했고, 게임에 쓰이지 않았던 이미지를 계속 추가하여 꾸준히 비스킷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정통 차기작도 검토 중에 있고요."
이성수 PD를 비롯하여 박슬아 아트 디렉터도 박지원 시나리오 작가도 모두 이 비스킷을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겠다는데 이견은 없었다. 새로 추가될 이미지만 40여 장이 준비되어 있고, 누구나 새로운 시나리오만 구상하면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며 '자신만의 콘텐츠' 제작에 재미를 붙여보라는 권유도 곁들였다.
"'그공사', 비주얼 노벨 콘텐츠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또 그렇지 않은 분들도 한 권의 즐거운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으니 꼭 한 번 '그공사'를 찾아주세요. 매력적인 4명의 주인공에게 푹 빠지게 될 겁니다."
1시간여의 인터뷰 시간. 이성수 PD와 박지원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박슬아 아트 디렉터 모두 '그공사'에 대해 큰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첫 작품이 이제 시작이라는 듯, 벌써부터 후속작과 비스킷 툴에 대한 보강에 대해 열의를 보이고 있었다. 해외 진출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양산형 MMORPG가 판치는 현 게임 시장에 불현듯 나타난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그공사' 프로젝트. 이렇게 시장을 거스르고 개발자들이 스스로 재미난 게임을 만들 때 오히려 대박 성공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았나 떠올리며,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