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콘솔로 하는 모바일 자동전투의 기묘함 ‘디스가이아6’
수많은 반복 플레이 이른바 '노가다'를 당당히 게임의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전설의 작품 디스가이아의 신작 '디스가이아6'가 지난 27일 발매됐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이제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본 기자가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고등학생 당시만 해도 디스가이아는 꽤 색다른 컨셉의 작품이었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이를 성장시키는 육성 요소가 대놓고 "노가다 열심히 하세요"라는 극도의 반복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과 아이템 차원 전투로 장비를 각성시키고, 성장시키는 등 스토리를 깨기 위해 육성을 하는 것이 아닌 육성을 하기 위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어디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캐릭터들과 온갖 만담이 펼쳐지는 가벼운 스토리 역시 이 게임을 몰입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이 디스가이아 만의 색다른 콘텐츠는 반복되는 시리즈 속에 이전의 신선함은 느끼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이 사실. 그러던 중 출시된 이번 '디스가이아6'는 새로운 유저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된 모습이다.
이번 '디스가이아6'와 전작의 차이점은 게임의 그래픽이 2D 기반에서 3D 기반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화 CG 같은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 시대에 3D 그래픽으로 변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놀랍게도 디스가이아 시리즈는 첫 작품인 2003년부터 2020년까지 2D 스타일의 그래픽을 고수했던 게임이었다.
이러한 디스가이아의 전통(?)을 깬 디스가이가6는 게임의 전 모델링과 배경이 3D로 바뀌었고,스킬 연출 역시 3D 기반으로 변경되어 더 화려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니폰이치의 기술력의 한계 때문인지, 택틱스 장르의 단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이나 배경에 캐릭터나 적이 가려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고, 3D 연출 역시 “이게 2021년 게임?”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줘 매우 아쉬운 모습이었다.
더욱이 3D 그래픽으로 변경된 만큼 게임의 인 게임 그래픽이 새롭게 디자인되었는데, 문제는 캐릭터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성별도 하나로 고정된 데다, 무기별로 스킬이 제공되는 ‘무기 스킬’ 시스템이 삭제되어 캐릭터 육성의 재미가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실제로 본 기자 역시 게임 중반까지 9명의 캐릭터로 계속 플레이를 했을 정도로 ‘여러 캐릭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육성하는’ 디스가이아의 장점이 크게 퇴색된 부분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캐릭터의 수가 줄어들었다지만, 디스가이아 특유의 육성 콘텐츠는 여전히 살아있었고, 오히려 더욱더 편해졌는데, 바로 시리즈 최초이자, 콘솔 게임으로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자동전투 & 반복 전투 시스템’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디스가이아6'의 레벨 제한은 무려 9,999만 9,999레벨이다. 1억에서 1레벨 모자란 이 무지막지한 레벨 제한과 동시 최대 대미지 역시 9,999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맘먹고 육성하려면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정말 끝을 볼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인 셈. 더욱이 레벨을 다시 1부터 돌리는 대신 캐릭터 기본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초전생’ 시스템이 도입된 만큼 '디스가이아6'의 레벨 구조는 역대 일본 RPG 중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레벨 시스템을 탑재한 대신 '디스가이아6'는 자동전투와 반복 전투로 캐릭터 육성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모습이다. 반복 전투의 경우 스토리가 진행된 맵 어디에서나 진행할 수 있으며, 자동전투는 아이템 마경 등 모든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처음 자동전투를 진행하면 HP가 낮던 마법사 캐릭터든 뭐든 무턱대고 앞으로 이동해 일반 공격을 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캐릭터의 패턴과 움직임 등을 세밀하게 설정해 줄 수 있는 ‘마심 설정’으로 보완한 모습이다.
‘마심 설정’은 마치 게임 코드를 짜듯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세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수 백여 개의 패턴에 대해 상세한 움직임을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제대로 설정만 해주면 게이머가 직접 컨트롤 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효율을 보여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이 마심 설정은 실제 전투에 들어갈 때까지 설정을 확인하기가 힘든데, 행동 설정을 한 이후에 어떻게 캐릭터가 움직이는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욱더 편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이 자동 반복 전투에 대해 혹자는 콘솔에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매우 유용한 모습이었다. '디스가이아6'의 자동 반복 전투는 콘솔 기기를 켜놓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동전투를 돌려놓고 다른 업무를 보는 모바일 게임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거부감을 가진 콘솔 게이머는 어쩔 수 없지만, 이미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현시점에서 이 자동 시스템은 매우 편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24시간 플레이 타임 중 실제 플레이는 5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스토리 진행 -> 어 막혔네? -> 자동전투 -> 다시 스토리 진행”과 같은 패턴이 반복될 정도로 게임을 매우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 '디스가이아6'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은 “니폰이치도 변하긴 하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경우 마니아는 꾸준히 구매하는 게임이지만, 신규 유저가 접근하기에는 그 깊고 어두운 반복 플레이와 캐릭터 육성 요소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더욱이 무려 18년 동안 변치 않는 모습으로 출시되는 덕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른바 쇠퇴하고 있는 게임이었던 것이 사실. 이 때문에 ‘반복 플레이’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게임이 콘솔 게임으로서는 이질적인 ‘자동 플레이’를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레벨 제한 규모를 키우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아 이 게임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구나”라는 씁쓸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3D 그래픽으로 전환한 이후 캐릭터가 대거 변경되고, 스킬 시스템도 축소되었지만, 온갖 아이템을 판매하는 ‘DLC’는 여전히 유지한 니폰이치의 모습에 “이 부분은 여전하구먼”이라는 소리도 절로 나왔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