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코로나가 바꾼 게임업계. 자체 개발력이 명암 가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지 1년 반, 비대면과 비접촉의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업계도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총 12부작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과 시장 분석,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해봅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꿨다. 학교에서의 일상, 가족 모임, 친구들과의 저녁 같은 우리 주변의 일상 생활부터, 자영업의 붕괴, 재택근무의 일상화, 배달 산업의 급성상 등 여러 분야의 산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게임업계도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변화를 겪은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 사용량이 대폭 증가해, 업계 전체 매출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다만,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한 상위권 게임들에게만 매출이 집중되면서, 중소 게임사들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곳들이 더 늘어났다.
시장 조사업체 센서타워의 집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해 전세계26억 달러(약 2조84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중국 화평정영 포함). 덕분에 크래프톤은 2020년 1조6704억원의 매출과 77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앞세운 엔씨소프트도 2020년에 매출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에 3N으로 대표되는 상위권을 제외한 나머지 많은 게임사들이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재택근무로 인한 개발 기간 증가, IT업계 전반으로 퍼진 개발 인력 부족 현상 등으로 갈수록 신작 개발이 힘들어지고 있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 게임사들의 고난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게임업계의 대형 게임사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예전에 비해 대폭 늘어난 개발기간과 개발자 비용 상승 등 개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보니, 게임 퀄리티, 마케팅 등 모든 부분에서 대형 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하나당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전력을 다해 만든 게임 하나를 성공시켜 오랜 기간 매출을 유지하는게 최선이 됐으니, 모든 부분에서 열악한 중소게임사가 작정을 하고 덤벼드는 대형 게임사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자금력을 보유한 퍼블리셔가 다수의 개발사를 이끄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강력한 개발력을 보유한 개발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구글, 애플, 스팀 등 대형 글로벌 플랫폼 덕분에 퍼블리셔와 손을 잡지 않아도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데 별 문제가 없어졌기 때문에, 게임 하나만 제대로 성공시키면 세계적인 개발사로 도약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킨 크래프톤과 검은사막을 성공시킨 펄어비스는 단숨에 세계적인 개발사로 떠올랐으며, 최근 쿠키런 킹덤을 성공시킨 데브시스터즈도 연초 대비 10배가 넘는 기적의 주가 상승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리니지 형제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엔씨소프트의 주가 상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시프트업, 엔픽셀 등 스타 개발자들의 독립 사례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며, 전통적인 퍼블리셔 성격이 강했던 넷마블, 넥슨 등도 자체 개발 작품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다. 검은사막 북미/유럽 서비스로 성과를 냈으나, 최근 펄어비스의 자체 서비스 전환으로 타격을 입은 카카오게임즈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사 인수 및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양대 마켓 1위에 오른 오딘 발할라 라이징도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과 퍼블리싱 계약을 하면서 지분 투자도 함께 진행해 미래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남의 실력을 바탕으로 한 성과는 언제든 사라질 위험이 있으니,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 개발력과 강력한 IP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 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주력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던 게임사들이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것도 주목할만 하다.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맞는다고 하더라도 일상적인 생활 복귀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는 대형 신작을 준비하는게 갈수록 더 어려워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2,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대형 신작들은 코로나19 유행 몇 년전부터 개발을 시작한 만큼,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타격을 덜 받은 편이다. 이들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개발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긴 했으나, 앞으로 그 정도 규모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긴 기간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 이후에는 1000억 대작으로 화제가 됐던 로스트아크 같은 게임은 다시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보다 코로나19로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해외에서는 대형 게임사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하고 있던 신작들의 출시 일정을 1년 이상 대폭 연기했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정확한 출시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없는 일생 생활로의 복귀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임 개발 어려워진 만큼, 게임 하나 하나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자금력을 갖춘 전통의 강호 3N의 시대가 계속될지, 아니면 강력한 개발력을 갖춘 새로운 다크호스의 탄생으로 국내 게임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