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번지 인수로 새로운 국면 접어든 FPS 전쟁

설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2월 1일 게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제조사로 세계 게임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던 소니가 헤일로, 데스티니의 개발사 번지(Bungie)를 36억 달러(한화 약 4조 3천억)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격 발표된 것이다.

소니 번지 인수
소니 번지 인수

번지는 2000년 MS에 인수되었다가 2007년 다시 분할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회사다. 특히, 2010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대표 게임인 헤일로를 비롯해 데스티니 시리즈 등을 개발하며, 전 세계 FPS(1인칭 슈팅) 게임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개발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깜짝 소식에 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이번 소니의 번지 인수는 FPS 게임 장르에서 엄청난 열세에 놓인 소니가 새로운 성장 동력원을 얻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데스티니 가디언즈

서구권 시장은 FPS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그 어떤 시장보다 높은 지역이다.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되는 게임 중 매출 상위권에 있던 게임 중 하나는 액티비전의 ‘콜오브듀티 시리즈’였으며, 실제로 ‘콜오브듀티’는 서구권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 판매량을 견인하는 핵심 게임으로 손꼽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18일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금액은 무려 687억 달러(한화 약 82조 원). 그것도 다른 금융 기관과 함께하거나 펀드를 조성한 것이 아닌 내부 유보금으로 전액 현금으로 지불한 세기의 거래였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MS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MS

이 인수로 인해 MS는 자사의 게임기 Xbox에 ‘둠’, ‘헤일로’,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기어스오브워’ 등 전 세계 FPS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게임을 보유한 게임사가 되었다.

특히, 이 게임 라인업에 비견될 만한 게임은 EA의 '배틀필드 시리즈', 유비소프트의 '레인보우식스', '파크라이' 등 몇 개의 작품에 불과할 정도다.

이에 급해진 건 소니였다. 비록 MS가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강제로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MS가 인수한 베데스다의 신작 ‘앨더스크롤6’와 ‘스타필드’를 Xbox 및 PC 게임 패스 독점으로 출시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향후 서비스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었다.

소니 역시 ‘그란투리스모7’,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갓오브워 라그나로크’ 등 기대작을 다수 준비하고 있지만, 서구권 시장에서 판매량 확대를 위해서는 FPS 장르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필요했다.

데스티니
데스티니

이에 대한 소니의 선택은 번지 인수였다. MS와 비교해 자본금이 부족한 소니가 EA와 유비소프트 등의 거대 게임사 인수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FPS 게임을 다수 개발한 독립 개발사 번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소니의 공격적인 인수가 FPS 장르 시장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서구권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FPS 게임 시리즈 중 상당수가 MS와 소니 산하에서 출시되게 되면서 차세대 게임기 경쟁이 이제 FPS 시장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소니는 인수와는 별개로 번지의 경영자 교체 없이 독립 개발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신작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과연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맞선 소니의 공격적인 인수전이 향후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