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오케이

#PC

"크리스 소여"의 로코모션
게임 제목에 자기 이름을 넣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우선, 생각나는 사람이 "문명" 시리즈를 만든 시드 마이어. 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추종하는 개발자다. 피터 몰리뉴 같은 사람도 자신의 이름이 흥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메리칸 맥기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게임 타이틀에 넣고 있다. 그래서 "시드 마이어의 문명" 또는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같은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능력을 인정 받는 제작자라고 해서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도 유명한 제작자가 많이 있지만 "이나후세 케이지의 귀무자" 같은 타이틀을 만들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게임의 제목으로 쓰려면 "유능한 제작자" 이외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아메리칸 맥기처럼 덜 유명하더라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확보하거나, 시드 마이어처럼 존경 받는 제작자가 되기 이전에는 자신의 이름을 쉽게 게임에다 붙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작품의 제작자 크리스 소여는 자신의 이름을 게임에다 "당당하게" 붙이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 보다 "크리스 소여의 로코 모션"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로코 모션이라는 작품은 순전히 크리스 소여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명에 미친 시드 마이어의 영향보다 로코 모션에 미친 크리스 소여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고 보면 된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제작진은 단 세 명. 크리스 소여 외에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와 사운드 담당자가 있을 뿐이다. 요즘엔, 모바일 게임조차 혼자서 만들지 않는데, 이 정도되는 게임을 혼자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놀랍다. 이 정도되니, 이 게임은 크리스 소여의 개성이 그대로 나타난 게임이다. 그의 생각과 아이디어, 그의 프로그래밍 능력과 구성 등등…
하지만, 이렇게 혼자서 게임을 제작하는 방식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자신만의 색깔을 낸 개성 있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작업량이 필요한 대규모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 게임도 예외는 아니라, 물량을 앞세운 요즘 게임과는 조금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장단점에 대한 평가는 게이머들에게 달려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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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방법
게이머는 운송회사의 주인이 된다. 게임을 시작할 때, 회사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데, 귀차니즘의 황제 필자의 회사는 항상 "이름 없음"이다. 특별히 귀찮거나 성질이 급하지만 않다면, 적당한 이름을 지어 주어도 좋을 것이다. 게이머는 시나리오에 따라 1900년대 초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시대와 장소를 선택해서 운송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시나리오의 난이도에 따라 쉬움, 중간, 어려움 등으로 나누었지만, 사실 뒤로 갈수록 게임이 어려워 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뒤로 갈수록 탈 것의 종류가 많아지고 인구도 빨리 늘어나니까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니까, 1900년대 미국 중서부 같은 시나리오는 초급이고 1980년 미국 북동부 같은 시나리오는 고급으로 되어 있는데, 후자 쪽이 별로 어렵지도 않고 오히려 쉬우면서도 재미있으니까, 취향에 따라서 바로 뒷부분부터 플레이하는 것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맵은 주로 미국 중심으로 되어 있다. 스위스나 영국 같은 유럽이나 가상의 지형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미국이 무대이다. 게임 제작자가 "미국인"인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양계 맵은 나오지 않는다. 블리자드도 워크래프트3에 "코리아" 맵을 넣어 주고 있는데, 미국 중심적인 게임이라 조금 거부감이 있기는 하다.(필자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다음 시리즈에는 한국 관련 맵이 한 두개 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크리스 소여가 혼자 작업하는 관행이 이어지면 조금 어렵겠지만 말이다.(아니면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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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가 할 주된 일은 기차 선로를 깔거나, 도로를 건설하고 각 도시와 산업을 연결하는 운송수단을 조립해서 운영을 하는 일이다. 1900년대 초반 시나리오로는 주로 철도와 버스 같은 것을 만들게 되지만 시간이 뒤로 갈수록 비행기나 헬리콥터 같은 운송수단도 운영할 수 있다. 기차 선로를 까는 방법은 롤러 코스터 타이쿤에서 롤러 코스터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하지만, 롤러 코스터 만드는 것 보다는 훨씬 쉽다. 우선, 지형을 잘 정비하고 차근 차근 선로나 도로를 만들어 주면 된다. 길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에는 운송수단을 조립해서 배치해야 한다. 운송수단은 기차, 버스, 트럭, 배, 비행기 등 가능한 운송수단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 기차의 종류도 화물용, 탱커, 우편, 객차 등등 종류별로 있으니까, 필요에 맞게 조립해서 배치하면 된다. 그리고, 운행구간을 지정해 주고 운행시작을 알리면 알아서 움직인다. 단, 요금 같은 것을 책정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물가에는 항구를 건설하고 배를 배치할 수 있고, 돈이 많다면 공항이나 헬리포트를 건설할 수도 있다. 비행기 같은 것은 건설과 운용이 조금 비싸서 게임 후반부에나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탈 것들이 나오면서 보다 효율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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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체계를 건설하는 것말고, 게이머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면 산업에 대한 후원이다. 게이머는 공장을 세울 수가 있는데,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장건설은 상당히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므로 공항을 건설하고 비행기를 사게 되는 게임 후반부에 가서나 생각해 볼 일이다.
회사의 운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산업발전방향에 맞추어 운송수단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산업은 서로 연관관계가 있는데, 석유정제공장은 석유를 필요로 하니까, 유전에서 석유정제공장까지 선로를 깔고 탱커 기차를 붙여주면 운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식이다. 이런 산업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기 때문에, 주의를 잘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정이 메말라 버리기도 하고, 화학공장의 효율성이 뚝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애써 만들어 놓은 교통시설이 적자노선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꼭 산업과 연계된 방법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게임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다른 것 신경 전혀 안 쓰고 승객만 운송해도 게임을 훌륭히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게임의 자유도는 상당히 높다고 할 것이다.

자금운용은 조금 타이트한 편이다. 초반에 얼마간 돈이 주어지고, 은행에서 융자를 해주기도 하지만, 융자에는 이자가 붙으니까 조심해서 써야 한다. 필자는 은행차입을 과다하게 했다가, 수입보다 은행이자가 많아서 게임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처음에 너무 과도한 투자를 하지 말고, 자금운용을 잘 하게 되면 도시도 발전하고 수입도 점차 많아지기 때문에 나중에 가면 돈이 많이 모여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 자금이 달리는 초반만 조금 지나면 나중에 가서는 돈이 넘쳐나서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는데, 이런 점은 이 게임의 단점이다. 자금운용이 방만해도 손실을 입지 않으니, 게임의 진행이 느슨해 지는 것이다.
도시와 산업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광산이 폐광되거나, 화학공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기도 하니까, 비싼 돈을 들여 건설했던 철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수도 있다. 도시도 도로와 철도를 따라 발전을 하게 되어 있어 도시 발전 방향에 맞게 운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항의 부지 같은 것은 미리 미리 확보해 두지 않으면 좋은 위치에 공항을 건설하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운영하다 보면 어느 새 지도 전체가 자신이 건설한 각종 운송수단으로 가득 차 있게 된다. 아마도 "롤러 코스터 타이쿤"을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기분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건설할 것도 없고 돈이 넘쳐 난다면 그 맵은 어느 정도 끝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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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는 롤러 코스터 타이쿤과 똑같다. 심지어는 효과음마저도 똑같다. 한 사람이 만든 게임이니까 유사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다소나마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롤코타를 즐겨 왔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나 게임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지만, 처음 즐기는 사람은 조금 난해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특히 지하 도로 건설이나, 복선철도 같은 부분은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한 고난이도 기술이다. 인터페이스가 그렇게 편리한 편은 아니지만, 단축키를 지정할 수 있으니까 키보드와 마우스를 같이 쓰면서 게임을 하면 상당히 효율적인 게임운영을 할 수 있다.

장점
시뮬레이션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 트럭을 구입해서 오랫동안 쓰면 효율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가끔 고장이 나기도 한다. 도로를 건설하면, 도시의 인구가 늘고 물동량이 많아지며, 은행에서 과도한 차입을 하면 높은 이자율 부담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다.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서, 이리 저리 고민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단점
그래픽과 사운드 부분이 못내 아쉽다. 한 마디로 제작비를 얼마 들이지 않은 게임이라는 티가 팍팍 난다. 그리고, 시나리오 부재라는 점도 아쉽다. 이 게임에서 시나리오라는 것은 "맵"과 "미션"을 의미한다. 중요한 캐릭터나 배경설명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3D 동영상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말라. 게임을 하다 보면 도대체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끝이 없잖아 !! 라고 외치고 싶어질 때도 있다. 롤러 코스터 타이쿤에서 보았듯이 미션을 성공하면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출력될 뿐, 게임 진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또한, 롤러 코스터 타이쿤과 너무나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도 눈에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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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밸런스도 문제가 있다.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첫 번 째로 일정한 패턴 플레이를 하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미션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로 일정한 수준이 넘어가게 되면 자금이 넘쳐나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는 점. 이 두 가지 점은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는 데 상당히 방해가 된다.

그 밖에
멀티 플레이가 지원된다.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해보진 못했지만, 문명 멀티플레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쪽 부근에는 버그가 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윈도즈 XP 서비스 팩 2를 깔면 방화벽 설치가 되는데, 이런 보안설정때문에 플레이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시나리오 편집기가 지원된다는 것. 그러니까, 자기가 원하는 상황에 맞는 맵을 만들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맵 에디터와 비슷한 용도라고 보면 된다. 까페 같은 데를 잘 찾아 보면 맵을 만들어서 올려 놓은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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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크리스 소여의 게임을 이전에 즐겨 봤다면 익숙한 패턴의 게임이 될 것이다. 미국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캐피탈리즘이나, 인더스트리얼 자이언트 같은 계보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재미 요소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은 게임이다. 우선,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라는 물량적인 요소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고, 시나리오나 미션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게임이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또한 아쉽다. 확실히 게임 시스템 같은 것은 세세하게 신경을 써서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이제는 크리스 소여가 혼자 게임만들기를 포기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좀 더 볼거리 풍성한 게임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게임이기도 하다.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오케이.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나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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