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프로게이머 세대 교체, '바람 거세다'

스타리그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최근 e스포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리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시흥에서 개최됐던 KTF 비기배 KESPA컵에서는 그동안 강호로 군림하던 3대 통신사가 줄줄이 탈락하고 프로리그에서 약세를 보이던 삼성이 우승을 하는가 하면 MSL의 서바이버리그와 OSL의 듀얼토너먼트에서는 신예들이 기존의 올드 게이머들을 꺾으며 최근의 뒤바뀐 스타 리그 판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스타리그 지각 변동의 중심에는 세대교체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상위권을 점령해왔던 올드 게이머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신인들이 무서운 기세로 스타리그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 신예들의 거센 반란이냐 올드 게이머들의 관록이냐 최근 스타리그의 세대교체에 대해 살펴보자.

내가 바로 차세대 스타다!
근래에 들어 스타리그와 프로리그에서는 신인들의 두드러진 활약이 관심사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첫 진출은 물론 우승까지 노리는 '로얄로드'를 꿈꾸는 오영종과 박지호등은 두들어지는 신예로 손꼽히고 있으며 저그의 새로운 강력한 게이머로 부상한 마재윤, 김준영 등도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준 천재저그 마재윤
올 전반기에 가장 화려하게 데뷔한 게이머는 마재윤이 아닐까 싶다. 전반기 MSL에서 '영웅' 박정석을 여유있게 따돌리며 우승을 일궈냈고 순위도 급상승해 30위권 밖에서 현재 12위까지 올라있다. 또 프로리그에서는 팀플과 개인전을 가리지 않고 출전하면서 GO의 상위권 도약에 일조하고 있다. OSL에서 부진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김준영과 함께 차세대 저그의 왕좌를 다투기엔 손색이 없는 커리어다.


MSL 우승을 거머쥔 마재윤


한빛의 에이스는 바로 나다 김준영
저그 게이머 중에서 급성장한 한빛의 에이스다. 나도현이 팬텍앤큐리어스로 이적함으로서 현재 개인적 카드가 약해진 한빛의 개인전을 전담하고 있으며 얼마 전 OSL 본선에도 올랐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근래의 저그 중에서는 가장 두드러진 신인이 김준영일 것이다.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에서 개인전 6승을 거뒀으며 2라운드에서도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험 부족으로 큰 무대에 약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홍진호-박성준의 뒤를 잇는 강력한 저그로 성장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크템플러는 나의 트레이드 마크, 오영종
가을만 되면 팬들의 관심사는 프로토스로 쏠린다. 유독 가을 시즌이 되면 프로토스가 강세를 보이며 김동수, 박정석, 강민, 박용욱 등 프로토스들이 우승을 차지하곤 했다. 따라서 가을만 되면 과연 누가 '가을의 전설'을 이어갈지 기대하기 마련. 올 가을에는 플러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프로토스 오영종이 그 주인공. 첫 OSL 스타리그 진출에 성공해 서지훈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또 MBC게임 서바이버리그에서도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상태, 프로리그에서도 개인전과 팀플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다크템플러를 즐겨 사용해 최근 팬들에게 '사신(死神)'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고 있다. 근래에 워낙 좋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고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스타리그에 진출에 우승까지 거머쥐는 '로얄로드'에 '가을의 전설'까지 쓸 수 있을까? 그만큼 팬들이 오영종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다크템플러의 귀재 오영종


'박지호스피릿'을 보여주겠다 박지호
작년부터 물량전으로 유명했던 박지호. 플러스에서 POS로 이적한 뒤에는 확실한 주전자리를 확보했으며 개인전과 프로리그 모두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OSL 스타리그에서는 오영종에 질세라 8강에서 이병민을 물리치고 역시 4강 진출을 확정지었으며, 프로리그에서는 박성준과 함께 'POS 양박 원투펀치'로 불리며 활약하고 있다. MSL 서바이버 리그에서도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상태. 특히, 근래에는 자신의 장점인 물량만이 아니라 다양한 전술적인 플레이까지 보여주며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영종과 함께 프로토스 가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망주다.


'박죠 스피릿'으로 유명한 박지호


3번째 스타리그 진출을 노린다 송병구
이미 스타리그를 두 번이나 진출하며 삼성의 에이스 자리를 확보한 송병구. 이제 신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프로토스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기대주다. 비록 OSL 본선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지만 이번 KESPA컵에서 개인전을 전담하며 삼성이 우승하는데 수훈갑이 됐다. 또 현재 서바이버리그와 듀얼토너먼트에서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다시 프로토스의 희망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호, 오영종과 함께 이름 한글자 씩을 따 '新 3대토스 박영구'로 불린다.

내가 진짜 새로운 신인이다 염보성
혜성처럼 나타난 POS의 테란 기대주. 세 번의 도전 끝에 홍진호를 꺾고 서바이버 리그에 올라 화제가 됐다. 또 KESPA컵에서는 박용욱을 제압하는 등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억대 연봉 선수들을 연파하며 '슈퍼루키'로 불리고 있다. 이제 겨우 16살의 나이에 중학생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성장가능성 높은 선수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신인은 아니지만 꾸준히 스타리그에 오르며 '스트레이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복서출신 게이머 변은종, 차세대 테란의 왕자로 떠오른 이병민 등도 세대교체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변은종의 경우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골고루 활약하며 박태민, POS 박성준과 함께 '新 3대저그 변태준'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병민의 경우 임요환-이윤열-최연성-서지훈 등 최정상급 테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드 게이머들의 부진
반면 최근 일부 올드 게이머들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 좋은 성적을 유지했었던 올드 게이머들이 최근 잇따라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하는 등 부진 거듭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폭풍저그에서 미풍저그로? 홍진호
언제나 저그팬들에게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홍진호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서바이어 리그에서는 신인 염보성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고 WCG 예선에서는 여성게이머 서지수에게 2:0으로 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또 OSL에서도 본선에서도 16강 탈락했고, 프로리그에서는 팀마저 우승을 놓치며 'KTF가 홍진호의 만년 2인자 저주에 시달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였다. 임요환과 함께 스타판을 양분해왔던 '폭풍 저그'였던만큼 지금의 슬럼프가 팬들에게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언제 꿈에서 깨어날 것인가, 몽상가 강민
양대리그 우승 뒤에 KTF로 이적,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한 몽상가 강민. 박정석, 박용욱과 함께 '3대토스'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었지만 우승 이후 1년이 넘도록 온게임넷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해 'PC방 리거' 'KTF의 억대 연봉 가정부'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최근 듀얼 토너먼트에서 '죽음의 F조'를 통과하는데 실패했으며 힘겹게 입성한 MSL에서는 개막전에서 마재윤에게 무릎 꿇으며 패자조로 추락, 아직까지 확실한 부활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프로리그 전기리그에서만큼은 강민의 활약은 눈부셨다. 에이스 결정전 6연승의 대기록으로 KTF의 연승행진을 이끌며 '최강 마무리', '스타계의 선동렬' 등의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하지만 후기리그에서는 무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강민의 부진 탈출은 성공할 것인가?


천재 이윤열의 슬럼프는 언제까지?
이윤열이 데뷔 이후 이룩했던 업적은 '천재'라는 별명에 걸맞는 실로 위대한 것이었다. 3대방송사 그랜드슬램으로 임요환을 넘어섰음을 공언한 이후, OSL 2회 우승, MSL 3회 우승, 기타 각종 단일리그 우승 등 절대 사그러들지 않을 듯한 막강함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슬럼프는 그를 나락까지 떨어뜨렸다. So1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한 이후,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죽음의 F조를 뚫고 재기하는 듯 했으나 듀얼 2라운드에서 삼성 박성준, 송병구에게 완패하며 또다시 차기 OSL 진출이 좌절됐다. 이어 MBC의 마이너리그인 서바이버 리그에서 조차 한 수 아래의 저그로 평가받는 조형근, 박명수에게 연파당하며 차기 MSL까지 좌절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윤열이 양대 리그에서 모두 예선으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은 몇 개월 전만해도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천재테란' 이윤열은 천재는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인 듯하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채 프로리그의 팀플 전담으로 보직변경하거나 간간히 프로리그 개인전에서 볼 수 있는 정도가 된 올드 게이머들도 많다. 변길섭, 강도경, 김정민 등이 대표적. 하지만 반대로 부진을 털어내고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관록의 올드 게이머들 또한 존재한다.

황제는 하야하지 않았다, 임요환
So1스타리그에서 전승으로 4강까지 안착하는 등 1.12패치 이후 27승8패 77%의 가공할 승률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임요환, 한때 이윤열, 최연성 등에게 테란의 왕좌 자리를 내주며 한동안 '황제' 시절의 막강함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개인리그에서 전성기를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주며 OSL 최초 3회우승을 노리고 있으며, MSL 역시 오래간만에 진출하며 양대리그에서 황제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다만 프로리그에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임요환에게는 가장 큰 문제인 군입대 문제가 남아있어 아마 이번 해에 자신의 모든 기량을 마지막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임요환의 3연패도 관심거리이다


퍼펙트 테란 이상무! 서지훈
OSL 에버리그에서 3위에 올랐으며 이번 쏘원 리그에서는 8강에 올랐다. 비록 오영종에게 발목을 잡히며 2연속 4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테란 게이머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또 국제대회인 WCG의 국가대표자격을 획득해 2연속 세계제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 WCG를 제패한다면 KESPA 공식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박성준을 밀어낼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프로리그에서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번갈아가며 활약하고 있고, 한동안 개인리그 연습으로 인해 프로리그에 등장하지 않자 '서지훈은 언제 나오느냐'로 화제를 일으킬 정도로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가장 안정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서지훈


영웅의 행진은 계속 된다 박정석
지난 우주배 MSL,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준우승을 차지해 프로토스의 자존심을 지킨 박정석. 이번 OSL에서는 8강에 오르며 근래의 프로토스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다. 강민, 전태규, 박용욱, 이재훈 등 노장 프로토스들이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 랭킹 10위권 안에 랭크되어 있는 유일한 프로토스이기도 하다. 현재 MSL 승자조에 진출해있고 프로리그에서는 홍진호와 함께 팀플레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세대교체의 원인은?
이러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게이머들간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선수들간의 뚜렷한 실력차가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그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신예들의 '스타급 센스'가 돋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 올드 게이머들이 신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할 정도로 점점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신예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두 번째로 전략의 한계성이다. 이미 스타크래프트는 발매된지 7년째에 접어드는만큼 그동안 나올 수 있는 전략은 모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동안 지속적인 패치로 인해 변동은 있었지만 기본적인 전략적인 면에서는 이렇다할 변경점이 없기 때문에 아주 기발한 새로운 전략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전략은 알고 막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도중에 상대방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는지 정찰을 하고 그에 대응하는 게이머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근래에는 이런 차이점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신인들이 빠른 속도로 적응하여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맵에 관련된 문제이다. 매 대회마다 사용되는 맵이 변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여기에 익숙해지고 알맞는 전략 연구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매번 새로워지는 맵에 대한 적응도와 이해가 필요 한만큼 이 점에 있어서는 신인과 올드게이머 모두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요소이다. 단기간 내에 새로운 맵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개인의 센스 차이도 있고 연습량 차이도 있겠지만 완전히 파해 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인들도 올드 게이머들을 상대로 '해볼 만한' 맵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각 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맵마다 '특정 종족 죽이기' '밸런스 붕괴 문제' 등의 잡음이 항상 있을 정도로 밸런스 조정은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러한 신규 맵들을 바탕으로 신인들은 다양한 전략을 시도할 수 있으며, 올드 게이머들 역시 기존에 플레이 하던 맵과의 차이점을 느끼고 꾸준히 연습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맵이라는 요소 역시 세대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세대교체는 계속해서 진행될 듯
지금까지 최근 스타리그의 세대교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스타리그가 정식 e스포츠로 자리 잡은지 수 년이 지난 지금 이 흐름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게임, 스포츠에서도 영원한 강자는 있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강력한 지배자가 있으며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들의 대결에서 명경기가 탄생하고 팬들은 여기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부진하다고 심한 비난이나 야유를 삼기보다는 그동안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고 박수를 보내주자. 프로게이머들 역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드 게이머들이 사라진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그들이 영원히 스타리그의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기억해주는 것은 팬들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또 앞으로는 어떤 신인이 등장해서 스타리그를 뜨겁게 달굴지, 어떤 올드 게이머가 계속해서 영광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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