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월드컵 세상, 축구 게임의 변천사

월드컵이 시작되고 동그란 축구공 하나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됐다. 2002년을 재현하는 듯 전국이 들썩이는 이런 분위기에 남녀노소 모두 조금이라도 거리가 있으면 광분하며 열광할 태세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에는 각종 축구 게임들 또한 각광 받고 있다. '베컴' '박주영' 등 실제 선수와 똑같이 생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지금의 현란한 축구 게임, 어떤 식으로 발전한 것일까. 게임동아에서 살펴봤다.

< 축구 게임의 태동>

실제적으로 축구란 스포츠는 다수의 인원이 함께 플레이 하는 스포츠인데다 이 인원이 유기적으로 상황에 맞게 움직여줘야 하는 관계로 프로그래밍 기술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2D 스프라이트로 표현된 선수들은 각자 제대로 된 행동 방식을 가지지도 못했으며 '동네축구' 보다 못한 조악한 모습을 보여왔다.

1980대 초창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초창기 축구 게임은 11:11이 아니라, 3:3, 혹은 5:5의 풋살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축구게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초기의 게임들을 지나 85년도에는 그나마도 축구의 체계를 갖춘 게임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아케이드 게임센터에 등장한 유니버설社 제작의 '인도어 사커'와 사이메트로닉스社에서 제작한 '파워 플레이'다. 하지만 이 게임들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에 그쳤지, 드리블 없이 공이 몸에 붙어서 가는 등 오히려 퍼즐게임 같은 모습을 보였고, 축구로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1988년도에 자레코에서 '킥오프'를 내놓으면서 축구 게임은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콘솔 게임기인 패미컴을 통해 테크모에서 1980대 후반에 '캡틴 츠바사'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축구 장르 자체가 점점 게이머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당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등장한 '캡틴 츠바사'의 경우 원작 만화에 힘입어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테크모에서 아케이드로 89년에 내놓은 '월드컵 90' 또한 체계적인 조작성으로 이슈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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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축구 게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

하지만 축구 게임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92년도에 들어서였다. 92년도에 아케이드에 등장한 '세이부 축구'는 아무리 태클을 걸어도 반칙이 되지 않는 등 철저히 아케이드 성을 지향해, 짜릿한 승부를 낼 수 있는 게임 방식으로 당시 아케이드 게임센터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4인 동시 플레이도 가능하고 슛을 넣을 수 있는 방식이 다양했으며 한국이 골을 넣을 경우 당시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김주성이 환호해 '세이부 축구'라기 보다 '김주성 축구'로 더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PC와 콘솔 쪽에서도 1992년에 맞춰 EA에서 '피파 사커'라는 최초의 '피파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EA는 그 당시로는 혁신적인 쿼터뷰(경기장을 대각선으로 바라보는 시점) 방식을 도입해 많은 게이머들에게 환호성을 받았다.

'피파'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던 이 게임은 PC 뿐만 아니라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컴 등 거의 모든 가정용 게임기에 이식되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는데 기여했으며, 예상외의 높은 인기에 EA에서는 후속편인 '피파 96'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축구 게임' 공장을 차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파 96'은 운동장을 3D로 처리해 보다 현실감을 높였으나 아직 플레이어는 2D로 처리되어 그래픽면에선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90년대 중반으로 넘어와 아케이드 쪽은 세가社의 '버추어 스트라이커'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버추어 스트라이커'는 아케이드 센터의 게임인 만큼 '대전'을 중심으로 개발됐으며, 세가社의 뛰어난 3D 그래픽과 맞물려 당시로선 최고의 그래픽을 선보였다. 게다가 3D인 만큼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어 당시의 축구 게임이 전후 좌우 어떻게 레버를 움직이던 간에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반해 이 게임은 앞으로 가다가 갑자기 레버를 뒤로 돌린다던가 하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실제 축구 경기와 같이 좀 더 현실적인 움직임을 살렸다. 하지만 3D이기 때문에 2D 게임들에 비해 거리감이나 공간감을 명확히 알기가 다소 힘이 들었던 단점도 있었다. 이후 '버추어 스트라이커'는 '2'에 이르러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게임이 버전업되어 출시되고 있지만 현재는 '위닝'과 '피파'에 다소 밀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중반의 콘솔 게임 계에는 남코社에서 자사의 인기 축구 게임 시리즈였던 '프라임 골'의 최신작 '3'편을 슈퍼패미컴용으로 발매해 이슈를 모았으며, '버추어 스트라이커'를 발매한 세가가 세가새턴으로 '빅토리 골'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에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위닝' 시리즈의 등장이었다. 93년도에 생긴 일본의 프로 축구 'J리그'를 배경으로 한 'J리그 위닝 일레븐'이 처음 등장한 것은 95년도.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발매된 이 게임은 풀3D로 진행됐고 비교적 현장감 넘치는 응원과 아나운서의 채용 등 획기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기존의 강호들에게 휩싸여 큰 이슈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에 코나미에서는 지속적으로 '위닝'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점차 '피파' 시리즈와 함께 세계 축구 시장을 양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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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파 VS 위닝, 축구 게임계를 양분하다>

EA에서는 '피파 96' 이후 거의 매년 새로운 '피파'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게임을 보강하기 시작했고, 코나미 또한 지속적으로 '위닝' 시리즈를 내면서 축구 게임시장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두 게임은 다른 게임을 무색케 할만큼 크게 발전하고 또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축구 게임의 대명사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우선 EA의 '피파'가 본격적으로 발현된 시기는 98년. '피파' 시리즈가 '97' 버전에서 다소 주춤하다가 '98' 버전에 이르러 대규모의 비용으로 재무장 한 것이다. 170여 '피파' 가입국 대부분을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며 세계의 주요리그 또한 총망라해 넣은 이 작품은 게이머들을 극도로 감정이입하게 했으며, 조작 면에 있어서도 실제로 축구에 쓰였던 페인팅 기술 등을 재현해 추후 축구 게임의 기본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했다. 또한 숏패스와 롱패스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실제 축구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코나미도 '피파 98'에 대적해 보다 손쉬운 조작 시스템과 현실감 있는 인공지능을 가진 '실황 J리그 위닝 일레븐 3'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현재에도 계승되고 있는 버튼 시스템이 이때에 채용됐으며 쉽고도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는 축구게임으로 완성되자 그래픽적으로 실망했던 게이머들이 '위닝'에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또한 직접 녹음한 각 팀의 서포터들의 함성 또한 게임의 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이 괴물 같은 두 작품 이후에, 본격적으로 축구 게임 시장은 '피파 VS 위닝' 모드로 가기 시작했다.

이후 두 작품은 계속적으로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발매하면서 최근 EA에서 '피파 월드컵 2006'이, 그리고 코나미에서 '위닝 일레븐10'이 출시되었다. 두 작품 모두 계속적인 버전업으로 꾸준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지는 그래픽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콘솔 기기인 Xboox360으로 나온 '피파'의 경우 선수에게 흐르는 세밀한 땀까지 표현되는 등 가히 가공할만한 모습을 띄고 있다.

이후 축구 게임은 다양한 변화를 지나 드디어 온라인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다음 시간에는 축구 게임의 온라인화에 대한 변화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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