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위의 픽션, 역사를 재해석한 게임들

최근 TV에서 고구려를 소재로 한 사극 드라마가 방송되며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보인 사극 드라마가 방송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매번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실 위주로 기술된 딱딱한 과거의 역사를 재미있는 요소와 이야기를 곁들여 역사를 보다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미를 찾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재해석해 보여지는 것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은 사실 바탕에 둔 논픽션 위에 재해석된 픽션을 가미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 역사를 재해석한 대표적인 게임, '삼국지'

국내에 발매되고 있는 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역사 게임은 코에이社의 '삼국지' 시리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게이머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만큼 그 영향력도 대단한데, 삼국지 인물 중 한 사람을 떠올렸을 때 삼국지 게임에 등장하는 영웅의 모습을 상상할 정도다. 게다가 무수한 삼국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코에이社의 삼국지 캐릭터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으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이질감마저 느낀다는 것. 사실 '삼국지' 시리즈 보다 한번 더 재해석된 게임은 '진삼국무쌍'이다. '삼국지' 시리즈는 증명 사진 같이 캐릭터의 상반신만을 일러스트로 보여주지만, '진삼국무쌍'은 캐릭터의 전신을 3D 그래픽으로 구현시켜 보여주기에 더 많이 재해석됐다. 예를 들어 위 나라 장수인 장합을 보면 미소년처럼 잘생긴 외모에 갈고리가 여러 개 달린 클러를 사용하고 등 뒤에는 나비처럼 생긴 날개를 달고 게임 속에 등장한다. 이런 장합의 모습이 역사 속에 존재했던 실제 장합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게임에서는 인물 모습에서부터 설정까지 상상을 통해 만들어내기 때문에 역사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생김새 만으로도 재해석된 모습을 보여줘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게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외전 모드를 통해 실제 역사와 전혀 상관 없는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설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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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역사 인물 중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오다 노부나가

오다 노부나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전국 시대의 3대 위인으로 꼽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일본의 전국 전란 시대에 통일의 한 획을 그어준 전제무장으로서 과거의 체제와 관습을 타파하며 혁신적인 정책으로 새 시대를 연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섬기지 않는 자들과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를 처단했던 행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복수심을 불태웠다. 이런 행동을 보인 오다 노부나가는 아케치 미쓰히데의 모반으로 교토의 혼노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비록 전국통일의 토대를 마련한 장본인이었지만, 그의 행동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훗날의 사람들에 의해 재해석돼 악마로 불리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물론 게임 속에서도 살아 생전에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귀무자' 시리즈에서는 죽어서까지 생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환마로 등장한다. '귀무자'의 주인공이 오다 노부나가를 습격한 장본인 아케치 미쓰히데의 아들 아케치 사마노스케(가상의 인물로 실제 역사에서는 조카)로, 환마가 된 오다 노부나가를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특히, 3편에서는 혼노지에서 오다 노부나가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혼노지에서 오다 노부나가를 물리치게 된다. 오다 노부나가가 이렇게 환마로 등장하는 것은 '귀무자'뿐만은 아니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 '전국무쌍'은 실존 인물이었던 사나다 유키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마왕으로 불리는 오다 노부나가를 적으로 삼고 진행하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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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약 알렉산더 대왕이 죽지 않았다면

세계 역사를 흔들어 놓는 사건은 역시 전쟁이다.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 역시 역사를 바탕에 두고 있으며, 재해석된 전쟁 역사도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전쟁 역사를 바탕에 둔 게임에는 RTS 장르가 단연 돋보이는데,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와 세계정복을 목표로 과거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라이즈 오브 네이션스' 등이 있다. 이 두 게임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역사적 사실이 아닌 가상의 전쟁 시나리오를 즐기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스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이 어린 나이에 죽지 않고 계속 전쟁을 하며 제국의 영토를 넓혀 나간다던가,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가 아닌 제국주의의 승리로 끝났다던가, 6.25 전쟁이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 국가가 아닌 통일국가로 끝나는 등 실제 역사와 전혀 다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게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과거의 사건을 재해석된 게임 속에서나마 플레이 하며 재미를 볼 수 있는 건 분명하다.

  • 게임 속의 다소 엉뚱한 상상, 미소녀 삼국지 '연희무쌍'

역사적 사건을 다양하게 재해석해 게임의 소재로 삼다 보니 최근엔 다소 엉뚱하게 재해석한 게임까지 등장해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국지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미소녀 삼국지 '연희무쌍'이 등장했기 때문. 이 게임은 삼국지 영웅들이었던 땀냄새 가득한 남자들 대신에 미소녀들이 대거 등장한다. 남자가 한 명 등장하기는 하는데, '진삼국무쌍'의 장합 정도는 우습게 여겨질 정도로, 삼국지 당시 절세미인이라고 불리는 인물 중 한 명인 초선이 근육질 가득한 남자로 등장한다. 이를 제외한 장수들은 국가를 막론하고 미소녀 캐릭터로 등장시켜 게이머들에게 다소 황당한 설정의 삼국지를 보여준다. 아직 국내에 정식 발매된 게임은 아니지만, '연희무쌍'이 발표되자마자 삼국지 영웅들의 신격화하는 중국인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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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픽션 위의 픽션, 역사를 재해석한 게임

역사를 재해석해 발매되는 게임들의 공통점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을 연출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논픽션 위에 픽션이 가미된 시나리오에서부터 과거의 인물을 재창조해내는 캐릭터의 모습을 담은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은 사실과는 다르게 게이머들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게이머들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다양한 역사적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새로운 상황의 연출로 인해 다양한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역사 게임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할 것이며, 현재가 과거의 역사가 되어 재해석돼 등장하는 게임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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