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덴3’ 발매. ‘라이덴’ 시리즈를 돌아보다

1990년, 세이브(Seibu)에서 게임센터에 출시한 '라이덴1'은 그렇게 눈에 띄는 슈팅게임은 아니었다.(다른 슈팅게임에 비해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람들의 동전을 빼앗는 매력이 있던 게임이긴 했지만)게임은 전체적으로 적들의 인공지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는데, 화면의 전/후/좌/우 혹은 건물이나 엄폐물에서 불쑥 튀어나와 미사일을 쏘는 얍삽한(?)플레이는 게이머의 분노를 삼과 동시에 그 분노가 어김없이 동전으로 표출되곤 했다.

|

---|---

1에서는 미사일의 종류도 발칸과 레이저의 두 종류밖에 없었고 서브웨폰도 유도탄과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뉴클리어 미사일의 두 종류밖에 없었다. 또 총 라운드는 8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5스테이지에서는 게임무대가 우주로 옮겨지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높은 난이도로 인해 라운드 클리어는 커녕 우주를 활보하는 게이머조차 거의 눈에 띄지 않던 그러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3년 뒤… 역시 동사에서 '라이덴 2'를 내놓았다. '라이덴 2'는 기본적으로 '1'과 동일하지만 주요 웨폰이 하나 더 추가됐고 폭탄의 종류도 하나 더 추가됐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그래픽적인 퀄러티에서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어 많은 슈팅 게이머들을 현혹시켰다.

당시의 슈팅게임은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나오거나 다른 이미지로 게이머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라이덴 2'는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 아랑곳없이 우직하게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물론, 당시의 슈팅게임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파편'이라는 효과를 두어 확실한 차별점을 제시하긴 했지만...(적을 격추시키면 단순히 그 자리에서 뻥 터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빗맞추면 적의 비행기가 그 자리에서 터지지 않고 지면으로 추락하여 터지는 연출과 사운드는 당시 슈팅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었다. 또한 공중의 적을 떨어뜨려서 운좋게 지상의 적 위에 떨어지면 같이 터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는 물론이요, 지상의 배경에 늘어서 있는 나무가 불탄다거나 집의 천정이 날아간다거나 하는 효과는 정말 놀라웠다.)

|

---|---

'라이덴 2'는 1편과 마찬가지로 1라운드가 8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5스테이지 이후에 우주로 배경이 바뀌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난이도가 1보다 훨씬 더 올라갔으며, 적들의 인공지능도 한층 더 향상되었다. 때문에 스테이지 3을 클리어 하는 게이머도 흔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런 관문을 뚫고 5스테이지를 클리어 함과 동시에 비행기가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가는 장면에서는 그 모든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참고로 필자는 9년 전에 100원으로 '라이덴1', '2'를 1라운드 클리어 했었답니다~ ^^).

필자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라이덴에는 앞에서 말한 것 이외에 보너스라는 요소가 있다. 슈팅 게임에는 보너스가 없는게 일반적인데 '라이덴'에 보너스가 있다보니 필자의 기억에 깊이 남게 된 것이다. 이 보너스는 점수로 얻는 보너스가 아니라 스테이지 도중에 얻게 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역시 '라이덴'답게 멀쩡히 보너스를 먹게 놔두지 않는다. 보너스를 얻으려면 상당한 실력과 반복된 훈련으로 적들의 위치를 모두 꿰고 있어야 한다. '라이덴 1'에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라이덴 2'에서는 3스테이지와 6스테이지에 각각 보너스가 하나씩 숨겨져 있었다. 3스테이지의 보너스는 조금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었지만 6스테이지의 보너스는 운도 뒷받침이 되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필자도 처음에는 보너스가 없는 줄 알았는데 2개 모두 우연히 알게 되었답니다).

|

---|---

'라이덴 2'가 나온지 어느덧 12년… 드디어 '라이덴 3'가 나오고야 말았다. 제작사가 세이브(Seibu)사가 아닌 모스(moss)사 라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라이덴' 시리즈가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아서 반가웠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라이덴3'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서론이 길었지만 그만큼 필자에게는 추억의 게임이었답니다… 흑흑…)

먼저 '3'의 조작법은 기존과 같다. 대부분의 슈팅게임이 그렇듯이 단순하게 미사일과 폭탄의 버튼 두 개 뿐이다. 그러나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그래픽과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발전을 보여준다(3D로 바뀌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리즈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화면은 인칭 변화 없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시작하는 메인 웨폰은 발칸(빨간색)인데 기존 시리즈에서 발칸미사일 2개를 획득한 것과 같은 미사일이 기본무기가 되었다는게 색다르다.(다시 말해 난이도가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

---|---

기본적으로 나오는 적들이나 보스들은 생김새와 공격패턴이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다(물론 그래픽적인 면에서 조금 발전을 보였다.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이야기)그러나 기존 시리즈와 흐름이 같은 것은 스테이지 3까지의 이야기이고 스테이지 4부터는 '라이덴 2'의 스테이지를 여기저기 뒤섞어 놓았다.

무기면에서도 그다지 달라진 점은 없다. 기존의 발칸(빨간색)이나 레이저(파란색)무기는 동일하고 '라이덴 2'에서 새롭게 추가된 프로톤(보라색)이 조금 바뀐 정도다. '2'에서는 처음에 레이저와 동일한 방식으로 나가다가 연타를 계속하면 하나로 묶여 채찍처럼 게이머의 방향으로 휘두르게 되는 무기였는데( 이 채찍의 끝이 적에게 맞으면 그 끝이 적에게 고정된 상태로 플레이어 기체와 적에게 연결된 레이저로서 다른 적들을 없애는 방식이었다. 말이 참 어렵네..--; )'3'에서는 채찍으로 모으는 과정이 생략되고, 바로 적에게 고정이 되지 않게 변경되었다. 그러니까 그저 플레이어의 기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만 왔다갔다 할 뿐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이 무기를 다루는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아마도 초보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메인웨폰이 될 듯….

|

---|---

서브웨폰도 '3'에서 하나 더 추가가 되었다. 기존의 일직선으로만 가는 파괴력 최강의 뉴클리어 미사일(M), 적을 추적하는 파괴력 최악의 유도탄(H) 이외에 레이더미사일(R)이라고 앞의 두 서브웨폰을 혼합시켜놓은 듯한 미사일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전방의 적만을 추적하는 미사일로 파괴력 역시 중간 정도이다. 이외에 폭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면 집중형의 핵폭탄(빨간폭탄)이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폭탄을 떨어뜨리고 터질 때까지 자신의 기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3'에서는 그러한 단점이 없어져서 폭탄을 쓰는 순간 바로 터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아쉬운 부분.

콘솔 게임으로 나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양한 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지 1을 제외하고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따로 선택하여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원코인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슈팅 게이머에게는 정말 반가운 메뉴가 아닐까 싶다('라이덴 1', '2'에서 필자의 경우에는 울면서 스테이지 1부터 무조건 시작을 해야만 했다…). 또한 각 스테이지의 보스들만을 모아서 연속으로 보스전만 싸울 수 있는 모드도 생겨났다. 게다가 자신이 플레이한 데이터를 저장하여 리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모드라든지, 참고플레이 등은 본격적으로 슈팅게임의 고수를 키워내겠다는 제작사의 단호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그 이외에 게임에 나오는 기체들의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모드도 추가되어 뜨거운 머리를 식히는 배려도 들어있다.

'라이덴 3'의 시스템적 변화는 플래시샷 시스템이다. 이는 화면에 등장하는 적을 등장함과 동시에, 즉 가능한 빨리 없애면 그만큼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점수를 중시 여기는 이들에겐 좋은 동기유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본적으로 '라이덴'이 난이도가 높은 슈팅게임이다보니( 비록 3에서 난이도가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라이덴'은 역시 '라이덴'인 것이다. )상당한 반복 플레이를 거치지 않는 한 이 시스템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 확률이 크다.

|

---|---

시스템적인 부분을 벗어나 스스로 만드는 슈팅 게임의 재미는 없을까? 있다. 슈팅게임의 최고봉이면서 궁극의 컨트롤인 더블 플레이 모드. 하나의 컨트롤러로 기체를 두 대 조종하는 모드이다. 말 그대로 왼손과 오른손, 우측뇌와 좌측뇌(?)가 완벽하게 따로 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는 플레이. 이 경지를 통달했다면 당신은 진정한 '라이덴''신'이 되는 것이다(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어떠한 플레이를 보더라도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코웃음 한 방일뿐…).

옵션에서는 난이도와 자신의 기체 수 등을 정할 수 있다. 디폴트는 노멀로 되어있지만 이 조차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기체 대수를 늘리거나 난이도를 낮추어 적응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어떠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싸우기만 하는 정통파 슈팅게임의 '라이덴'에는 무한한 반복 플레이만이 필요할 뿐이다.

|

---|---

지금까지 '라이덴 3'를 비롯해 '라이덴' 시리즈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라이덴 3'가 나왔다는 기쁨과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이 좋았지만 왠지 '라이덴 2'의 색깔을 다소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12년의 공백을 채우고 다시 게이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기존의 색을 잃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으로 제작사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따르면서 더 좋게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자자, 열혈 슈팅게이머들이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대들 앞에 또 하나의 즐거움과 시련이 다가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신'이 되는 그 날까지 훈련과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지어다!

|

---|---

|

---|---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