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를 울리는 게임 속 '비련의 여인'들

영화 '너는 내운명'을 보면 불치의 병에 걸린 한 여인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원하는 한 남자의 애환이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또 드라마 '가을동화'에서는 끝내 이쁜 사랑을 하지 못하고 병에 걸려 삶을 마감하는 송혜교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다.

이렇듯 슬픈 영화나 드라마, 소설은 다른 어떤 콘텐츠들 보다도 훨씬 오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회자되곤 한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극보다는 비극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일까.

특히 여러 비극 중에서도 아름다운 여성이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들어 있거나, 피해를 당한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훨씬 더 각인되는 바가 크게 한다. 아름다운 무언가가 망가지는 모습이 자극적이고, 아직까지 사회적인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슬픔이 더욱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모양. 특히 10~20대의 남성이 대부분인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에게 더욱 크게 반응하고 있다.

유명 RPG인 '파이널 판타지 7'의 '에어리스'는 게이머들을 애끓게 했던 비운의 여주인공 1순위다. 다소곳이 앉아 악으로부터 세뇌된 '세피로스'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에어리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게이머들을 광기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자신이 직접 조종하던 캐릭터가, 게임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희생되는 모습은 당시 게이머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을 것, 특히 희생된 그녀가 마지막까지 그녀의 의지로 결국 세계를 구하는 모습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이머들의 가슴을 저미고 있다.


'인간이 아닌 자'들의 축제(?)로 이름높은 '베르세르크: 광전사의 갑주를 걸치고'의 캐스커 또한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꼽힌다. 가츠와 함께 벗어날 수 없는 낙인이 찍혀 영원히 괴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데다 새로운 마계의 왕 그리피스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는 그녀. 다소 보이시한 외모 때문에 가냘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녀 또한 대표적인 비운의 여인이다.


한 때 적이었지만 아군으로 돌아서고 마침내 자신을 희생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아크라 또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 로이드 일행과 적이었던 그녀는 어떠한 일을 계기로 로이드들과 같이 행동하게 되고, 마지막에 일행을 도와 수정을 깨지만 결국 브림힐트에게 죽음을 당한다. 엔딩에서 아크라의 머리띠를 보면서 슬퍼하는 주인공 러덕의 모습은 게이머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외에도 녹슨 바퀴가 움직이듯 끼익 끼익 들리는 비명소리와 어디선가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일품인 공포게임 '사힐런트 힐 3'에서는 악몽에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히로인의 모습이 압권이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그 상황 자체가 진저리치게 될 정도다.

또 인기 MMORPG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전쟁 중에서 비련의 여인이 나오는 퀘스트가 많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바로 '설리 발루의 편지' 퀘스트.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격전지인 탄돌 교각의 물 속에 있는 드워프 용사 설리 발루의 시체가 손에 꼭 쥔 편지에서 시작되는 이 퀘스트는 자신의 부인 사라 발루에게 보내는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에서 시작되고, 게이머는 수도 아이언포지에서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사라 발루에 그 편지를 전달한 후 그녀의 피맺힌 통곡과 전쟁에 대한 저주를 들으며 긴 퀘스트의 시작을 알게 된다.

이외에도 '파이널 판타지6'에서는 환수와 인간의 혼혈아로써 벡터 제국의 가스트라 황제에 부모를 잃고 그에 의해 길러져 제국과 케프카에 의해 이용 당하는 비운의 여주인공 티나 브렌포드가 등장하며, '판타지 스타2'에서도 마계랑 합성된 체로 늙지않는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해 게이머들의 머리속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비운의 여 주인공이 나오는 게임을 주로 즐긴 한 게이머는 "액션, 어드벤처 등 많은 게임이 있지만 역시 슬픔을 다루고 있는 게임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며, "타겟층이 젊은 남성들이기 때문인지 여인의 눈물에 동조하는 게이머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 게이머는 또 "향후에도 게임 속에 아름답고 좋은 환경의 히로인이 등장할테지만 비운의 여인도 틈틈이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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