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말하는 개발에 필요한 콘텐츠는?

영화, 음악, 소설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은 언제나 많은 영감을 필요로 한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남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조자들은 사람이 적은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조용한 산길을 산책하고,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방해 받지 않고 정리할 수도 있고, 우연히 여행간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영감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컴퓨터 앞에 앉아 c++, 맥스, 자바 등의 복잡한 프로그램을 다루느라 골머리를 썩고 바쁜 스케줄에 쫓겨 새우잠을 자는 일도 다반사인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멀리 여행을 가거나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는 것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도 고갈되어가는 아이디어 샘을 채우는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양한 문화생활.

'군주온라인' '타임앤테일즈' 등으로 유명한 개발업체 엔도어즈에서 자사의 현직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흔히 즐기는 문화생활 중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되는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는 설문을 진행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작품들을 선택했을까.

* 시각과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 영화 부분

게임에서 느끼기 어려운 웅장함과 비장함, 스펙터클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 부분에는 판타지,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많은 영화들이 등장해 경쟁을 펼쳤다. 이중 1위를 차지한 작품은 판타지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반지 전쟁'을 영화화 시킨 '반지의 제왕'(전 투표중 83%) 시리즈가 차지했다. 이 작품을 꼽은 큰 이유로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장르인 판타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과 현실감이 넘치는 설정 때문. 아쉽게 1위를 놓친 2위에는 가상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매트릭스'가, 3위에는 대망의 6부작이 모두 완결된 SF 대작 '스타워즈', 4위에는 소설로도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가 차지했다. 이 외에도 조니댑의 연기가 돋보이는 '캐리비안의 해적'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나니아연대기' 등이 각각 5, 6위를 차지했고 'X맨' '스파이더맨' '괴물' '에일리언'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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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부한 상상력을 경험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부분

영화 못지않게 개발자들에게 사랑 받는 콘텐츠인 애니메이션. 개발자들은 어떤 작품들을 선호했을까. 1위에는 매트릭스보다 더 두근거리게 만드는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각기동대'(전 투표중 32%)가 차지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심오한 스토리 전개와 눈을 의심하게 하는 반전, 현실 못지않은 꼼꼼한 시대관 설정 등이다. 2위에는 모빌슈츠의 등장과 드라마 못지않은 전개로 아직까지도 사랑 받고 있는 '건담' 시리즈가, 3위에는 판타지와 SF의 만남 '에스카플로네'가 차지했다. 4위와 5위에는 '카라스' '카우보이 비밥'이 각각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에반게리온' '천공의성 라퓨타' '아키라' '파이널 판타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순위권에 들었다. 특히 애니메이션 부분은 제패니메이션들이 모두 차지했으며, SF, 드라마, 판타지 등 영화 못지 않게 다양한 장르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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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처럼 기억 남는 대사와 연출, 만화 부분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한장 한장, 대사와 연출, 그림 등을 곱씹어서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만화. 영상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만화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은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전 투표중 31%)이 차지했다. 이 작품을 개발자들이 선호한 이유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세계와 코믹한 요소, 화려한 전투 장면 등을 꼽았다. 이 뒤를 전 투표중 26%를 차지한 액션 활극 '베르세르크'가 뽑혔다. 3위에는 해적 루피의 모험을 그린 '원피스'가, 4위에는 세상에 떨어진 한권의 데스노트를 두고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치는 '데스노트', 5위에는 영원한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가 선정됐다. 이 외에 닌자 만화 '나루토', 시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이 특징인 '20세기 소년' 등이 뽑혔고, '몬스터' '베가본드' '강철의 연금술사' 등이 10위권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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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와 휴식, 웃음을 즐길 수 있는 TV 부분

마지막으로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TV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작품들이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TV 부분 대망의 1위에는 최근에도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는 사극 '주몽'(전 투표중 17%)이 다양한 사극과 드라마를 제치고 선정됐다. '주몽'이 선정된 가장 큰 이유로 국내 역사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다양한 전투신, 인물들간의 갈등 등을 뽑았다. 2위에는 일요일 저녁 큰 웃음을 안겨주는 '개그콘서트'가, 3위에는 다양한 다큐멘터리로 채워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각각 속했다. 이 뒤로 4위 '무한도전', 5위 '역사스페셜', 6위 '웃찾사' 등이 선정됐다. 이 외에도 '9시뉴스' '동물농장' 'CSI과학수사대' '대조영' 등이 순위에 자리 잡았다. 이 결과 중 특이한 점은 '9시뉴스'가 7위를 차지했다는 점. 순위를 차지한 작품들은 대부분 가볍게 보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며, '주몽' '역사스페셜' '대조영' 등 실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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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많은 개발자들이 완벽에 가까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힘과 위안을 주고 아이디어까지 제공해주는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많이 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신이 게임 개발자라면, 혹은 게임개발에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위 순위의 콘텐츠들을 한번쯤 진지하게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위의 개발자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는 쉽게 웃어 넘겨버리거나 가볍게 생각했던 하나의 콘텐츠가 누군가에는 새로운 세계,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꼭 위의 작품들을 봐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받았는지 게임과 비교해 즐겨본다면 개발을 꿈꾸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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