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쪼가리? 이걸 귀엽다고 해야 하나. 꼴사납다고 해야 하나!

selseta kyky@korea.com

닌자 활극 천추와 아머드코어로 유명한 프롬소프트에서 괴작을 하나 발표했다. 쉐이더로 비벼 미려하게 보이는 화면대신, 울퉁불퉁 네모난 블록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별난 게임이다. 게임의 설정 역시 심오한 교훈(敎訓)이나 세기말의 진지함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이 특징. "세상이여 반숙이 되어라"라고 뜬금없이 외치는 스퀘어의 반숙영웅처럼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함이 게임 곳곳에서 묻어 나온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프롬의 괴작하면 떠오르는 무라쿠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는 도전정신이 돋보인다기 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게임이 진화하고 정형화되면서 잊어버리고 버려진 그 무언가를 게임에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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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히어로와 아주 비슷한 설정의 반숙영웅.
역시 2D와 3D게임을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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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설정보다는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 했던 시도
때문에 괴작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프롬의 무라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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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도트게임히어로즈(이하 도트히어로즈)의 첫 인상은 "PS3 플랫폼이 아까울 정도로 대충 만들어진 게임!"이다. 도트란 테마답게 큼직하게 각진 화면은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유려함 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음향효과 역시 단조로운데다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날카로워 최근 여타게임들이 추구 하는 현장감이나 웅장함과는 동떨어져 있다. 게다가 게임진행 방식마저 단조로운 탓에 저예산에 급조한 B급게임의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트히어로가 추구하는 게임성은 최근 게임의 추세와 전혀 다르다. 기존의 잣대로 게임의 판단하자면 제작사가 안배한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도트히어로의 속내를 살펴보려면 우선 패미콤에서 슈퍼패미콤으로 이어지는 게임들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돈과 시간을 지불하지 않아도 충분히 게임을 만들 수 있고 덕분에 여러 제작사들이 뿜어내는 가벼우면서 재치와 엽기가 공존하는 그런 게임세계를 말이다. 도트히어로는 수학 공식처럼 정형화 되어버린 최근 게임에서 도태된 이런 향수(?)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저 그런 B급 괴작 정도로 치부할 게임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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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성의 없는 화면. 하지만 그 시절
그 게임이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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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화면도 조촐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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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질 보다는 옛 게임의 향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콘솔로 한정하자면)패미콤 시절에서 PS3 또는 XBox360에 이르기까지 게임은 급속한 발전을 해왔다. 비주얼적인 면에서부터 게임 시스템까지 비약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 이제는 "현실 또는 실사를 어느 정도까지 게임에 구현할 수 있는가"가 완성도의 척도가 될 정도다. 게임이 진화하면 버려지는 것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게이머들의 시대적 취향에 맞추고 재미를 방해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잘라 버렸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이렇게 퇴출된 요소들은 어감부터 좋지 않은 노가다와 불편함, 그리고 불친절이다. 빠르고 쉽고 간단하게 재미를 얻고자 하는 것이 최근 게이머들의 취향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이란 규칙과 제한에서 재미가 태어나는 법이다. 게임과 게이머가 정한 약속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이 진행 된다는 얘기다.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리는 것도 물건은 상점에서 사야한다는 것도 게임과 게이머가 정한 규칙이고 약속이다. 이런 약속이 게임 즉 시스템에 유리하게 되어 있으면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러면 조그만 조작 실수로 게임오버가 되는 것은 기본.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 지겹게 필드를 해매기도 하고 혀를 내두르는 어려운 전투에 "이건 사기다!"라고 연발하게 된다. 한마디로 게임이 불편하고 불친절 하게 여겨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게이머의 편의 위주로 약속이 이루어지면 게임은 느긋해 진다. 심심치 않은 손맛을 느끼며 여유롭게 게임이 준비한 멋진 세계를 보고 즐기게 된다. 이것이 최근 게임의 특징이기도 한데 게임오버가 없는 페르시아왕자4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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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이지만 퍼즐을 풀 힌트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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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거의 대부분 아무런 단서 없이 미로를 해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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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는 게임오버로 이어지기 쉽다

도트히어로즈는 이런 게이머 위주의 불평등 조약을 과거로 되돌리자는 것이 게임의 모토다. 때문에 줄기차게 미로 같은 필드를 쏘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생각과 달리 엉뚱하게 움직이는 손끝에 짜증을 뛰어 넘어 광분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트히어로즈는 노가다와 불편함 그리고 불친절함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 특징이 되었다. 그러나 필드에 덩그러니 내던져 졌을 때 길을 찾아내는 쾌감도, 막막하기만 한 퍼즐을 혹시 하면서 풀어내는 재미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게임과는 차별 되는 단점이자 장점. 패미콤 세대의 올드게이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도트히어로즈만의 재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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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다니는 길이지만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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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동도 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곳은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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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히어로즈는 보이는 화면만큼이나 가벼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선악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그리지도 않았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번민하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봉인된 마왕이 풀려나 세계를 위협한다는 90년대 초반의 전형적인 RPG스토리를 가공 없이 채용하고 있다. 덕분에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일본어를 몰라도 전체적인 스토리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어디서 봄직한 화면 진행만으로 충분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으로 보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맛은 게임에서 찾기 힘들게 되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결말이 눈에 선하니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여기에 복고풍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코믹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 도트히어로즈의 전체적인 모습. 게임의 발전을 빗댄 것인데 왕국의 근대화에 따라 2D에서 3D로 환골탈태가 그 골자다. 배경과 캐릭터를 폴리곤을 사용해 만들었다. 그런데 화면은 안티 얼라이징 정도는 안드로메다로 보낼 정도로 각져 있다. 아직 3D로 발전이 끝나지 않아 2D의 상징이었던 도트가 남아 있다는 것이 그 이유. 물론 도트가 상징하는 것은 90년대 게임들의 향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폴리곤으로 된 3D에 어울리지 않는 도트는 "그 옛날 게임의 게임성을 다시 한 번!"이라는 제작사의 노림수가 그대로 반영된 대목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2D와 3D의 갈등(?)이라는 맛이 참신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스퀘어의 반숙영웅에서 한번 써먹은 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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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마왕을 봉인 한 용사가 있었다는
그렇고 그런 전설이 게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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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봉인한 용사는 자신의 검을 봉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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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토당토 하지 않은 2D 3D를 운운하는 국왕. 생긴 것처럼 좀 모자란다

괴작이라는 말 그대로 불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스토리와 괴상망측한 도트가 화면을 차지하는 도트히어로즈. 그 탓인지 게임의 전개 역시 엉뚱하기 그지없다. 뜬금없이 너는 HDR(High Dynamic Range 대부분 쉐이더 3.0부터 지원하는 특수 효과로 일명 뽀샤시 효과라고도 불린다)를 아느냐고 질문을 해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을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며 허무개그를 연발하는 NPC도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촌극 방불케 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만 제작진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만들었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덕분에 게임의 큰 줄기 이외에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한글화가 아닌 만큼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도트히어로즈의 일본어는 무척 쉬운 편이다. 문장과 단어도 간단하지만 결정적으로 한자를 거의 쓰지 않아서다. 드래곤 퀘스트처럼 과거 게임의 느낌을 살려 보자는 것이 그 속내 . 패미콤 시대의 게임들은 하드웨어적인 한계 때문에 상대적으로 히라가나보다 비트수가 높은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거나 일본어 초보자에게는 그만인 게임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난해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한자 없는 일본어는 읽어내기고 알아채기가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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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며 허무개그를 하는 N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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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퀘와 같이 과거의 향수를 위해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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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사전 찾기는 쉽지만 뜻을 읽기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게임은 ARPG 형태를 띠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트히어로즈에서 현대식의 ARPG의 화려함이나 정교함을 찾아내려하면 난감해진다. 대전게임의 방불케 하는 콤보는 고사하고 칼부림 하나가 액션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90년대의 슈퍼 패미콤의 젤다의 전설이나 이스 시리즈를 떠올리면 딱이다. 아니 점프도 없으니 도트히어로즈가 만들어내는 액션성은 그 이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무기에 재미있는 설정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검을 재련하면 파워가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길게도, 두껍게도 만들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화면을 꽉 채우는 검을 만들 수도 있는데 검을 방향키로 회전시켜 벨 수 있다는 것이 더해지면서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를 준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에서의 공격은 직선만이다. 그러나 직선으로 검을 내친 후에 방향키를 돌리면 비겁하게 게이머만 사선으로 공격 있다는 설정이다. 여기다 오브젝트 관통 속성까지 무기에 더하면 꽤 시원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검을 한번 휘두르면 화면의 적이 모두 사라지기도 한다. 덕분에 검을 휘두르는 단순한 액션 뿐이지만 검을 방향키로 휘두르는 조작이 더해져 생각보다 분주한 조작감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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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그냥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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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쉬 공격이 있기는 하지만 특정 이벤트를 제외하면
필요성도 없을뿐더러 잘못 쓰면 자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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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러운 점은 검을 방향키로 휘두른다는 설정이 단순한 조작감을 보완해 준다

판타지가 배경인 만큼 마법도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검을 휘두르며 마법을 쏘아대는 전투를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트히어로즈에서 마법은 단지 막힌 길을 뚫고 잠긴 문을 여는 열쇠 정도의 역할만 수행한다. 때문에 적어도 이스 시리즈의 마법처럼 배고 휘두르는데 쏘는 맛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고라는 게임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심심한 전투가 좀 더 윤택해지지 않았을까 해서다. 뭐 검의 공격범위가 워낙 길고 넓은 탓에 원거리 마법 자체가 무용(無用)한 시스템이지만 말이다. 단순 명료한 액션이라고는 하지만 도트히어로즈 특유의 미로와 퍼즐과 만나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방향키를 비벼 대고 자신의 조작미스에 분노하고 새로 얻은 무기의 성능에 만족해 할만한 전투는 쯤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의 기라성 같은 ARPG에 비교하자면 초라하기는 하다. 그러나 올드 게이머들의 추억의 그 맛을 다시 살려준 것만은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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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전투용 이라기보다는 길을 열고 퍼즐을
푸는 열쇠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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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전투라고 하지만 미로와 퍼즐이 더해지면
꽤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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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히어로즈의 세계는 그 자체가 거대한 미로로 되어 있다. 목적지인 신전(던전)으로 이동할 때도 하다못해 마을까지도 미로가 둘러싸고 있다. 때문에 이동 자체가 짜증으로 변할 때가 대부분이다. 맵을 챙겨보고 길을 기억해두는 치밀한 움직임 대신 일단 움직이고 보자는 생각이면 미아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임진행에 필수 아이템이나 무기 등을 필드 곳곳에 숨겨두었다. 필드 곳곳에 잔재미와 보상을 주는 숨겨진 이벤트들도 다수 존재한다. 90년대 초반 게임들이 부족한 게임성을 보완하고 플레이 타임을 늘릴 때 주로 사용하던 방법을 그대로 가져 왔다는 얘기다. 미로를 푸는 방법도 현실성과 편의성을 중요시 하는 최근의 게임과는 전혀 딴판이다. 게임진행에 필요한 정보는 아예 없는 때가 더 많다. 잘 보이지 않은 사각지대에 조그마하게 길을 내놓거나 뜬금없이 비밀통로를 찾아야 하기도 하는데 "치사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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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과 계단 사이 사각에 치사하게도
비밀통로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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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이벤트가 기록되어 있는 시스템 창. 불친절함이
테마인 만큼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지 이벤트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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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내부 역시 미로로 이루어 졌다. 필드와는 다르게 작은 방들이 통로처럼 모이고 그 끝은 보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다. 물론 작은 방에서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적들과 퍼즐. 작게는 적을 처리하고 퍼즐을 해결하며 방을 지나가고, 크게는 방으로 이루어진 미로를 풀어내 보스가 있는 방으로 이동하는 것이 던전의 목적이다. 물론 던전의 미로도 빌빌 꼬아 놓았다. 문을 여는 열쇠를 찾아 동분서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브젝트를 밀어 내어 상자를 얻고 숨겨져 있는 스위치를 찾아야 길이 열리기도 한다. 여기에 90년대식 노가다 "떨어지면 다친다"와 "처음부터 다시"가 결합되어 있다. 게임오버 되면 던전 입구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실수가 게임 오버로 연결되면 패드를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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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은 작은 방들이 통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 끝에는 보스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방들의
퍼즐을 풀어야 진행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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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끝에 기다리는 보스를 처리하면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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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몇 개의 공격 패턴을 이해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훌륭한 A.I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얘기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시대착오적 말이 딱이지만 실제로 도트히어로즈는 짜증과 재미가 교차하는 게임이다. 실로 오랜만에 미니 맵 상에는 목적지가 보이는데 도대체가 갈 수가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우연히 길을 발견했을 때의 통쾌함도 맛보았다.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건너가고 뛰어 넘는 구태의연한 설정도 반가웠다. 그중 백미는 실수는 "처음부터 다시"라는 90년대식 노가다. 도트히어로즈는 대미지를 받으면 무조건 검의 위력과 범위가 줄어든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실수는 난이도의 대폭 증가에서 게임오버,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로 이어지기 쉽다. 덕분에 생긴 긴장과 좌절 그리고 클리어 했을 때의 성취감이 잊었던 그 시절 그 느낌을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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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상에는 바로 앞에 보이는 목적지. 그런데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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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얻어 막힌 길을 뚫는다.
정말 반갑고도 정겨운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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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패미콤의 8M 카드릿지를 기억하는가! 용량의 한계 때문에 음성지원은 커녕 단조로운 도트 쪼가리들로 화면을 꽉 채운 화면을 말이다. 도트히어로즈는 그런 롬팩 시대의 그래픽을 폴리곤으로 재현해 놓았다. 여기에 최근 게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쉐이더나 파티클 등의 특수효과가 추가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 그 게임처럼 심심한 화면이지만 초라해 보이지는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복고풍의 느낌은 더욱 강렬해 진다. 메뉴를 열면 보이는 시스템 창은 용량 제한에 허덕이던 단출한 텍스트 창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게다가 BGM 역시 음악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날카롭고 산만하다. 슈퍼패미콤이나 메가드라이브의 FM사운드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도트히어로즈를 플레이 하고 있자면 도대체 블루레이의 고용량을 두었다 뭐했는지 궁금해진다. 이정도 볼륨이라면 롬 카드릿지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해서다. 그러나 2D에서 3D로 진화하는 과정이라는 게임의 설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 화면에 과할 정도의 특수효과 하며 FM사운드 같은 배경음악인데 5.1채널을 생각보다 잘 표현한 효과음은 변화와 발전에서 생기는 부조화를 비꼬는 것 같아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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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복고가 테마라지만 이건 쫌 너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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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 숨겨진 방을 찾으면 개발자들의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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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히어로즈는 제작사의 게임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담겨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발전과 함께 버려지고 도태된 노가다와 불편함, 그리고 불친절함을 이용해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필자는 그 시절 그 게임의 추억의 떠올릴 수도, 게임에 대한 열정을 다시 상기할 수도 있었다. 허나 과도하게 사용된 특수 효과가 이유인지 단순 극치의 화면인데도 게임이 끊기는 것은 불만이었다. 만들고 나니 게임의 볼륨감이 초라해 보였는지 사족처럼 끼워 놓은 캐릭터 편집 모드도 썩 내키지 않았다. 기능만 따지자면 다운 받은 사진이나 자료나 혹은 직접 점(도트)을 찍어 캐릭터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고마운(?) 메뉴. 그러나 기껏 만들어 놓은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다. 올드 게이머로서의 애착을 떠나 도트히어로즈를 살펴보면 게임은 문제 덩어리로 바뀐다.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의 장점들이 게이머 편의 위주의 최근게임에 익숙한 이들에게 어필하기는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렁뚱땅 만들어져 성별 구별이 힘든 캐릭터 하며 볼품없이 단순한 필드에 불친절한 시스템이 합쳐졌으니 딱 B급 괴작으로 보일 것이다.
만일 밀레니엄 전에 출시되었다면 도트히어로즈는 명작에는 미치지 못할 지도는 몰라도 수작에는 들 만한 게임일 것이다. 게임성 자체는 충분하다는 얘기. 게다가 최근 공식처럼 정해진 게임의 재미를 꼬집은 것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일 것이다. 그러나 신규 게이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조금이라도 만들어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게임의 잣대로 봐서는 도대체 플레이할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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