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컨트롤러, 새로운 재미 안겨주나

얼마 전, 닌텐도가 8월2일 미 특허청에 제출한 '모션 센싱 휴대용 게임기' 특허가 관련 업계와 많은 게이머들의 화제를 불러왔다. 이 75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기울기나 움직임, 충격 등 여러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삽화가 포함돼 있다. 닌텐도에서는 이 특허 신청에 대해 "매년 제출하고 있는 100여개의 특허 신청 중 하나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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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감 코드'를 잡아라!

가정용 게임기로 불어오는 '체감' 열풍은 거세다. 두 개의 스크린과 '터치'를 크게 강조한 휴대용 게임기 NDS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판매량 5,000만 대를 돌파했다. 또한,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PS3의 '육축(SIXAXIS) 컨트롤러'나 닌텐도 Wii의 '위모콘(Wii+Remote-control)' 등에서도 모션 센서를 이용한 새로운 조작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다른 게임기에서도 기존의 8방향 이동을 벗어나 360도 전 방위 조작이 가능한 아날로그 스틱의 채용은 필수일 정도다. 이처럼 체감 기능이 내장된 새로운 컨트롤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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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전의 콘솔기기에서도 다양한 체감형 컨트롤러가 등장했었다. 그런데도 요즘에 와서야 새삼스럽게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체감형 컨트롤러를 처음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여 구입해야 하는 '보조 컨트롤러'가 아닌 '주 컨트롤러'가 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개발사들 입장에서도 소수 게이머들이 아닌 해당 콘솔기기를 이용하는 게이머 모두를 위한 타이틀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 가정에서도 게임을 좀 더 리얼하게 즐기고 싶다!

지금이야 많이 시들었지만, 과거 아케이드 게임장은 특이한 조작 체계를 가진 체감형 게임기들의 천국이었다.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 뛰어난 그래픽과 빠른 속도감을 체험할 수 있었던 레이싱 게임, 현란한 음악과 그래픽으로 전국에 대대적인 음악 열풍을 이끈 'DDR'이나 'EZ2DJ' 같은 리듬비트 게임 등이 있었던 것이다. 강한 체감성을 바탕으로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도 있고, 다른 이용자들에게 과시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었다.

다만 이런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기는 무척 고가라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한 가정용 컨트롤러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 결과물이 작게는 가정에서 아케이드 게임장의 느낌을 즐기려는 커다란 '조이스틱'에서부터,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마니아들을 위한 '비행 조이스틱', 레이싱 게임 마니아들을 위한 '레이싱 휠', '리듬 비트 게임 컨트롤러'나 건 슈팅 게임용 '건 컨트롤러' 등에 이른다. 최근에는 '삼국지 대전' 같은 카드를 이용한 이색 체감 아케이드 게임도 터치를 이용한 NDS 특성에 맞춰 이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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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조이패드'나 '키보드', '마우스'만으로는 게임들마다 완연히 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래서 각 게임만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정용만의 독특한 조작체계도 끊임없이 연구되어 왔고 다양한 형태의 컨트롤러가 등장했다. 360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날로그 스틱'에서부터 닌텐도64에서 처음 도입된 '진동' 기능, 숨을 불어넣어 인식하게 하는 '바람 압력 감지'(GBA)나 '음성 인식'(NDS), '태양 센서'(GBA)가 부착된 '우리들의 태양' 같은 게임도 있었다. 특이하게도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용 소프트인 '데굴데굴 카비'는 카트리지에 기울기 센서를 부착해 본체를 돌려 진행하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 새로움이 만능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컨트롤러들은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작 체계는 새로운 재미의 가능성을 줄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재미를 이끌어 주지는 못한다. 파격적인 디자인의 컨트롤러를 만들어도, 기존의 일부 게임 마니아들로부터 생소하다는 반응을 얻는 경우도 있다. 너무 생소한 조작체계는 익숙함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접근성 면에서 약점을 지니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PS3의 컨트롤러는 '진동' 기능을 없애고 '육축'이라는 생소한 조작체계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도 그 '육축'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임이 없다. 물론 PSN(Play Station Network)을 통해 다운로드 할 수 있는 'Super Rub-A-Dub'같은 게임들에서는 '육축'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 게임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제대로 만나보기 힘든 것이 사실. 최근 소니의 퍼스트 파티 Factor Five에서 직접 개발했지만 조작 체계에 대해 혹평을 듣고 있는 블록버스터 게임 '레어'의 예는 새로운 조작 체계가 만능인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도쿄 게임쇼 2007에서 공개된 '진동 기능' 포함 '육축' 컨트롤러가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러한 '친숙함'에 따른 '접근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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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Wii의 경우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작 플랫폼 홀더인 닌텐도만 모션 센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모콘의 기능과 응용 가능성을 론칭 타이틀인 'Wii 스포츠'에서 거의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 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부분에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다.

* 더욱 큰 변화를 꿈꾸며

그럼에도 이러한 체감 컨트롤러는 게임의 새로운 재미를 알려주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체감' 컨트롤러의 특징을 활용한 게임이 신규 게이머층 확대에도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닌텐도의 NDS외에도 Wii 같은 경우는 작년 12월 출시 이후 최단 기간 내 천만 대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체감' 코드에 대한 관심은 올 E3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닌텐도에서 건강관리 소프트 'Wii Fit'을 소개하며 압력 감지가 되는 확장 컨트롤러 '밸런스 보드'를 함께 선보인 것. 이를 통해 다른 경쟁 콘솔기기인 PS3나 Xbox 360에 비해 단연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게이머들은 이 보드를 통해 운동이나 서퍼 놀이 등 여러 가지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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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게임이란 즐거움을 위한 유희 문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고 그것이 조작체계의 변화로 끊임없는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체감형 컨트롤러와 그것을 통해 디테일하고 풍부한 유희를 주는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게임동아 객원필자 블루파일(mykyoko@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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