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만 변하나? 게이머들도 변한다!

1996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으로 잘 알려진 '바람의 나라'가 서비스를 개시한지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4년이란 세월은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동안 게임의 퀄리티가 이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물론이며,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나타나고 인기를 얻는가하면 사라져가기도 했다.

비단 게임 업계의 동향만이 변한 것은 아니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반 번은 더 변할 수 있는 14년이란 시간동안 게이머들이 게임을 대하는 태도, 플레이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게임을 즐긴다'라는 명제는 여전하지만 게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 '닥사'는 그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시작한 게이머들

지금도 그렇지만 초창기 온라인게임 시장의 대세는 MMORPG였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등의 게임들은 큰 인기를 얻었으며, 게이머들의 플레이 성향은 자연스레 이들 게임의 콘텐츠가 가진 특징에 맞춰서 정해졌다.

최근의 게임들이 PvP, RvR 등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것에 반해, 초창기의 게임들에는 이러한 콘텐츠가 없었으므로 게이머들은 자연스레 사냥과 아이템 수집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대부분 '닥사'로 칭해지는 몬스터 사냥과 아이템 수집 등의 플레이 양상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게임에 다양한 대규모 전투나 인스턴스 던전 등의 다양한 게임 콘텐츠가 생겨 났으며, 즐길 요소가 많아진 게이머들의 플레이 성향 역시 자연스럽게 이들 콘텐츠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했다. 또한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시나리오를 강조한 MMORPG가 대거 등장하며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해 오로지 사냥에만 집중해야 했던 게이머들이 게임의 콘텐츠 전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의 수명을 길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가져왔다. 단순한 반복 행동에 염증을 느껴 게임을 포기했던 게이머들이 RvR이나 파티를 이뤄 인스턴스 던전을 공략하는 등 게이머들 서로가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에 이끌려 게임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내의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의 결과로 게이머들의 길드, 팸 등의 활동으로 온라인 인맥을 다지는 모습은 초창기와는 다른 게이머들의 모습이다. 실제로 게임 콘텐츠 그 자체보다 게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며, 게임을 통해 결혼에 성공하는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살펴볼 수 있게 됐다.

* 내가 즐기는 게임, 내 의견으로 발전 시킨다

최근 TV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프로그램의 내용과 흐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시청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 시청자들의 의견 때문에 드라마의 내용이 변경된다거나 예능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빠지고 추가되는 등의 상황까지 벌어질 정도로 문화 콘텐츠의 수용자가 수용자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제작자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온라인게임에서도 이런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시판,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며, 게임사들 역시 오프라인 행사와 각종 공모전을 통해 게이머들의 아이디어를 게임의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공모전에서 수용하는 콘텐츠의 범위도 다양해져서 게임에 등장하는 신규 캐릭터와 신규 아이템을 비롯해 공식 대회에 사용되는 게임 맵과 게임 시나리오까지 게이머들의 손길이 닿고 있는 것이 최근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게이머들이 갖는 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과거에는 수동적인 사용자에 그쳤던 게이머들이 최근에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게임성에까지 영향을 피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게임의 발전 속도가 이전 시장에 비해 빨라진 것에는 게임의 발전과 게이머들의 발전이 서로 어우러져 내고 있는 시너지 효과 덕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넘치는 게임들, 높아지는 게이머들의 기준

게임의 흥망성쇠를 손에 쥔 채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게임의 흥망성쇠를 지켜 본 최근의 게이머들은 그야말로 까다롭다. 어지간한 수준의 게임으로는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기존 시장에 녹아드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수준이 아닌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게임들이 실패를 겪는 일들도 종종 드러나는 것이 최근의 게임 시장의 현황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높아진 게이머들의 기준과 포화 상태라고 표현될 정도로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한 시장 상황이 어우러져 생긴 결과라고 답한다.

워낙에 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고, 이들 게임들의 게임성을 게이머들이 일일이 다 파악할 시간이 없으니, 게이머들이 기존의 게임에 주던 관심을 신작으로 돌리기 보다는 자신이 즐기던 게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 판단의 1차적인 기준이 게임의 콘텐츠가 아닌 시각적인 면에 치중되다 보니, 어지간한 대작이 아닌 게임들이 아니고서는 준수한 완성도를 지닌 게임들도 국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의 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내 게임 시장의 인기 편중 현상이 더욱 고착화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시장이 거대하게 변하고 있지만 게이머의 수는 한정적이다 보니,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게임들의 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게이머들은 그래픽 이외의 면에서 게임의 장점을 찾고, 개발사들은 게이머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를 공략하려는 노력을 해야 온라인게임 시장 전체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