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행사와는 닮은 듯 다른 모습의 차이나조이 2010

국내에 중국산 온라인게임이 소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도 상승하고 있다. 자신들이 즐기고 있는, 또는 즐기게 될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게이머들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막상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중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며, 고생해서 찾은 정보도 신뢰하기 힘들다.

그런 게이머들에게 '차이나조이'는 상당히 큰 의의를 지니는 행사이다. 이 기간만큼은 중국 게임시장에 대한 따끈따끈한 정보가 대거 공개돼 정보에 목말랐던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한국의 게임행사인 지스타의 목적과 의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차이나조이의 현장 분위기 또한 지스타와 비슷한 것일까? 혹자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대답은 모두 맞는 말이다. 차이나조이는 이런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엄청난 인파, 가중되는 무질서

차이나조이를 언급할 때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말이다. 실제로 차이나조이는 이런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스타 역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행사지만, 인구와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하면 '규모'라는 측면에서 차이나조이와 절대적인 비교는 무리일 정도다.

단지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면서도 행사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을 보고 있으면 어째서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의 수가 많다보니 필연적으로 현장의 질서 유지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차이나조이의 현장이다. 업체에서 배포한 기념물과 전단지는 발에 밟혀 찢어진 채로 바닥에 굴러다니며,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먹던 음료수 캔과 병을 부스 구조물이나 행사장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던져버리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사진 촬영 시 아무렇지 않게 상대의 카메라 앞을 가로막고 선다거나, 앞 사람의 등을 손으로 밀치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만드는 삐딱한 의미의 '개척자'들도 행사장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지역색, 국가색, 또는 개개인의 인격 문제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차이나조이가 갖고 있는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차이나조이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명확한 문제이다.

부스걸들은 대기실이 없어 행사장 구석에 우르르 몰려 바닥에 앉아 있으며, 현장이 매우 무질서 함에도 질서 통제를 위한 담당자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은 지스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 게임체험보다는 이벤트가 더 좋아요

차이나조이 현장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게임 체험보다는 부스 이벤트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차이나조이 2010 현장에서 게임 시연대는 대부분 비어있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이번 행사의 최고 기대작으로 평가받던 '신병전기'와 '유성호접검' 같은 게임들의 시연대 조차 한산한 모습을 보여, 게임 플레이를 원하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신작, 기대작을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지스타 현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아리따운 부스걸들이 등장하는 이벤트에 남자 게이머들이 반응하는 것은 화학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인정받고 존중받아 마땅할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텅 비어 있는 게임 시연 부스와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있는 이벤트 무대의 괴리감은 씁쓸함을 남긴다.

이런 특성을 아는 것인지, 업체들도 게임의 공개와 소개보다는 이벤트를 펼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대형 게임 업체인 샨다의 경우는 수십 명에 달하는 부스걸들을 무대 위에 한 번에 배치시키고, 이를 위해 대형 무대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신작 게임들에 대한 정보 공개는 부실해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물론, 게임 행사는 정보 공개의 장이기도 하지만 게이머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서로 적절한 비율을 유지할 때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차이나조이 현장의 한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즐거워 한다면 이런 모습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중심이 쏠리게 되면 행사의 색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주의는 항상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현장을 뒤덮은 한국 음악,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

포미닛의 '체인지', 티아라의 '보핍보핍', 투애니원의 '파이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인기 걸그룹들의 대표곡 명단이 아니다. 바로 차이나조이 2010 현장의 이벤트 무대에서 울려퍼진 한국 가요들의 명단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샨다, 완미시공 등 대형업체들이 펼치는 이벤트에는 한국 가요에 맞춰 부스걸들이 군무를 추거나, 게이머들이 무대에 올라 춤을 따라하는 등의 이벤트가 수시로 열렸다.

물론, 이런 모습은 대부분의 이벤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번 차이나조이 2010에서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국의 가요에 맞춰 이런 이벤트를 열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한국 음악들이 행사장을 가득 매운 가운데, 한국 게임들에 대한 중국 게이머들의 꾸준한 관심도 이어졌다. '던전앤파이터', '프리스타일', '오디션'처럼 중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게임들은 물론이거니와 '스트리트기어즈'와 '배틀필드 온라인'처럼 중국 게임시장에서 생소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임 부스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한국 음악이 울려퍼지는 행사장에서 한국산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순간 만큼은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지스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한국 가요와 게임은 중국에서 그 인지도를 점점 넓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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