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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 블랙옵스, 이번엔 베트남 전쟁이다

김한준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장기자랑에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참여해 본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장기자랑에서 내 차례 바로 전에 나선 이가 너무나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평소보다 더한 부담감을 갖게 된 경험도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갖고 있기 마련이다. 잘 나가는 이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는 것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이하 블랙옵스)는 이런 시장 위치에서 출시된 게임이다. 게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2가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며 게이머들에게 극찬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완성도로는 호평은 커녕 비난만 받을 수 있는 입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블랙옵스는 출시 전의 이러한 우려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순항 중이다. 아니. 순항이라는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출시 일주일만에 전세계 동시접속(Xbox360버전 기준) 255만명을 달성한 게임에게 순항이라는 표현은 제작사 입장에서 다소 서운할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작품은 당당히 역대 최고급의 시나리오와 멀티 플레이 환경을 바탕으로 당당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

<영화로 제작해도 손색이 없을 최고의 싱글모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언급할 때는 바늘 가는 곳에 실 가는 격으로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차 대전을 그린 1편과 2편에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 느꼈던 박진감이 표현됐으며, 콜 오브 듀티4와 모던워페어2에서는 근래 액션 영화를 보는듯한 속도감과 카메라 시점을 통해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블랙옵스 역시 영화와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들이 그래픽과 카메라 시점 등을 통해 게임에 영화의 느낌을 살려낸 것과는 달리, 블랙옵스는 시나리오를 강화해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살려내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블랙옵스의 스토리는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와 일부 맞닿아 있으며, 쿠바 대통령인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암살시도와 베트남 전쟁 등 미국와 구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 시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게임을 대충 즐긴다면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지?', '이 장면이 뭘 의미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야기의 심도가 깊기 때문에,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첩보물을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좋다. 주마간산으로 즐겨도 이해가 될 정도의 단순한 스토리는 블랙옵스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스토리의 심도가 깊다는 것은 게임을 즐긴 이후 여운을 깊게 남긴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단순한 액션 게임에 그칠 수 있는 블랙옵스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스토리가 아닌 게임의 조작이나 인터페이스 편의성, 게임 그래픽과 사운드 부분은 전작과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인다. 이 이야기는 전작을 즐긴 게이머라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려운, '정체된 게임'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 역시 품질 그 자체보다는 부드러운 동작에 치중하기 위해 모델링 수준과 텍스처 품질을 높지 않게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브젝트, 캐릭터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훑어보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별다른 이질감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저해상도 텍스처와 모델링으로 인한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 저하는 아쉽기만 하다.

<쾌적함 그 자체, 블랙옵스의 멀티플레이>

FPS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있다고 하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다. 필자 역시 이런 의견에 공감하는 편이다. 플레이 타임의 한계가 있는 싱글플레이와 달리 게이머들과의 대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멀티플레이는 FPS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원동력이다.

FPS 게임에서 멀티플레이 모드의 비중이 커졌으니 게임 제작사들이 멀티플레이 모드의 완성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들이 싱글플레이의 완성도에 비해 쾌적한 멀티플레이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게이머들의 비난을 사왔다는 것을 게이머들은 익히 알고 있다.

블랙옵스의 멀티플레이 환경은 다행스럽게도 굉장히 쾌적하다. 이미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에서 '쾌적한 멀티플레이 환경 표본'을 보여줬던 트라이아크의 멀티플레이 제작 기술력은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이번 작품에 녹아들었다.

자동적으로 상대를 찾아주는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상대 검색 1분 이내에 곧바로 게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쾌적함 그 자체이다. 지인들과 파티를 맺고 게임을 하기 위해 20분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던 모던워페어 2를 즐겼던 게이머들은 블랙옵스의 이러한 부분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모던워페어 시리즈에서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퍽 시스템과 킬 스트릭 시스템은 이번 작품에서 조금 변화가 생겼다. 퍽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퍽 프로를 얻기 위해서 수행해야 하는 조건이 더욱 까다롭게 변했으며, 킬 스트릭 역시 네이팜 폭격, 적의 이동 경로를 완벽히 보여주는 블랙버드, RC카에 폭탄을 매달고 이를 조정해 적을 공격하는 RC-XD 등 개성있는 킬 스트릭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킬 스트릭으로 얻은 보상으로 적을 사살해도 연속 사살 콤보가 올라가던 이전과 달리 순전히 게이머의 손으로 적을 잡을 경우에만 연속 사살로 인정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해, 고수들이 쉬지 않고 킬 스트릭을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양상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한 점도 눈에 띈다.

총기 밸런스와 맵 밸런스의 수정도 눈에 띈다. 전작인 모던워페어 2의 경우엔 UMP, SCAR-H와 같은 특정 총기의 성능이 다른 총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좋아 이들 총기를 사용하는 게이머가 대다수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각 총기들이 근거리, 중거리, 장거리 마다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어 플레이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맵 디자인의 경우 한 자리에서 기다리며 상대를 공격하는 캠핑이 문제가 됐던 것을 감안해서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한 지역으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기본적으로 2, 3개씩 만들어 놔 캠핑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것도 블랙옵스의 특징이라 하겠다.

이 밖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그대로 저장하고, 서버에 업로드해서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를 공유하거나, 자신의 플레이의 단점과 장점을 분석할 수 있는 리플레이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한 레벨이 오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총기나 아이템의 제한이 풀리던 방식을 개선해 게임을 통해 얻는 포인트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해져 다양한 레이어를 구입하고 게이머 자신의 독창적인 엠블램과 클랜 태그를 제작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선보여지는 콘텐츠이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웰 메이드>

그래픽과 사운드 부분에서 별 다른 발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블랙옵스가 지닌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리스폰 시스템이 아직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엉뚱한 지역에서 적이 리스폰 되는 바람에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옵스는 탄탄한 시나리오, 쾌적한 멀티플레이 환경, 다양한 매치 모드의 지원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게이머들이 이 작품을 즐길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실제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모던워페어2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역시 모던워페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게임이다'라는 평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의 개발사인 트라이아크는 전작의 후광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노력은 게임 이름이 주는 다소 어두운 느낌과는 달리 제작사의 명성에 빛을 더해주고 있다. 리스폰 버그와 같은 점은 추후 패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될 예정이라 하니, FPS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블랙옵스를 즐기며 박진감 넘치는 대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블랙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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