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독거 청년’의 시대 오나?

서울에 사는 김모씨(29세)는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밤에 눈 감는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소심한 성격인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조차 부담을 느껴 회사나 실제 생활하는 실생활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 슬슬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그지만, 사람을 사귀는 것도 부담스러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그에게 스마트폰은 유일한 해방구다. 필요한 정보를 모두 스마트폰 하나로 얻을 수 있는 데다가 고퀄리티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고, 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취향이 맞는 친구들과 좋아하는 취미에 대한 지식을 마음껏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사람들과의 대화가 조금 더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기는 하지만 "평소에도 이야기 잘 안했는데 설마 큰 문제가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현재 스마트폰의 양대 선두 주자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고 그 다양한 기능과 편리성에 반한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는 법. 스마트 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체득해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 간의 교류의 창은 그 만큼 좁아지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 디스크'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중독성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등, 사람들 간의 거리는 더욱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한사람 한사람이 '스마트폰 독거 청년'이 되어 가기 시작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만 골라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귀찮게 다른 사람을 불러내 귀찮게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커피판매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보면 혼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좁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많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람이 아닌 A.I 데이터가 사용자와 직접 대화하는 형식의 채팅 게임도 하나 둘 모습을 보이고 있다. PC를 통해 서비스되며 관심을 모았던 '심심이'의 스마트폰 버전이 최근 출시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닌텐도DS로 출시돼 한때 사회적 현상이 되기도 했던 '러브플러스' 스타일의 연애 게임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또한 바코드를 스캔해 가상의 여자친구를 만들어 게이머들끼리 서로 빼앗는 '바코드그녀'와 같은 프로그램도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출시되는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사용자의 패턴을 인식해 답을 보낼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대답을 직접 입력하면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해 발전하는 형태로 구성돼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이를 두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포털에서 연재되는 인기 웹툰에서 다뤘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고장나면서 오랜만에 직접 의사소통을 하려다 오히려 불편만 생겼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먼 미래의 어느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이제 실제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기업이나 관리하는 정부에서는 단순히 스마트폰이 엄청난 돈을 안겨주는 새로운 황금알이라는 사실에만 열광할 뿐, 사용자의 패턴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을 통해 입김이 세진 기업은 새로운 유토피아가 벌써 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종량제로 바꾸려다 매번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을 뿐이며, 정부 역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올바른 문화 정립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스마트폰 사용자를 방치해두다가 강력 범죄나 사회 문제가 되면 그제서야 허둥지둥 스마트폰 사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댈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교도소의 죄수들이 불법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건 사고에 악용되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하니 최악의 상황은 벌써부터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스마트폰이 사회 문화의 중심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이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며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과거 PC중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어두운 면으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관련 업체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과 올마른 문화 형성을 위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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