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업계 이통사 권력 이동..게임사 대응은?
지난해부터 국내의 모바일 게임업계는 파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어 기존의 피처폰(WIPI를 OS로 하는 폰) 시장을 근본부터 흔들어놓았고,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도 한동안 혼란에 휩싸였다.
'피처폰 시장으로 일단 대응하자'고 버티기엔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 속도가 너무 컸다. 스마트폰은 지난해까지 6백만 대가 풀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올 해 말이 되면 보급 물량이 2천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이통사의 권력이 이동하고, 게임사 체질 개선 등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정리해야 할 과제가 많다.

< 피처폰 시장 빠른 붕괴..'불가피한 현상'>
불과 1년 전만해도 국내의 위피(WIPI) 협회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는 각종 포럼 등에서 'WIPI 시장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LG텔레콤의 경우 스마트폰에도 WIPI를 꾸준히 탑재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으며, 스마트폰의 보급이 힘을 받더라도 최소 3~4년 간은 견고하게 유지되지 않겠냐는 게 주 예측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범람은 예상보다 몇 배는 컸고, 현재 그렇게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의 붕괴는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와 비례했다. 우선 신규 유저들이 대거 스마트폰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폰을 살 때 마다 한두 개씩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받는 '신규 게임시장'이 사라졌다. 이 수요를 놓친 것 만으로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약 1/3이 사라진 것으로 예측된다. 또 20~30대 유저들이 대거 스마트폰으로 이동함으로써 시장은 더욱 매니악해졌고, 1만원 정액제로 무료로 무제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성행하면서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은 더욱 타격을 받았다.
부랴부랴 SK텔레콤 피처폰 시장을 대행하고 있는 SK컴즈 등에서 CP(게임 공급자)들을 모아 WIPI 대책 회의를 하고 대거 이벤트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오는 6월이 오기 전에 전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이통사 메뉴효과 상대적 미비>
여성이나 초보 게이머 등의 라이트 게이머들이 대거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후 피처폰 시장에는 소위 주 게임 이용층인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았다. 이들은 소위 '골수 유저'로, 게임 업계에 매우 빠삭하다.
때문에 최근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통사의 메뉴 효과가 상대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왑 상단 메뉴를 통해 주로 게임을 받는 라이트 게이머들이 대거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탓이다. 오히려 게임사들은 게임 출시 전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해 게임의 매력을 더 알려야 하며, 유저들은 업체의 브랜드나 인기 시리즈 위주로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면서 상위 10위 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서 중소 개발사들은 그만큼 더 버티기 어려워진 것도 최근 시장의 특징이다.
< 스마트폰으로 권력이동..게임사 대응은>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이 축소되고 이통사 메뉴의 위력이 줄었다고 해서 이통사들이 모바일 게임업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우선 SK텔레콤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이미 든든한 둥지를 틀고 있다. T스토어가 그것. T스토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중 안드로이드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오픈마켓이다. 국내 게임법(심의) 때문에 구글에서 한국 시장에 협조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T스토어는 빠르게 안착하는데 성공했으며, 초기에 불만을 가지던 유저들도 속속 T스토어에 익숙해 져가는 추세다. 상생혁신센터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1억회 이상의 다운로드 실적을 내기도 했다.
KT 또한 올레마켓을 활성화 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아이폰, 디자이어HD 등 스마트폰 신규 출시에 집중하면서 자체적인 비용 지원을 통해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독려 중이다.
또한 이통사들은 신규 단말기가 출시될 때 기본 탑재되는 게임 콘텐츠에 대한 협상을 하드웨어 제조사(삼성, LG 등)와 진행함으로써 사실상 또 다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 개발사들은 과거 보다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으로 와서도 이통사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컴투스와 게임빌 등 웬만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이미 스마트폰 중심의 체제 개편을 마쳤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해외는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통사의 영향력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