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3DS 출시 3개월, 이대로 가라앉나?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들은 매 제품마다 획기적인 기술과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게이머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으며, 이를 통해 출시되는 게임들 중 상당수는 인기를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생활로 인식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최신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3DS>는 처음 출시된지 3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 출시 당일 초기 물량 40만대가 하루만에 모두 매진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일본 언론의 호들갑으로 밝혀졌으며(실제는 37만대선), 출시 전 대기표 한 장에 4~7만엔까지 불리웠던 닌텐도의 신기종 프리미엄은 거품처럼 사그러졌다.

또한 출시 두 달째에 접어들어서는 반다이의 휴대용 게임기인 <원더스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실패작으로 자리잡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었다.

최근들어 판매량이 조금씩 회복돼 지난 주 기준으로 약 1만6천여대가 팔려나갔지만 경쟁상대인 PSP(3만2천여대)와 비교했을 때는 아직 절반 수준이다.

이와 함께 닌텐도의 주가도 곤두박질쳐, 발매 당시 2만4천엔 대였던 닌텐도의 주식은 3개월이 지난 현재 1만8천엔 언저리까지 내려갔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의 7만3천엔대와 비교하면 75%나 하락한 것이다.

사실 3DS의 부진은 게임기의 출시 전부터 감지됐었으며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부분이다. 입체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아날로그 패드가 처음으로 탑재되기는 했으나, 그 이외에 혁신적인 개선점이라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 기술이라 할 수 있는 3D 영상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를 꺼리게 하고 있다.

일본 게임 업계에서 <타카하시 명인>으로 불리우고 있는 허드슨의 타카하시 토시유키씨 역시 출시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랄까, 구입할지 말지를 망설이고 있다. 양 눈의 시력차가 너무 커서인지 입체로 보이지 않으며 회사 내에도 몇 명 정도 입체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요지의 글을 남겨, <닌텐도3DS>의 주 기능인 3D 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출시 타이틀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게임 하드웨어를 출시할 때 분위기를 잡기 위해 인기 시리즈의 최신편을 비롯해 다량의 타이틀들을 출시하는데, <닌텐도3DS>의 경우 이 역시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전 기종인 <닌텐도DS> 시리즈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들을 쏟아내며 게임을 잘 즐기지 않던 여성이나 고연령층 등을 끌어들이며 "누구나 즐기는 게임기"라는 이미지를 심었던 것과 반대로 <닌텐도3DS>에서는 오는 8월까지 예정된 타이틀 중 캐주얼 게임의 비중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닌텐도는 특정 하드코어 게이머들만이 환호하는 시리즈물을 앞세우며 기존과는 다른 기조를 취했으며, 그 결과 현재까지도 <닌텐도3DS> 타이틀 중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틀은 여성 게이머들의 지지율이 높은 <레이튼교수와 기적의 가면>으로 기록돼있다.

이 외에도 닌텐도 하드의 충성 팬들의 주로 즐기고 있는 <젤다의전설> <포켓몬스터>, 심지어는 기본적으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됐던 <슈퍼마리오> 시리즈 조차도 동시 타이틀로 선보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3DS가 준비 부족 상태에서 출시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근래 2~3년에 걸쳐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마트폰 역시 닌텐도가 간과한 복병으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은 터치 스크린과 일정 수준 이상의 그래픽, 언리얼 엔진 3를 비롯한 모바일용 물리 엔진, 핸드폰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온라인 콘텐츠 등 웬만한 휴대용 게임기 이상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기기를 무겁게 들고다니길 원치 않는 사람들로부터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개방된 개발 환경 및 판매 정책 덕에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게임이 쏟아지고 있어 휴대용 게임기와 양과 질 모두 떨어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으며, 심지어 몇몇 유명 게임 퍼블리셔들은 닌텐도DS로 출시했던 게임의 스마트폰 버전을 아이폰 또는 안드로이드로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닌텐도DS>를 이미 따라 잡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여기에 라이벌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플레이스테이션1의 게임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발표, 한 발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폐쇄적인 닌텐도를 더욱 궁지에 몰고 있다.

닌텐도의 열성팬들은 닌텐도가 자랑하는 인기 타이틀들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만큼 속단은 이르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까? 올 연말에 보다 화려하고 보다 강력한 기능을 가진 소니의 NGP가 출시됐을 때도 그 충성스런 닌텐도의 팬들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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