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찾아오는 악마의 그림자’ 풋볼매니저 2012 리뷰

매년 겨울 게이머들을 찾아오는 한 명의 남자가 있다. 산타할아버지? 아니다. 얼굴 없이 두 손에 축구공 하나만 든 채 게이머들의 겨울 시간을 무참하게 앗아갈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표지에 등장하는 그 남자다.

풋볼매니저는 매년 해외에서 11월 경에 발매 되지만 국내에는 보통 12월 중순 즈음에 정식 발매되어, 게이머들의 겨울 방학의 알짜배기 같은 시간을 앗아간다. 뭐 긴말이 필요하겠는가, 축구 게임마니아들이 겨울 시즌 손대면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바로 풋볼매니저의 최신작 FM2012를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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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이번 작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풋볼매니저의 최대 강점은 현실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시뮬레이션 기능이지만, 이건 매번 시리즈에서 인정받아온 부분이니 이제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또한 이번 작에서는 튜토리얼 부분도 상당히 나아졌지만, 풋볼매니저 시리즈에서 튜토리얼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튜토리얼이 잘 되어 있다고 해서 게임을 오래 즐기거나 게임에 적응한다는 것은 다른 게임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풋볼매니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발을 들여 논 게이머들이라면 튜토리얼 따위는 가볍게 지나치고 본편을 즐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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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행 화면도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선 이번 최신작에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부분은 바로 전술 부분이다. 모든 매니지먼트의 뼈대와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경기 전 게이머들이 제작하는 전술이다.

매니지먼트게임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게임에 직접 참여해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든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벤치에서 다양한 것들을 감안해서 제작하는 전술이야말로 매니지먼트게임의 꽃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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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전술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이번 작에서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보다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함으로서, 현재 선수들을 활용해 최적의 전술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번 작에서는 실제 축구처럼 하나의 전술만을 고집하다가는 중요 경기에서 대패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백업 선수들을 활용해 새로운 포메이션과 전술도 준비해야 한다. 컴퓨터도 게이머들의 전술을 분석해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이브/로드라는 게이머만의 특권이 있지만 전술의 변화 없이는 이마저도 상당한 시간이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전작에서 영입 시즌이 끝나고 나면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팀의 최고 선수들을 확인해 라인업을 꾸미는 것이었다. 이번 작에서는 주전 선수들을 능력치를 비교해 어떤 선수가 1군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포지션별로 3순위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쉽게 선수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포지션, 잠재력 등으로 나뉘어져 보다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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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후의 분석도 보다 디테일해졌다. 지난경기의 슈팅수, 유효 슈팅, 점유율 등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선수별 평가가 제법 디테일하게 평점과 함께 표시되고, 리그별 경기에 맞춰 시간대별 득점과 실점 등의 평가가 시간대별, 포지션별로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전술에서의 강점과 약점을 포지션별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실점 위치와 방법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이와 속도 등에서 팀이 어떤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작까지 귀찮아서 자동으로 세팅해두고 신경 쓰지 않았던 라커룸 대화도 강화됐다. 라커룸 대화로 인해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조건 수석 코치에게 맡겨둔다면 컨디션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가 아쉬울 정도다. 게다가 수석코치의 분석과 대화가 무조건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아닌 경우가 있기에 가능하다면 게이머들이 직접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것도 하다보면 무조건 선택하는 대화들이 생겨나 매뉴얼화 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전작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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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의 조언과 선수들과의 대화도 변화가 생겼다. 뭐 몇 시즌을 보내다 보면 일반적으로 스텝 조언은 적당히 모두 반영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데 이를 위해 보다 단순하게 표시되었다. 선수들과의 대화 역시 기분, 성향 등 라커룸 대화와 같이 다양한 종류들로 늘어나 보다 세분화됐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작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은 경기력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2~3연패를 하게 되면 팀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눈에 띄게 하락하게 된다. 약체 팀에게 패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패를 하는 경우도 쉽게 발생한다. 또한 대패의 경우 선수들의 경기력 하락은 엄청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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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경기 화면도 발전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선수들의 동작과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전히 개미 같은 선수들의 움직임일 수 있겠지만 세리모니, 슛, 드리블 등 전작 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옵션 선택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경기 중에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부상에 따른 빠른 선수교체, 전술 변경 등이 보다 편리하게 변경됐다. 또한 경기 화면 역시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를 보는 듯한 화면 시점을 제공해 보다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선수들의 이적과 재계약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남미 지역 선수들의 비자 발급조건이 다소 까다로워져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이의제기를 한다고 해도 영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선수와의 계약도 전작의 꼼수들이 듣지 않도록 되어 재정적인 부담이 늘어났다. 재계약 역시 까다로워져 외부에서의 이적 제의가 온 선수들은 재계약 조건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고, 이 경우 적당히 협상에 임하면 계약자체를 하지 않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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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전작보다 구단의 재정에 보다 신경을 써야 된다. 물론 하위 리그나 이적 자금이 부족한 팀으로 선택한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다른 영역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말이다.

선수들의 부상 빈도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 축구에서 유리 몸인 선수들의 부상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선수들도 제법 부상을 당하는 빈도가 올라가 선수단을 보다 넉넉하게 준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백업 선수는 물론이고 백업 선수의 부상까지 감안한 선수단 운영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포지션에서 제대로 뛸 수 없는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은 반드시 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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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포지션이 아닌 선수가 시합에 나서게 되면 상대팀은 그 포지션으로 집중 공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큰 점수 차이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선수단 구성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정 포지션 선수들의 부족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작에서는 특히 윙백 선수들의 부족이 눈에 띄는데, 실제 최근 유럽 축구에서도 이런 영향이 있긴 하지만 윙백 선수들의 이적과 영입이 상당히 힘들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좋은 선수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남미 선수들의 영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백업 윙백 선수들을 구성하는 것은 한 팀의 감독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중요 숙제로 남겨진 셈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아스날의 박주영 선수. 게임에서의 아쉬움이라기 보단 풋볼매니저에서는 제법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이지만 실제 축구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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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스날에서 박주영 선수는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지 못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상당한 활약을 할 수 있는 데이터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골 결정적이 낮아 전방에서 활용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윙어로 사용하면 상당히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준다. 데이터 상으로 상위권 팀에서 맹활약할 수준은 아니지만 부상이 심한 아스널에서 알짜배기 같은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이번 풋볼매니저 2012를 총평 해보자면 만족스럽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편리한 기능들이 생겨나고 시각적으로 좋은 부분들이 늘어나 이렇다 할 단점이 눈에 띄진 않지만 전작에 비해 몰입감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개발사에서는 매년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보다 현실적인 게임으로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레전드 선수들에 대한 평가나 최근 경기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의 이적이 이뤄지는 등의 내용들이 특히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하위권 리그나 팀을 선택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다소 어려워졌다. 다만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중위권 팀들의 전력 상승이 이뤄져서 라인업과 유망주들을 보유한 울버햄튼, 에버튼, 뉴캐슬 등과 같은 팀으로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은 만족스럽다.

이렇다 저렇다 평해도 여전히 풋볼매니저는 풋볼매니저다. 최신 이적 시장이 반영되어 현실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시리즈가 가진 최고의 매력 포인트. 올 겨울도 풋볼매니저 하나면 든든하게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도 올 겨울을 지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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