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학교보다 신뢰하는 학원, 왜 게임을 만드나

학교폭력의 주범, ADHD 증후군(주의력결립 과잉행동장애)의 원인, 아이들의 뇌를 짐승으로 만드는 원흉.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추앙받던 게임 산업이 갑자기 청소년 문제의 모든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작년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에 이어 교과부까지 쿨링오프제도 법안을 발의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삼중 규제의 늪에 빠진 채 미래가 아닌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번에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 위원 외 10명이 발의한 법안은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두가지 셧다운제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규제 정책으로 게임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청소년 게임을 개발하지도, 서비스하지도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을 정도다.

이미 네오위즈게임즈 등 많은 게임사들이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시간을 학부모들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무관심 때문에 이용되고 있지 않지만, 희생양을 찾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과 마녀사냥식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몇몇 언론으로 인해 이 모든 책임을 게임사가 짊어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여가시간이 고등학생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와 학부모들은 게임만 없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학부모들이 학교보다 더 신뢰하고 있는 학원들이 오히려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어학원은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배틀러닝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교육용 게임을 선보이고 있으며, 마법의 보카빵으로 2011년 ECONOVATION 3rd Fair 안드로이드 부문 금상 수상, 2011 슈퍼 앱 파이널 왕중왕전 최우수상 수상, 2011 삼국응용개발대회 최고상을 수상했다.

청담어학원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닌텐도DS로 매직청크와 마법의 성이라는 게임을 출시했으며, 엔씨소프트와 영어교육서비스의 공동개발을 추진중이기도 하다.

또한, 학부모들에게 최고 유행이었던 한자 학습 만화인 마법천자문은 닌텐도DS용 게임으로도 개발됐고, 현재 엔씨소프트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많은 사교육 업체에서 게임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공부를 재미없어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아이들의 사고 방식도 바뀌었지만, 학교는 변함없이 무의미한 암기식 학습 방법을 강요하고 있어,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사교육업체에서는 게임의 재미와 집중, 몰입 효과를 교육과 접목시켜, 아이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짧은 시간으로도 효과적인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게임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부에서 사회 불평등을 이유로 사교육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학교에서 시행되는 정규 교육보다 더 나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사교육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정상어학원 등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업계에서는 "교육 성과는 입증되었지만, 학부모들은 이것 역시 게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유료 결제로 연결되는 것이 더딘 편이다"며 "다만 당사자인 학생들의 반응이 좋고 교육 효과도 대단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법천자문
마법천자문

하지만, 이 같은 교육게임들도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 위원 외 10명이 발의한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미래가 없어질 전망이다. 인터넷 게임물은 청소년들을 테스트에 참가시키면 무조건 3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게임을 청소년을 배제한 채로 개발하면 어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청소년 보호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해야만 국민 정서를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다급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문지식도, 충분한 조사도 없는 상태에서 눈앞에 보이는 사태 해결에만 급급한 졸속입법이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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