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언디스퓨티드3, 프라이드를 품다

매년 시리즈가 출시되는 스포츠게임은 타 장르보다 발전하기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 개발되는 텀이 워낙 짧은 편인데다가, 실제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스포츠 게임들은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등장 선수 명단을 강화, 최신화하고, 전작에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게임성을 가다듬는다.

두 편의 시리즈를 통해 종합격투기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는 THQ의 신작 게임, 언디스퓨티드3 역시 이런 노선을 택하고 있다. 더욱 풍성해진 로스터, 더욱 강화된 사실성과 그와는 반비례로 간단해진 조작성 그리고 종합격투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새로운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 150명 이상의 등장 선수들 중 최강자는 누구일까?>

앤더슨 실바, 존 존스, 주니어 도스 산토스 등 현재 UFC에서 최강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챔피언들은 물론 그들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부터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이번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작에서 120명 이상의 선수가 등장하며 호평받았던 것이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이번 작품은 정말이지 다양한 선수들을 포함하고 있다. 총 150명 이상의 선수가 등장하며 그 중에는 김동현, 추성훈, 벤 헨더슨 같은 국내에서 유난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들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또한 UFC에서 활약 중인 선수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대형 종합격투기 단체 '프라이드'에서 활약하던 선수들도 모처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즐거운 부분이다. 마크헌트, 카를로스 뉴튼, 밥샙 같은 선수들은 물론 퇴물 취급을 받던 크로캅 같은 선수도 전성기 기량으로 표현되고 있어 위력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아울러 연습경기에서는 UFC 선수들과 프라이드 선수들의 대전을 펼치며 나름의 드림매치를 성사시킬 수도 있는 것도 즐거운 부분이라 하겠다.

< 추억의 프라이드가 그대로 재현됐다. 링 아나운서까지!>

단지 프라이드의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번 작품은 프라이드 규칙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름의 팬 서비스라 볼 수 있는 부분인데, 현재 종합격투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프라이드'라는 단체가 지니고 있던 무게감을 반영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이번 작품의 이러한 요소는 게임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프라이드의 주요 경기가 펼쳐지던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내부 구조는 물론 선수들의 등장씬과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들려오는 독특한 링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과거 향수를 강하게 떠오르게 만들며, 사점포지션 니킥, 스탬핑, 사커킥 등 프라이드에서만 허용되던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새로운 기분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은 프라이드를 구현하면서 생긴 부수적인 재미요소다.

라이선스 상의 문제로 프라이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효도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링과 케이지에서 나타나는 선수들의 전술 변화 같은 요소가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면서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음에는 틀림없다.

< 강화된 비주얼과 더욱 사실적인 게임성>

이번 작품의 그래픽이 전작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고는 할 수 없다. 선수들의 모델링, 광원효과. 피부 질감 표현 등 대부분의 면에서 전작 수준의 품질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만족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언제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연출적인 부분에서 이번 작품은 큰 발전을 이뤘다. 달라진 카메라 구도를 통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선수들의 공방전이 그려지고 있으며, 전작까지 구현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들의 입장 장면도 새롭게 그려져 눈길을 끈다. 실제 종합격투기 마니아들 중에는 선수들의 입장 장면을 통해 경기의 긴장감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할 정도로 선수들의 입장 장면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즐길거리인 셈이다. 이러한 점을 훌륭히 재현하고 있는 것도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인게임 역시 큰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몇몇 요소의 추가와 변화로 더욱 편리하고 심도 있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로우킥(레그킥)의 효과가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해 게임 운용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점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전작까지 로우킥은 상대 공격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사용됐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로우킥을 통한 대미지 누적이 구현되어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로우킥을 많이 허용하게 되면 이동속도가 크게 저하되며 그로 인한 KO도 당할 수 있으므로 이용하는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당하는 측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물론 상대가 로우킥을 반복적으로 구사하게 한 후에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으로 전세를 역전시키는 식의 전술도 이용할 수 있어 로우킥의 강화가 게임 운용의 묘가 더욱 깊어지는 효과를 불러왔다 할 수 있다.

< 스탠딩 KO만큼이나 즐거운 서브미션 극장의 매력 속으로>

스탠딩 상황에서 한 방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KO 장면도 매력적이지만, 쓰러진 상황에서 상대의 관절을 비틀어 한 번에 항복을 받아내는 서브미션 장면도 사람들을 종합격투기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포인트다.

UFC 언디스퓨티드 시리즈는 시리즈의 처음부터 그라운드 공방, 클린치 공방을 훌륭하게 구현하며 큰 찬사를 받았으나 조작법이 어려워 초보자들이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발사 측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어서였을까? 이번 작품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새로운 시도가 더해지며 게이머들이 더욱 편리하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밀착상태에서의 공방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클린치, 그라운드 공방에서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선수를 조작해야 했던 기존의 조작방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위나 아래로 한 번씩 튕겨주는 것만으로도 포지션 변화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조작방법이 추가됐다. 이를 통해 게이머들은 클린치 상황에서 상대를 넘어트리기 위한 혹은 타격을 위한 중심이동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서브미션 시스템에도 새로운 변화가 더해졌다. ‘내가 왜 진거지?’, ‘이기긴 이겼는데 어째서 이긴거지?’ 와 같이 게이머들이 상황 변화를 인지하지 못 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게 서브미션 공방 중에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재현해 게이머들이 직관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서브미션 공방 시 화면에 8각형의 테두리가 생기고 이 안에 빨갛고 파란 두 개의 점이 자리한다. 기술을 거는 쪽은 상대를 쫓아서 이 점을 움직이면 되며, 당하는 쪽은 상대의 추격을 피해서 점을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서브미션 공방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 여전히 부실한 온라인모드만 개선했더라면…>

UFC 언디스퓨티드3의 싱글 콘텐츠는 훌륭하다. 혼자서 즐기기에 이 정도 콘텐츠면 충분하다는 느낌을 전해 줄 정도로 양과 질적인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온라인 콘텐츠는 여전히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매치 중에 게임에 렉이 걸린다거나 튕긴다거나 하는 상황은 예사로 벌어지며, DLC로 추가된 선수들을 온라인모드에서 사용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상대가 갑자기 접속을 종료하더라도 그에 대한 불이익이 전혀 주어지지 않아 비매너 플레이어들에 대한 대처가 미숙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작품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룬 작품이다. 특히 시합 내적인 부분은 ‘더 발전하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남길 정도로 전작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부디 THQ가 다음 작품에서는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재고를 통해 게이머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뜨거운 결전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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