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3 5:5 대전 체험기⑤,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닌가요?'

<무패전설을 이어가다>

아르센벵가드: 아 진짜 또 비겼어!!!
헨리: 아 왜 이렇게 안 풀리지 진짜

6연속 무승부. 진짜 축구팀이 이랬다면 팬들이 들고 일어나고 네이트 스포츠 웹툰에서 웹툰 작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도 남았을 성적이다.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너무나 많은 무승부를 기록해서 '무벤투스'로 불리기도 했던 유벤투스도 이렇게 6연속 무승부를 기록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엘런시어러: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우린 지금 무패전설을 만들고 있는 거에요

'무패전설'로 치장하기는 했지만 정말 문제는 무승부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경기내용, 더 정확히는 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게임을 이어가면서 찬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초반 몇 경기에서는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슛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상대 골키퍼는 (야)神내림 받은 무당마냥 슈퍼 세이브를 연이어 선보이며 우리의 슛을 막아냈다. "호기심으로 슛 했다가는 슈퍼세이브를 당할 것이야!"라고 골키퍼가 외치는 듯 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우리들은 의욕을 잃은 것인지 아예 이렇다할 슛 기회를 만들어내지도 못 하며 지지부진한 경기를 이어갔다. 이러한 침울한 분위기에서 맞이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대전.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4-5-1이 좋더라~~♬>

엘런시어러: 4-3-3으론 안 되겠어요. 포메이션 바꿉니다
헨리: 그대로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엘런시어러: 한 번 믿어봐. 촉이 온다. 느낌이 온다.
아르센벵가드: 골도 안 들어가는데 쓰리톱이 좋을 거 같은데? 원톱 보다는?
엘런시어러: 흥! 모름! 내 팀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꺼임!!

진상을 피워가며 애교를 떨어가며 포메이션을 바꾼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좌측 윙포워드인 지오빈코가 몸싸움이 약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의 수비진에게 자꾸 튕겨나가는 바람에 공격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차라리 마무리는 호날두 혼자에게 맡기고 지오빈코와 발렌시아를 미드필더로 내려 좀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포메이션이 피파온라인3에 설정되어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원래 포메이션이기도 하고 말이다.

루니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메시를 자리한 4-4-2 포메이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4-5-1 포메이션의 레알 마드리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비가 내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피파온라인3를 하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중전이었다.

포메이션 변경은 효과가 있었다. 미드필더 라인이 두터워지면서 기존보다 상대적으로 측면 공격을 차단하기 쉬워졌다. 물론 공격수의 숫자가 줄어들어 상대가 호날두만 마크하면 되는 상황이라 슛에 대한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우리는 계속 미드필드의 압박을 통해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전반 8분 엘런시어러가 사비로 단독돌파에 이은 슛을 날렸지만 키퍼의 선방에 무산됐다. 잠시 후에는 쟤라두가 아르센벵가드(펠라이니)에게 공을 밀어주며 기회를 만들었다.

헨리: 으악! 넣어요!!!!
쟤라두: 왜 하필이면 아르센벵가드야!!
**아르센벵가드: 가만 있어봐! 넣고 올께!!


**

그리고 평소 주변사람에게 친절한 아르센벵가드다운 장면이 이어졌다. 강슛으로 골대 뒷편의 관중들에게 축구공을 선물한 것이다. 아 상냥해...

기회가 지나가자 곧 이어 위기가 찾아왔다. 아군 진영 좌측이 나니에게 돌파당하며 낮고 빠른 크로스가 메시에게 이어졌다.

엘런시어러: 일용할양식!! 나니한테 붙지 말고 메시한테 붙어!!!
일용할양식: 응? 왜? (나니에게 뛰어 올라가며)
엘런시어러: 중앙수비수가 사이드로 올라오면 어떻게 해!!
헨리: 으악!! 뭐합니까!!!!!!!!
**아르센벵가드: 뭐하냐!!!!!!!

** 이러는 와중에 실점. 예상대로 나니의 패스가 아무런 문제 없이 메시에게 전달됐다. 메시의 슛을 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뒤를 따르던 루니가 가볍게 차 넣으면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는 맨유가 1점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멍하니 루니의 로봇 춤 세레모니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전반 27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엘런시어러: 루니 영어도 잘 하는게 춤도 잘 추네...

<날 그냥 평범한 아프로 머리 벨기에 청년으로 보지마라>

실점은 먼저 했지만 분위기는 우리에게 나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후반까지 이어졌고 후반 시작과 함께 기회가 찾아왔다. 엘런시어러가 수비형 미드필더인 툴랑랑으로 공을 몰고 질주하면서 골키퍼와 1:1 찬스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골키퍼가 툴랑랑에게 달려드는 찰나!

엘런시어러: 으아! 스루패스 받아라 헨리야!
헨리: 으라차! 제가 넣겠습니다!
엘런시어러: 막내야 제법이구나!!!!

들어갔다. 첫 추격골이 들어갔다. 골키퍼가 툴랑랑에게 달려드는 틈에 공은 헨리의 호날두에게 연결됐고 호날두가 공을 가볍게 굴려 넣으며 1:1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우리들은 이후에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고, 특히 미드필더들의 2선 침투에 뒤따르는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을 연결받은 펠라이니는 예리하지 못 한 슛을 날리며 상대 키퍼의 품에 공을 안기기만 했다.

아르센벵가드: 시어러야. 펠라이니 빼야겠다. 슛 너무 못 한다.
헨리: 지오빈코를 중앙으로 옮기죠? 펠라이니 체력도 별로 없는데요.
엘런시어러: 그나마 펠라이니나 되니까 이렇게 공 연결받고 슛까지 하는거지. 지오빈코였으면 튕겨나갔어. 조금만 더 써보자.

일용할양식: 누가 펠라이니야?

몇 차례, 양팀 모두 상대의 골문을 향해 슛을 날렸지만 슛은 골키퍼가 막을 필요도 없이 골문을 빗나갔다. 그렇게 시간을 흐르고 흘러 90분에 도달했고 인저리 타임 3분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 찾아왔다.

쟤라두: 아... 아깝다. 분위기 좋았는데 또 비기겠네.
헨리: 그래도 흐름이 좋아서 다음 판에도....어어억?!!!!!!!!!!!!!
일용할양식: 악! 미안! 잘못 눌렀다!!!
엘런시어러: 아니 잘 했어!!!!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숏패스를 한다면서 롱패스를 눌러버린 일용할양식의 실수. 하지만 이 실수는 실수가 아닌 신의 한 수가 됐다. 공이 절묘하게 쟤라두가 조작 중인 펠라이니의 발에 연결된 것이다. 상대 수비수들은 공을 빼앗아 한 번이라도 공격을 더 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는 상황. 간발의 차이로 온사이드 판정이 나면서 쟤라두는 다시 한 번 1:1 찬스를 맞이했다.

잠시 후. 게임 내의 펠라이니와 발렌시아는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고, 편집부의 모든 기자들은 그 자리에 일어서서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헨리: 우어! 우어! 우어어!! 우어어어어!!
아르센벵가드: 휴... 겨우 이겼네;
쟤라두: 으악! 거봐 나 잘 한다니까!
일용할양식: 나 잘 한거야 -_-?

누군가는 고릴라 같은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는 공치사를 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축구 게임 해 놓고 진짜 축구시합을 뛴 사람마냥 지친 표정으로 늘어져 있었고,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한 사람은 자기가 뭘 한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엘런시어러: 거봐! 내가 포메이션 바꾸자 그랬지? 내가 펠라이니 빼지 말자 그랬잖아!!!!

얼굴에 금칠을 하기 시작했다. -_-;; 괜찮아. 그래도 돼. 93분에 골 들어가서 버저비터로 이겼으면 이래도 돼 ㅠㅠ

(그 후의 이야기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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