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툼레이더' 시리즈로 보는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의 여정

비디오게임 역사에 있어 에이도스의 '툼레이더'는 3인칭 시점의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게임이라는 의의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업계 최고의 여성 주인공 중 한 명인 '라라 크로프트'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게임은 탄생 당시만 해도 '인디아나 존스'의 여성 버전 정도로 기획된 가벼운(?) 게임이었지만, 당시 수준으로 봤을 때 최고 수준인 3D 그래픽과 탱크탑과 숏 팬츠 차림의 주인공이 쌍권총을 들고 화면 곳곳을 뛰어다니며 펼치는 화려한 액션은 액션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최근에는 새롭게 리부트된 '툼레이더'가 출시되면서 한층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최고의 여성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는 어떤 여정을 거치며 최고의 게임 속 여성 모험가 자리에 올랐을까?

'라라 크로프트'의 첫 번째 작품인 '툼레이더'는 지난 1996년, PC와 당시 신형 게임기였던 세가 새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신비의 대륙 '아틀란티스'를 무대로 했던 이 게임은 서커스를 방불케하는 점핑 액션과 당시로써는 매우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3D퍼즐이 더해지며 많은 게이머들에게 "진정한 3D 액션 게임이란 이런것!"임을 제대로 선보였다.

특히 영국의 귀족 출신의 아가씨라는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거친 액션 언사, 조금은 잔인하기까지한 그녀의 태도들은 광팬들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당시의 게임들에서 느낄 수 없던 독특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그리고 게임의 인기는 다음해 출시된 '툼레이더2: 시안의 단검'에서 한층 높아졌다. 이 게임은 동굴 같은 좁은 공간이 아니라 도시부터 다양한 유적까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펼치는 모험을 다루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베니스에서 보트를 타고 펼치는 추격전은 백미로 꼽힌다.

하지만 세 번째 작품인 '툼레이더3'는 그 동안의 명성에 먹칠을 하기 시작한 작품으로, 확장되는 모험의 무대를 넓혀 스케일은 시리즈 최대 규모이지만, 그래픽부터 게임성까지 어느것 하나 발전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며 극악의 수준을 달리는 퍼즐의 난이도와 당시로써는 상술의 극치로 손꼽히던 2편의 확장팩은 열혈 팬들에게조차 거부감이 들게 했다.

그리고 4번째 작품인 '툼레이더: 마지막 계시록'도 전작과 그리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를 꾀한다고 높은 인기를 누리던 주인공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며 팬들이 게임 시리즈에 등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5번째 작품인 '툼레이더: 크로니클스'는 아예 "라라 크로프트의 동료들이 모여 그녀의 모험을 회상한다"는 억지 스토리로 게이머들을 분노케 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혹시 라라 크로프트가 살아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게 했지만 결국 그에 대한 이야기는 게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으며, 어설픈 떡밥만 남발하다가 게임이 마무리돼버렸다.

2003년에 등장했던 '툼레이더: 어둠의 천사'는 개발사인 코어디자인 최악의 실수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갈수록 무너져가던 툼레이더의 위상에 치명상을 안겨버렸다.

당시 원소스 멀티유즈로 진행되던 영화 '툼레이더2'의 개봉 날짜에 맞추기 위해 날림작업 끝에 출시된 이 게임은 어설픈 캐릭터와 이해할 수 없는 진행, 어떻게 라라 크로프트가 부활했는지 설명조차없는 스토리로 그녀의 진정한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한숨만 쉬게 만들었으며, 주인공의 섹스 어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경영진들의 무능함에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하며 스스로 어둠 속에 봉인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음성 한글화가 돼서 출시됐던 점에서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가 코어디자인에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로 넘어가면서 '툼레이더'는 다시 한 번 부활의 기지개를 켤 수 있었다.

2006년 출시된 '툼레이더: 레전드'는 그동안 변화가 없었던 게임 시스템과 그래픽을 일신했으며, 주변 동료들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현실적인 영웅으로 돌아온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은 전 세계 판매량 300만장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이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을 리메이크한 '툼레이더: 애니버서리'에서는 더 이상 초인적인 주인공은 없었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진정한 의미의 영웅 캐릭터로 '라라 크로프트'가 새롭게 그려졌다.

2008년작인 '툼레이더: 언더월드'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액션을 선보였으며, 난이도가 보다 쉬워지며 보다 대중적인 게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당시 주요 시장인 미국의 경제 위기 탓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에이도스도 스퀘어에닉스 유럽 산하로 들어가게 됐다.

스퀘어에닉스 체제 하에서의 첫 작품은 툼 레이더의 이름이 쓰이지 않은 외전 '라라 크로프트와 빛의 수호자'로 게임 방식도 쿼터뷰 방식의 독특한 퍼즐 액션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기존 '툼레이더'의 재미를 주지는 않았지만 다른 시점에서 게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쉼표와 같은 게임으로 게이머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아 후속작에 대한 요구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툼레이더'는 시리즈 리부트의 열풍을 타고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별도의 부제 없이 '툼레이더'로만 출시된 이 게임은 어린 시절의 라라 크로프트가 어떻게 모험가의 길을 걷게 되는지의 여정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동시에 캐릭터의 설정부터 특징, 외모, 내면까지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꾀했다. 특히 "'언차티드'인줄 알고 시작했더니 '데드스페이스'더라"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모험이 주는 공포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그동안의 슈퍼 영웅과는 다른 모습의 라라 크로프트를 선보였으며, 출시 전부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도록 했다.

그리고 3월 출시 이후에도 이런 호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올해의 게임'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도 이름을 올릴 만큼 흥행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툼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는 퍼즐이 가미된 모험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선보여왔으며, 새로운 작품을 통해서는 한 사람의 모험가로 성장해가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의 라라 크로프트를 우리는 만나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게이머들은 새로운 '툼 레이더'의 두 번째 작품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