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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하츠 시리즈를 한번에. 킹덤하츠 HD 1.5 리믹스

오원석

2013년 3월 14일에 PS3용으로 발매된 킹덤하츠 HD 1.5 ReMIX(이하 킹덤하츠 1.5)는, 유명 게임 개발사 스퀘어와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의 세계관을 결합시킨 이색 액션 RPG 킹덤하츠 시리즈 중 킹덤하츠 Final Mix, 킹덤하츠 Re: 체인 오브 메모리즈(이하 ReCoM), 킹덤하츠 358/2 Days(이하 358/2)를 HD 리마스터링한 작품이다.

킹덤하츠 시리즈는 쉬운 조작과 정형화된 선악구도, 디즈니 세계관 측의 단순한 스토리 외에도 다양한 숨겨진 요소, 제약 플레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스퀘어 세계관 측의 복잡하고 진지한 스토리 등으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시리즈이다. 진행에 따라 디즈니 캐릭터들 외에도 에어리스, 티파 등 스퀘어에닉스의 인기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의 캐릭터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포인트.

킹덤하츠

복잡했던 스토리의 집대성
이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게임 특유의, 뭔가 있어 보이는 설정’이 많아지는 것이 특징인데, 소설과 만화, 외전 등 각종 미디어믹스를 망라하지 않으면 스토리의 윤곽을 파악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킹덤하츠 Final Mix는 PS2, 358/2는 NDS, 킹덤하츠 1.5에 수록되지 않은 킹덤하츠 Birth by Sleep은 PSP로 발매하는 등 접근성 면에서 유저 친화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킹덤하츠 1.5는 이렇듯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발매된 킹덤하츠 시리즈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함으로써 뿔뿔이 흩어진 세계관을 정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나 테일즈 오브 시리즈처럼 한 작품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각 작품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게임이라면, 플랫폼의 통일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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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한 그래픽
지금까지 발매된 킹덤하츠 시리즈와 킹덤하츠 1.5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그래픽이다. 기존 시리즈는 플랫폼의 한계로 480x272(PSP)~720x480(PS2)의 낮은 해상도 안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1080p 해상도에 맞춰 리마스터링 작업을 벌였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게임을 플레이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HD 리마스터링 게임에서 볼 수 있는, PS2의 4:3 화면을 차세대 플랫폼의 16:9 비율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캐릭터 뭉개짐이나 인터페이스의 부조화 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캐릭터 디자인도 2012년에 3DS로 발매된 킹덤하츠 3D를 기준으로 변경되어 세밀한 묘사를 확인할 수 있다.

킹덤하츠

사용자 편의를 배려한 시스템
주목할 부분은 그 밖에도 다양하다. 킹덤하츠1의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지난 2002년에 PS2로 발매되었던 킹덤하츠 Final Mix는 다양한 추가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문판으로만 나와 팬들을 아쉽게 했는데, 킹덤하츠 1.5는 일어 음성 및 자막판으로 발매되어 영어에 어색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 세부 인터페이스도 변경되었다. 마법 메뉴 안에 들어있던 소환이 독립 메뉴로 분리되었으며, NPC와의 대화나 물건 들어올리기 등 게임 중 자주 등장하는 액션 커맨드를 △버튼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길었던 이벤트 무비는 포즈 화면에서 아무 때나 생략할 수 있어 게임의 속도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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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었던 358/2는 아예 3시간짜리 영상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영화 같이 편집된 총 100신 이상의 이벤트 무비 및 다이제스트 컷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지 않고서도 넘버링 타이틀의 이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각종 읽을거리도 특전 형식으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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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게임 구성이 기존 타이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4:3 비율 때문에 화면 좌우에 레터박스가 생기던 데빌메이크라이 HD 컬렉션 등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최소한의 성의도 찾아볼 수 없는 양산형 HD 리마스터링 게임과 달리, 킹덤하츠 1.5는 자잘한 추가 변경 사항 및 향상된 그래픽으로 게임을 한 번 클리어 한 유저라도 다시 한 번 플레이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2+1의 스토리가 많이 달라요
다만 여러 개의 작품을 하나로 압축한 콜렉션 게임으로서 킹덤하츠 1.5의 타이틀 구성은 약간의 의문을 낳는다. 사실상의 초기작인 킹덤하츠 Final Mix를 기준으로 봤을 때, 킹덤하츠 시리즈는 킹덤하츠 Birth by Sleep, 킹덤하츠 Final Mix, ReCoM, 358/2, 킹덤하츠 2 Final Mix+, 킹덤하츠 Re: coded, 킹덤하츠 3D 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제는 킹덤하츠 2 계열 이후 시간대에 배치되어 2편의 후일담 형식을 취하고 있는 Re: coded와 3D와 달리, ReCoM과 358/2는 1편의 후일담이 아닌 2편의 전일담에 가까운 스토리이기 때문에 이들 두 작품을 플레이 하는 것이 1편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영상 작품으로 수록된 358/2의 경우, 스토리가 킹덤하츠 2의 프롤로그와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어중간한 부분에서 마무리되어있으며, 결말 부분도 유저에 따라서는 배드 엔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어두운 내용이다. 콜렉션 타이틀 안에 수록된 3개의 게임 중 2개의 성격이 다른 한 게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때문에 외전이 정사를 보조하는 것이 아닌, 정사인 킹덤하츠 Final Mix가 외전인 ReCoM과 358/2에 휘둘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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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화된 358/2의 편집 방식도 다소 불만스럽다. 해당 작품의 스토리를 이해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3시간에 가까운 플레이 타임 중 제대로 등장하는 디즈니 캐릭터가 미키 마우스 달랑 한 명뿐이고, 캐릭터 설정이나 대사가 속칭 중2병스러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사람에 따라 불쾌할 수 있다. 수십 시간에 걸쳐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보다는 짧지만, 어지간한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보다는 긴 시간 동안 킹덤하츠 시리즈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인 디즈니 캐릭터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닭살 돋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중2병 대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 한다는 점은 문제가 많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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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개선에 머물지 않은 콜렉션
게임 제작자인 노무라 테츠야는 예전 인터뷰에서 ‘킹덤하츠 1.5가 있는데 2.5가 없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언젠가 발매될 킹덤하츠 2.5, 더 나아가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스토리가 일단의 마무리를 보게 될 킹덤하츠 3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타이틀 배치 문제와 편집 방식 등 몇몇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화질 개선 이상으로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 킹덤하츠 1.5는 시리즈의 인기 몰이를 계속시킬 도우미 그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킹덤하츠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 킹덤하츠 시리즈를 즐기지 못했거나 부분적으로밖에 접하지 못한 유저들에게, 킹덤하츠 1.5는 지금까지를 정리하는 한편 앞으로 발매될 킹덤하츠 3에 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정식 발매된 게임이면서도 한글화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게임이다. 틀림없이 다음 번 스퀘어에닉스는 잘해주리라고 믿는다.

: 디즈니 킹덤하츠 스퀘어에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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