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의 시간을 넘어 온 게임, 파이널 판타지4

오래된 게임의 기준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출시된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게임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몇년의 시간이 지나야 오래된 게임의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강산도 변하는’ 10년 정도면 적당한 기준이 될 것이다.

최근 액토즈를 통해 안드로이드 OS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4(이하 파판4)는 이러한 기준을 뛰어넘는 작품이다. 1991년에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됐던 이 작품이 시간을 22년이나 뛰어넘어 스마트폰으로 출시됐으니 말이다. 파판4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당시에는 생각도 못 했을 일이다.

가정용으로 즐기던 게임을 스마트폰으로도 즐긴다는 점에는 큰 의의가 있긴 하지만 파판4가 리메이크 되거나 다른 기종으로 이식된 일은 워낙에 잦았기에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참고 삼아 파판4의 리메이크 역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 이후, 난이도를 낮춘 파판4 이지 버전이 발매됐으며, PS1으로 오프닝, 엔딩 영상이 추가되고 해상도가 조금 높아진 버전이 출시됐다.

파판4
파판4

또한 파판4, 5, 6를 하나의 디스크에 합친 컬렉션이 PS1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휴대기기로의 이식도 꾸준히 진행되서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원더스완 컬러로도 발매가 됐고, PSP로는 그래픽이 더욱 개선된 완전판이 출시됐다. 또한 NDS로는 아예 2D를 넘어 3D 그래픽으로 새롭게 구현된 파판4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NDS 버전은 추후 더 높은 해상도로 iOS와 안드로이드로 이식됐으며, 액토즈가 국내에 출시한 버전은 NDS 버전을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 버전이다.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됐던 원래 버전과 NDS 및 스마트폰 버전 사이의 게임성에 큰 차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픽이 2D에서 3D로 변경됐고 무려 ‘음성지원’까지 될 정도로 음원 효과도 강조됐다는 점과 약간의 추가 스토리가 있다는 것 정도다.

원작이 90년대에 나온 게임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게임 시스템은 전형적인 90년대 일본식 RPG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강화, 수집, 아이템 제작과 같은 요소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오로지 게이머들은 캐릭터의 레벨을 높이고 몬스터를 사냥해 강력한 무기를 획득하는 데에만 전념을 하면 된다. 그것이 스토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파판4
파판4

근래 나오는 게임들에 비해 시스템적으로는 굉장히 낙후된 것 같은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은 굉장히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다양한 직업을 갖춘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극적인 구조에 의해 파티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면서 스토리의 긴장감을 높여가기 때문이다. 게임 구조야 하나의 지역에 가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던전으로 향하는 패턴의 반복이지만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드라마는 게이머들을 즐겁게 만든다. 물론 그러한 과정을 그리는 연출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전투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턴제 롤플레잉 게임에 실시간 전투의 긴박감을 부여하기 위해 최초로 도입한 ATB (Active Time Battle) 시스템 덕분에 전투를 긴장하며 즐길 수 있다. 내가 메뉴를 선택하고, 아이템을 고르는 동안에도 시간은 실시간으로 흘러 몬스터가 나를 계속해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이들은 옵션에서 ATB 시스템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된다.

가정용 게임기로 즐기던 명작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즐긴다는 점에선 큰 의의가 있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NDS 버전과 비교해 해상도만 높아졌을 뿐, 추가요소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워낙에 오래 전에 출시된 게임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다보니 인터페이스가 조금은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이 발전한 것은 단순히 그래픽과 사운드 뿐만이 아니다. 게임의 편의성을 좌우하는 인터페이스 역시 대단히 많이 발전을 했으며, 이러한 요즘 게임의 인터페이스에 적응한 이들이 보기에는 파판4의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투박한 편이다. 물리적인 패드를 활용한 입력방식이 아닌,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스마트폰의 조작체계를 감안해서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적용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파판4
파판4

전형적인 권선징악 형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적어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스도와 사이사이 느껴지는 인물들의 개성 과 내 캐릭터가 점차적으로 강해지는 모습에서는 재미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암흑기사인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인 세실과 크리스탈을 한 곳에 모아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골베자와의 대립. 전형적인 용사물의 형태이기에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파판4의 장점이다.

1991년에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22년 전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그 당시의 게임들을 궁금해하는 이들이라면 90년대 게임의 재미는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래저래 파판4는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의 근간을 만든 작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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