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의 탑, 고퀄리티만 믿다간 먼저 승천해버릴지도...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은 한동안 쏟아지던 캐주얼게임 대신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고 퀄리티의 코어 게임들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롤플레잉 베이스의 게임들은 각 업체들이 저마다 메인급 제품으로 출시하고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라비티가 개발하고 네오싸이언이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승천의 탑'이 지난 19일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 게임은 '언리얼 엔진 3'를 활용한 고 퀄리티의 그래픽과 이펙트를 비롯해 위기의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필살기인 피니쉬 스킬 시스템, 장비에 장착해 능력치를 올려주는 몬스터 카드 시스템, 계속해서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무한 던전 '심연의 나락' 등 다양한 시스템과 즐길 거리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모바일게임으로 다수 출시되고 있는 미들코어 계열을 넘어 하드코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캐주얼스러운 게임을 넘어서는 손맛과 깊은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부속 시스템이 준비돼 있어 출시 전부터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게이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승천의 탑'은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으며 공개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지난 19일부터 진행된 정식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모험의 시대를 열었다.

게임 진행 방식이야 기존의 온라인게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그만큼 접근성이 용이하며, 액션성이나 시각적 이펙트 역시 기존의 캐주얼 또는 미들코어 모바일게임들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의 진행은 판타지 배경의 스토리에 따라 게이머가 다양한 의뢰를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전형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다양한 퀘스트들은 자동 이동 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NPC와 퀘스트 지역을 오가며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직업이라도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저마다 다른 스킬 시스템을 통해 개성적인 플레이를 이끌 수 있도록 한 점이나 다양한 카드를 장비에 부착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몬스터 카드' 등은 비슷한 모습에서 한 단계 더 고민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다 보면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액션'을 강조하는 순간 부실해질 수 밖에 없는 '스토리'의 구성에 있어서의 개성의 부족은 '승천의 탑'을 그저 그런 롤플레잉 게임의 하나로 생각되게 만들고 있으며, 고 퀄리티의 그래픽 역시 화면 확대 축소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어렵다.

게임의 인터페이스 역시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이는 PC 온라인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대다수를 즐길 수 있음과 함께 그만큼 인터페이스가 모바일 전용 게임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지만 게임의 안정성이 이를 아직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조금만 늘어나도 화면은 뚝뚝 끊기기 일쑤이며 필드에서 다수의 몬스터가 일시에 등장하는 경우에도 프레임 하락은 반드시 따라온다.

고 퀄리티를 내세운 그래픽과 불안한 게임 덕에 조금만 게임을 돌려도 기기는 금새 불덩어리가 돼 버리거나 배터리가 바닥나버려 게임을 오래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기자가 사용 중인 기기가 iOS 현세대 최고 기기 중 하나인 아이폰5임에도 이런 현상을 겪고 있는데 개발사 측이 서비스 대상 기기로 선정한 모든 iOS 장치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여기에 튜토리얼이 너무 최소한의 정보만을 알려준 탓에 공격 방식이 몬스터를 직접 터치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우측 하단의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비되는 등 하드코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인 '불친절'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을 선택하고 즐기도록 하는 최초 플레이 시간 동안 이 '승천의 탑'이 게임의 특징을 제대로 내어보이고 만족감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평이 갈릴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게이머는 "'온라인게임'이 되고 싶었지만 사정상 '모바일게임'으로 출시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런 기분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게이머들에게 이 게임이 추구하는 진정한 모험의 재미 대신 피로감 만을 늘려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짧지 않은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기자가 느낀 점은 공개 서비스 기간 동안 게이머의 의견을 묻고 조금 더 세심한 점검과 보완이 뒤따른 이후 정식 서비스가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다.

공식 서비스가 진행된 이상 '승천의 탑'은 빠른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더 복잡한 기기들을 상대해야 하는 안드로이드 서비스에서 보다 큰 난관을 접할 확률이 높다.

결국 이번 공개 서비스를 통해 '승천의 탑'은 셀링 포인트 대신 '가능성' 만을 보여준 또 하나의 게임으로 남게 됐으며, 높은 수준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편함으로 인해 이름처럼 '승천'해버리는 상황도 맞이할지도 모른다.

서비스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개발사 측의 용기가 필요해 보이며,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통해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화끈한 '승천의 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천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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