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로그라이크 RPG, 성마도 이야기

일단 게임 리뷰에 앞서 로그 라이크 RPG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해볼까 한다. 사실 로그 라이크 장르 게임이 많지 않고, 자주 사용되는 용어도 아니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나마 유명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한 던전은 플레이 해봤거나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로그라이크 장르는 던전 탐험을 기본으로 하며, 매번 다시 시작할 때마다 던전의 내부 구조나 지형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바로 전에는 눈 앞에 있던 아이템이 다음회차에는 다른 곳에 가 있고, 같은 위치에 있던 아이템이라고 주워서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같은 아이템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나오는 적의 수도 언제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시작하자마자 대량의 적이 주변에 있거나 아니면 던전을 몇바퀴를 돌아야 한두 마리 보일 때도 있는 등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게이머를 반겨주는 형태이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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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번 죽으면 습득한 아이템을 전부 잃어버리고 마을에서 다시 1레벨로 시작하며, 만복도라는 개념이 있어서 던전에서 어떤 행동을 하던 이 수치가 조금씩 줄어들고, 다 소진되면 허기로 인해 체력이 줄어들도록 설정되어 있다(물론 음식물 아이템을 먹으면 다시 회복되긴 한다). 즉, 플레이어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심지어 자동 이동, 자동 사냥까지 지원하는 요즘 RPG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래저래 불편함만 가득한 게임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난관들을 극복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 때문에 소수이긴 하지만 마니아들이 꾸준하게 있어 왔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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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성마도이야기는 이런 로그라이크 계열의 RPG로, 제목에서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면 상당한 올드 게이머일 확률이 높다. 이 성마도이야기의 기본은 과거 컴파일(이 게임의 제작사인 컴파일 하트와는 이름만 같고 이 회사의 게임 설정 관련 판권만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에서 나온 마도이야기라는 RPG 의 스토리를 기본으로 만들었으며, 기본적인 골격은 마도이야기와 아주 유사하지만 요즘 분위기에 맞게 적절한 수정과 변화를 줘서 내용을 만들어 냈다.

간략하게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졸업시험을 치르다가 일이 꼬여서 정학을 당해버린 주인공이 어쩌다보니 궁극의 카레 레시피라는 것을 줍게 되고, 정학 때문에 딱히 할 일도 없고 하니 근처에 대형 카레 전문점이 생겨서 휘청거리는 단골 카레집을 도와주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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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방식은 마을에서 준비 후 던전 돌입-> 최종층 도착 -> 보스 몬스터 척살 -> 마을로 돌아오면 이벤트 전개 후 다음 이벤트가 나오거나 다음장으로 돌입이라는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형태이다. 그리고 로그라이크의 특성상 쉬운 사람이나 운 좋은 사람이라면 금방 클리어할 수 있지만 이런 계열에 약하거나 운이 없다면 진짜로 짜증이 날 정도로 어려울 수도 있는 난이도다.

애초에 로그라이크 계열이 게이머의 실력보다는 반 정도는 운에 좌우되기 때문에 어제는 쉽게 풀린 던전도 내일 해보면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황당한 상황에 걸려서 손도 발도 못 내밀고 재도전 해야 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위에 설명한 것 처럼 좋은 아이템 같은 것은 현지 조달이 기본이기 때문에 진짜 운이 좋다면 초반부에 엄청 좋은 아이템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운이 없으면 그 던전 최종층까지 쓸모 없는 아이템으로만 보관장소를 가득 채우고 들어갈 수도 있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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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성마도이야기는 다른 이상한 던전 계열에 비하면 상당히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다른 게임에서는 후반부에나 나오거나, 아예 없는 장비 합성 시스템이 초반부에 금방 생기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단순히 성능 좋은 무기만으로는 진행이 힘들고 다른 무기와 무기를 합쳐서 성능을 강화 시키는 합성이라는 요소가 있는데, 성마도 이야기는 던전에 같이 다니게 되는 캐릭터에게 아이템을 몇 개 던져주면 생기는 합성의 지식이나 1장 클리어 후 주인공의 방에 들어오는 합성 전용 캐릭터에게 일정량의 돈을 지불하면 별 문제 없이 합성할 수 있다.

또, 보통 시작 마을에서는 특정 조건이나 기능을 열지 않는 이상 아이템을 준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성마도이야기는 마을에서 적당한 수준의 아이템들을 돈만 모아뒀으면 즉시 구입해서 던전으로 들고 갈 수가 있으며, 특정 층에서는 언제라도 마을로 복귀할 수 있는 기능이 꼭 있기 때문에 기존 로그라이크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엄청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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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림돌이 되는 만복도 개념 역시 주인공이 아닌 동료가 가져가서 동료가 쓰러지더라도 주인공은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으며, 동료에게 꼭 음식을 챙겨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아이템이라도 주면 만복도를 채우기 때문에 딱히 음식이 없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지장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중요한 소재인 카레는 던전에서 얻는 카레 재료를 모아 마을에 가져오면 레시피를 얻게 되고, 레시피가 있으면 여러가지 추가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카레를 만들 수 있다. 즉, 이 성마도이야기는 로그라이크 계열 치고는 상당히 게이머 편의가 잘 되어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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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한 던전을 많이 해본 로그라이크 숙련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미흡한 점도 있다. 우선 이상한 던전에서 생존을 방해하면서 역으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요소인 함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마법진이라는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게 하나만 함정의 기능에 가깝고 나머지는 전부 유용한 마법진이라서 함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이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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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지 아이템이 가득 찬 상태에서는 아이템을 줍지 못해 습득한 아이템 중 하나를 사용하거나 버려야 주울 수 있다. 이상한 던전에서는 아이템 위에 올라가면 땅에 있는 아이템과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교환 하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익숙한 사람에겐 조금 번거롭다.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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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이상한 던전 계열을 오래 해본 사람의 입장이고 실제로는 하다보면 익숙해지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아니 로그라이크 치고는 굉장히 친절한 편이라 로그라이크 입문용 게임으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이상한 던전 계열로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던전 탐색 RPG로 보면 상당히 접근성도 좋고 게임의 재미도 있다. 특히 이번 한글판은 일본판의 여러 버그나 문제점을 수정했으며, 한글화로 인해 복잡한 시스템과 아이템 기능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 만큼 편의성 부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장르의 특성상 취향을 많이 타긴 하지만 가끔 색다른 게임을 즐기고 싶거나 뭔가 집중할만한 게임을 찾는다면 이 성마도이야기를 추천해 주고 싶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여러모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즐거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

성마도이야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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