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신들의 전쟁'까지 담은 드래곤볼Z 배틀 오브 Z

드래곤볼은 일본의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약 10년간 연재한 만화로, 이제는 누구나 아는 그야말로 전설이 된 만화다. 주인공이 친구와 라이벌을 만나 성장을 하고 힘을 합쳐 강대한 적들을 물리치는 소년만화의 기본을 확립했으며, 전세계적으로 2억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물론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만화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특히 게임은 여러 기종으로 여러 장르의 게임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드래곤볼 Z 배틀 오브 Z는 이 드래곤볼을 소재로 한 게임으로, 최신작 답게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의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볼 Z 극장판 신과 신(국내 개봉 제목 신들의 전쟁)의 내용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미션 클리어 타입의 액션으로 각 미션마다 주어진 조건을 클리어하면 그 다음 미션 스테이지가 열리는 구조다. 미션 클리어 성적에 따라서 게임에서 캐릭터 강화에 사용되는 카드와 카드를 별도로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 포인트를 지급해주고, 성적이 좋으면 새로운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거나, 새로운 스테이지, 어나더 미션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온라인 시대에 나온 기종답게 다른 게이머들과 통신 대전이나 애드훅 대결을 즐길 수도 있다.

기본 조작도 간편해서 딱히 커맨드 입력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고, 각 버튼의 조합에 따라서 통상 공격과 강력 공격, 필살 공격 등이 자유롭게 구사된다. 그리고 PS비타의 특징인 터치 스크린을 활용해서 화면상의 가상패드에 단축 키를 지정해놓으면 버튼 두 개를 눌러야 되는 조작도 터치 스크린을 한번만 터치해주면 자동으로 나가는 편의성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 상의 스토리를 보자면 Z 라는 명칭이 붙기 시작한 사이어인의 지구 침략 편부터 시작해서 최신작인 신들의 전쟁까지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며, 중간 중간에 시점을 달리한 패러럴 스토리(베지터의 시점이나 기뉴 특전대의 입장에서 오공 일행을 상대하는 전개)나 극장판의 스토리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그 시점에 등장할 수 없는 캐릭터들도 스테이지의 사용 제약이 걸려있지 않은 상황만 아니라면(보통 원작 스토리 미션이면 적 캐릭터는 사용 못하고 IF 스토리라면 역으로 아군 캐릭터는 사용하지 못 한다던가), 그 캐릭터를 선택해서 미션을 플레이 할 수 있고 동일 캐릭터를 복수로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스테이지에서 손오공만 네 명이 나와서 싸우게 되는 진기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원작과 다른 경험보다는 원작의 명장면을 재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그럴 때마다 스페셜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보너스로 받은 포인트는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는 카드를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이 게임에서는 레벨업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카드를 통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시킬 수 있는데, 카드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지급되기도 하고, 소모성 카드는 게임을 하면서 모인 DP라는 것과 PP라는 것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DP는 일반적인 카드 구입에 쓰이지만 PP는 일반 DP로 구입할 수 있는 카드보다 성능이 좋거나 유용한 프리미엄 카드의 구입에 쓰이는데 PP는 위에서 언급한 스페셜 보너스를 얻으면 미션 클리어시 나오는 원기 리퀘스트에서 받을 수 있다. 대신 스페셜 보너스를 신경 써야 하는 만큼 플레이에 좀 신경을 써야 되기는 하지만 PP로 구입할 수 있는 카드는 그만큼의 대가를 주니 기회가 되면 많이 모아두는 게 좋다.

일단 기본적인 게임 설명은 이정도로 마치고 개인적으로 몇 가지 느낀 점을 쓰자면, 이때까지 해 봤던 드래곤볼 게임하고는 확실히 차이점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보통은 원작의 특성상 대전 격투 계열이거나 예전 패미콤 시절처럼 RPG 계열의 드래곤볼 게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필드 액션 타입의 드래곤볼은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조작도 상당히 간편하거니와 일단 게임이 머리 쓸 것도 없이 상대를 쓰러트리면 클리어가 기본이라서 대전처럼 복잡한 커맨드나 조작에 머리가 꼬이지도 않고 또 RPG처럼 커맨드 선택 후 클릭 클릭만 반복하는 진행에 지루해지지도 않아서 상당히 할 만 했다. 몇 번이나 말 하는 거지만 복잡한 커맨드 입력 없이 버튼 클릭 조합으로 여러 기술이 나가는 만큼 머리 아프게 커맨드 외우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일단 원작 베이스로 어느 정도 자유도가 있어서 그 시점에서는 안 나오는 캐릭터로 조작을 해도 게임 진행상의 문제는 없지만 대화 이벤트 같은 것은 그대로 나오고 또 그 시점에서 맞는 캐릭터를 집어넣고 진행하면 원작의 동일 시점에서 나오는 대사가 나오는 등으로 신경 쓴 모습이 많이 보인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보이는데, 일단 PS Vita 치고는 은근히 긴 로딩 시간이 긴 편이다. 로딩이라고 해도 미션 선택 후 미션 돌입 전 까지의 시간이고 로딩 중 유용한 팁을 드래곤볼의 캐릭터가 나와서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그 시간이 게임의 흐름을 다소 방해한다고 느껴진다.

또한, 게임 진행시 비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AI가 가끔씩은 발목을 잡는데 내가 잘 해도 동료가 맞아죽어서 잘 나가다가 갑자기 미션 실패로 넘어가면 순간적으로 머리가 확 달아올라버리기도 했다. 물론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려줄 수도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도리어 내가 당하는데도 다른데서 싸우고 있거나 하는 문제도 있으니 명령에도 주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일단 동료 캐릭터도 재도전 횟수가 정해져 있는 만큼 그것을 염두에 두고 카드를 세팅해주거나 하면 되지만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다.

조작이 간편해진 것은 좋지만 그렇다보니 캐릭터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플레이 캐릭터들을 바꿔가면서 해 본 바로는 공격모션이 거의 전부가 동일한 모션을 쓰고 있어 검을 사용하는 트랭크스 같은 캐릭터를 제외하면 별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접해봤던 드래곤볼 게임과는 달리 배틀 오브 Z는 자체적으로 기(게임상에서는 SP) 회복이 불가능하고 통상 공격으로 조금씩 차오르거나 아군의 지원으로 회복, 아니면 장비 카드 이외에는 단시간 회복이 안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필살 공격을 날리다가는 무방비 상태가 돼서 헉헉 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만약 격투게임 계열에 어느 정도 익숙한 상태에서 격투게임 하듯이 했다가는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카드로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것도 달리 보면 또 피곤한데 강화 카드는 기본적으로 미션 클리어시 지급되는게 전부이기 때문에 필요한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클리어 한 미션을 몇 번씩 반복해야 하고, 또 지급되는 카드도 무작위이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가 강요되는 느낌이다. 이 문제는 후반으로 진행하면서 가지고 있는 카드가 능력치를 많이 올려주지 못하는 수준으로만 모여있다면 시간제한이 끝날 때 까지 적의 체력을 반도 못 깎게 되고 시간 종료로 끝나버린다는 황당함을 겪을 정도로 노가다성과 운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PS3 으로도 나와 있는데 해상도가 PS3 기준으로 나온 것인지 글자나 화면이 작은 화면에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인지라 하다보면 상당히 눈이 아프다.

뭐 이렇게 문제점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나온 드래곤볼 관련 게임 중에서는 가장 최근의 작인 신들의 전쟁을 집어넣었다는 점과 접근성이 쉬운 조작법, 원작을 해치지 않으면서 게이머가 원하는 전개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단 만화 연재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이렇게 여러 매체로 이어가고 있는 드래곤볼 시리즈.앞으로 계속 이렇게 명맥을 이어나갈 것을 기대하면서 글을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