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을 줄 알았니? 해보면 다르다. 캔디크러쉬사가의 후속작 '팜히어로사가'

3매치 퍼즐의 절대 강자 애니팡이 점령하고 있던 국내 게임 시장에 소리소문없이 들어와 잘 만든 작품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뜬다는 사실을 증명했던 킹의 캔디크러쉬사가. 이 게임의 후속작이 드디어 공개됐다.

킹이 캔디크러쉬사가에 이어 두번째로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한 게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3매치 룰을 사용한 퍼즐 게임 팜히어로사가다. 이미 출시된 해외에서 거둔 성적을 보니 2014년 1분기 기준 일평균 2000만명의 접속자와 약 1억9000만 플레이. 캔디크러쉬사가의 후속작이라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참 대단한 숫자다.

팜히어로사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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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게임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참 의문이 가득했다. 전작에서 3매치의 완성형이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보여줬는데, 같은 장르에서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의문은 게임을 시작하면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게임의 무대가 사탕공장에서 과일과 야채로 가득한 농장으로 바뀌긴 했지만, 전작처럼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친숙한 모양의 전체 지도가 등장하고, 스테이지를 선택해 클리어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선택해서 들어가면 농작물을 상하좌우로 한칸씩만 움직일 수 있고, 3개 이상 맞추면 농작물들이 없어지는 일반적인 3매치룰이기 때문에, 캔디크러쉬사가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면 그냥 그래픽만 바뀐 게임이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팜히어로사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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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을 좀 더 플레이해보면 이 생각이 바뀌게 된다. 바로 퍼즐의 재미요소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작에서는 주어진 턴 안에 최대한 많은 블록을 없애 고득점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것을 위해 4개 이상 블록을 없애면 생기는 특수 블록을 조합해서 또다른 특수 효과를 얻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다.

팜히어로사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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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팜히어로사가에서는 농장이라는 배경을 적극 활용해 각 스테이지마다 농작물의 종류와 수를 정해놓고, 수확량을 달성해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농장을 침입한 도둑너구리를 퇴치하는 보스전도 삽입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어차피 전작에서도 특정 종류의 사탕을 몇 개 이상 없애야만 하는 비슷한 성격의 스테이지가 많이 있었지만, 팜히어로사가는 퍼즐의 목적을 게임의 세계관과 연결시켜 보다 직관적인 느낌을 준다.

팜히어로사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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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작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특수 블록 조합 시스템이 사라진 것도 흥미롭다. 굉장히 많은 3매치 퍼즐과 가장 차별화되는 시스템이었던 만큼 후속작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이어질 줄 알았으나, 캔디크러쉬사가와 팜히어로사가의 차별화를 위해 다른 노선을 택했다.

팜히어로사가에서 4개 이상의 농작물을 맞춰 터트리면 그 주변에 있는 농작물에 숫자가 하나씩 더해지고(6개 이상이면 화면에 있는 같은 농작물이 모두 사라진다), 숫자가 있는 농작물을 맞춰 없애면 그 숫자만큼 농작물이 수확된다. 즉, 한정된 횟수 내에 농작물을 수확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숫자가 많이 달린 농작물을 많이 만들고, 그것을 우선적으로 없애는 것이 게임의 핵심인 것이다.

팜히어로사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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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많은 블록을 없애는 전작의 특수 블록 조합 시스템에 비해 시원한 맛은 부족하지만, 블록배치 운에 많이 의존했던 전작보다는 게이머의 퍼즐 실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다.

젤리, 초콜릿생성기 등 전작에서 많은 이들을 분노와 고민에 빠트렸던 특수블록도 농장이라는 세계관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달걀의 경우에는 3개 이상 합치면 깨진 달걀로 변신하게 되고, 깨진 달걀을 3개 이상 합치면 병아리로 부화하는 식이다. 이 역시도 수확해야 하는 목표물 중 하나로 존재하기 때문에 전작의 특수블록처럼 퍼즐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짜증이 덜하다.

팜히어로사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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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팜히어로사가는 전작 캔디크러쉬사가와 닮은 듯 하지만 상당히 다른 매력을 가진 게임이다. 3매치라는 식상한 퍼즐 규칙을 활용해서 이렇게 다른 게임성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서 킹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캔디크러쉬사가의 후속작이라는 이름만 내세우는 평범한 복제품이었다면 일평균 2000만명의 접속자와 약 1억9000만 플레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어떻게 내겠는가! 더구나 캔디크러쉬사가가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뭐 하나만 성공하면 컨셉만 살짝 바꿔서 비슷한 게임들을 양산하는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이 이런 점을 본받았으면 한다. 많은 고민과 철저한 준비없이 만들어진 복제품은 절대 글로벌 히트작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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