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산에서 지스타 게임쇼를 개최하면 안되는 이유

최근 성남시가 지스타 개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차기 지스타 게임쇼의 개최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당선으로 지스타 부산 개최에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성남시까지 지스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스타 개최지 변경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다시 지스타 게임쇼를 경기도로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부산에서 계속 해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스타 3일차
사진
지스타 3일차 사진

일단 올해까지는 지스타 게임쇼가 부산에서 진행된다. 부산시는 지난해에 지스타를 2년 동안 개최하고 이후 재평가를 통해 2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때문에 지스타 게임쇼는 올해까지 부산시에서 개최되고, 재평가 후 더 진행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문제는 반 게임계의 선두주자인 서병수 전 의원이 부산 시장에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국회
국회

서 당선자는 지난해 부산 지역(해운대구기장군갑) 국회의원 당시 게임업체로부터 매출 1%를 징수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 규제법인 '손인춘법(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및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업계의 공적이 된 상태다.

부산시가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지스타 특수'를 누려온 상태에서 '게임업계 죽이기'를 자행한 것이 반감의 이유다. 이에 남궁훈 위메이드 전 대표 등 주요 게임 인사들이 격분하며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서 당선자는 부산시장에 당선되고 지스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와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를 방문해 지스타 참가 독려를 하는 등 행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에 업계의 눈길은 싸늘하다. 친 게임인사인 전병헌 의원 또한 "만시지탄"이라는 표현을 쓰며 서 당선자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협회 홈페이지 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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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굳이 서 당선자의 과거 행보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부산에서 지스타 게임쇼를 개최하면 안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지스타 게임쇼를 위해서다. 부산에서 개최하면 지스타 게임쇼가 굉장히 위축될 수 있다. 서병수 의원의 당선이 게임사들에게 '지스타 불참의 명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도 신통치 않고 어떻게 참가하지 않을까 엿보던 게임사들에게는 최대의 이유이자 호재이고, 실제로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지스타 게임쇼에도 벌써 은근히 보이콧하겠다는 게임사들이 많다. 그래서 지스타 게임쇼의 위축을 막기 위해 개최지를 옮겨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반 게임인사와 친 게임인사에 대해 게임업계가 명확한 답변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경기도에는 친 게임인사인 남경필 의원이 당선되어 있고, 또 수많은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상주해 있다. 정부 곳곳에서 강하게 게임규제를 논할때 지역으로써는 경기도에서만 유일하게 반박하고 나섰다는 점을 게임업계는 상기해야 한다. 물론 성남시의 지스타 개최는 너무 설익은 주장일 수 있지만, 경기도에는 일산 킨텍스도 있고, 충분히 제반시설이 갖춰진 곳이 있다. 게임업계가 친 게임인사에게 보답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세 번째 이유는 부산 자체의 적극성 문제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수많은 게임 관련 행사가 개최되어 왔지만 처음 지스타 개최부터 현재까지 숙박업소 바가지 요금 등 게임업계 관련자들은 '호구'가 되어야 했다. 최근 나아지긴 했다지만 1-2년 전까지 숙박비로만 수백만 원 썼다는 업계인들의 쓴소리가 귀에 선 하다. 매년 대형 e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더라도 꼬박 꼬박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등 부산시는 잇속만 챙길 뿐 전반적으로 게임업계에 좋은 파트너는 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이유는 게임업계의 성장동력과 집결의 문제다. 판교에 게임사들이 집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까운 경기도에 게임사나 관련 행사들을 집결시키는 것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 게임사 밀집지역에서 거대한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해 나갈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큰 축제를 보여줌으로써 반 게임인사를 움찔하게 만들고 목소리를 모아 진흥을 주장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부산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지스타 게임쇼가 맥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새로 정비할 새 개최지가 절실하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지스타의 개최지가 어디가 될지 사뭇 궁금하다. 김성곤 게임협회 국장의 "부산, 성남, 고양, 서울 등 모든 지역에서 지스타 유치가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게임산업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귓가에 남는다.

부산시는 과연 게임산업을 살리기위한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반 게임인사인 서병수 당선자에게 그런 것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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