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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게임을 바라보는 캐나다인의 시선

조영준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12화. 게임을 바라보는 캐나다인의 시선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중독을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해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한 국회의원의 발언이다. 국회의 다수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게임을 공식적으로 마약과 알코올, 도박 등의 ‘사회악’들과 도매금으로 취급했을 만큼 현재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고와 국민을 경악시킨 사건의 배후로 게임이 지적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고,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취급하여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신의진 법’과 게임매출의 1%를 ‘징수’하겠다는 ‘손인춘 법’ 등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도 줄줄이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게임의 유해성’을 부르짖는 이들은 ‘게임은 청소년의 공부할 시간과 수면시간을 빼앗고 있으며, 마약과 버금갈 만큼 게임에 몰입하게 하여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문화 콘텐츠 수출액 46억 1,151만 달러 중 무려 절반이 넘는 26억 3,9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할 만큼 해외에서도 이미 그 가치를 인정 받았음에도 이 같은 공세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는 ‘비디오게임이 폭력을 야기한다’며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미국, 유럽 등의 해외 학부모 단체 및 종교 단체의 주장과 다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물론 아직까지 게임이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공신력 있는 학술 발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지만 말이다.

캐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전혀 기를 펴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국내에서는 유학과 이민 국가로 알려진 캐나다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이어온 캐나다의 비디오 게임 산업 규모는 약 2십억 달러(한화 약 2조 1억 원) 수준이며, 약 1만 6천여 명이 게임 직종에 종사하고 있고 약 348개의 회사가 캐나다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3년 캐나다는 캘리포니아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비디오게임 개발국가’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 같이 캐나다의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게임에 대한 유해성 논란 역시 자연스럽게 불거졌다. 실제로 한 캐나다의 학부모 단체에서는 게임의 폭력성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게임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까지 보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이 같은 주장은 캐나다에서 오히려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바로 학부모 단체의 주장이 ‘게이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반대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캐나다 게임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캐나다 만의 독특한 국가 정체성에 있다.

캐나다는 1867년 건국된 대단히 짧은 역사를 가진 국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나라지만 시민들 중 상당수가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지어 캐나다의 유명 지역 중 하나인 퀘벡 주의 경우 공용어인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더 많이 사용해 ‘통역이 없으면 대화가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지역별로 문화와 언어도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이 같은 배경 덕에 캐나다 시민들은 서로 다른 문화, 인종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익숙하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민족, 인종 등 문화적인 접점이 없는 이들이 하나의 국가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존중해주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때문에 아직 공식적인 연구 결과로 입증되지 않은 ‘게임의 폭력성’을 이유로 게임을 제제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논쟁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넘어 타인과 자신의 인권과 권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캐나다 사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캐나다

청소년 보호 및 게임 과몰입에 대한 논란 역시 흥미롭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캐나다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FPS 장르 게임들의 폭력성이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곧 수많은 칼럼니스트와 네티즌들에게 정면으로 반박당했다.

이들의 주장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폭력적인 FPS 게임들은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등급의 게임이 아니며, 만약 게임을 즐겼다면 그것은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지 게임회사나 게임 산업에 문제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임에 너무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례가 소개되자 이 역시 스스로 절제하지 못한 당사자 혹은 부모에게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모든 캐나다 시민들이 마냥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것 만은 아니다. 무분별하게 여성 게이머를 비난하는 남성 게이머들의 급격한 마초화(masculinization)가 FPS 게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여성 게이머들이 즐길 만한 게임이 드물다는 것과 여성 개발자들에 대한 차별 등은 게임업계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로 지적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게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진행 중인 일방적인 ‘게임 탓하기’ 식의 논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기도 하다.

이처럼 게임에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인권’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중심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캐나다 시민들의 시각은 현재 엄청난 성장을 거두고 있는 ‘캐나다 게임산업’의 건강한 원동력이 되었다.

아직 학회에 정식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게임 과몰입’설을 바탕으로 쏟아지는 각종 게임 규제들과 다양한 원인을 가진 사회 문제를 단순히 게임 탓으로 돌려버리는 일부 언론들의 행태로 게임산업의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한국과 캐나다 차이가 유난히 커 보이는 것은 왜일까?

: 위기보고서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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