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15%를 둘러싸고 양사 ‘갈등 증폭’

넥슨이 지난 8일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갑작스럽게 매입하면서 양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일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 0.4%(8만8,806주)를 매수했고,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확보 지분을 14.68%에서 15.08%(330만 6897주)로 끌어올렸다. 넥슨은 15.08%로 엔씨소프트 최대주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되었고, 김택진 대표가 9.98%, 국민연금기금이 7.89%, 그리고 자사주 8.93%가 엔씨소프트의 나머지 주요 지분 구조로 짜여졌다.

그동안 신뢰로 뭉쳐온 두 회사였지만,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보유 지분을 15% 이상 가지면서 양사 사이에는 갈등이 생기는 모습이다.

국내 공정거래법상 15% 이상의 주식을 확보하게 되면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아야 하며,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 각종 문서 열람 등 회사에 상당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5%에다 5%만 주식을 더 확보한다면 법적으로 적대적 M&A 까지도 가능하다.

넥슨 로고
넥슨 로고

< 넥슨, 단순 투자목적..우려할 일 없어>
현재 양사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넥슨은 이번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에 불과하며,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니 과대 해석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의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저평가되어 있어, 기업가치 제고 차원 등의 단순투자 목적으로 115여 억 원을 들여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넥슨 측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추가적인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입 계획이나 경영권을 행사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며 논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하려다 보니 엔씨소프트의 지분 15%를 넘긴 했지만 단순 투자 목적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엔씨
엔씨

< 엔씨소프트, 적잖이 당황.. 신뢰 깨진 것으로 봐야>
반면에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의 갑작스런 행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넥슨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답변해왔지만 사전 논의가 되지 않은 체 기습적으로 15%의 지분을 확보해갔고, 지분매수 방식에도 의구심이 드는 등 향후 넥슨의 행보에 주목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측 관계자는 "(넥슨 측이) 사전 공유가 되어 마치 양사가 협의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고 지분매수와 관련해서 다양한 의구심이 드는 부분 등 신뢰가 깨진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엔씨소프트 측은 당분간 경계심을 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택진
김택진

< 금융 관계자들, M&A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

이러한 두 회사의 행보에 금융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금액대가 너무 낮다. 기존의 8천억 원대 투자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115여 억 원을 들인 것이 투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 관계자는 “투자로 보기엔 금액대가 너무 작다.”라며 “만약 투자 목적이었다면 넥슨 일본 법인 측 주식을 매입하는 게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식 매입이 넥슨코리아를 통해 진행된 것도 의문점이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넥슨 일본법인은 글로벌 사업을, 넥슨 코리아는 국내 사업을 담당한다."고 답변했지만, 일각에서는 넥슨 일본 법인을 통하면 엔씨소프트가 미리 눈치채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넥슨 코리아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 관계자들은 이번 지분 매입이 넥슨이 향후 엔씨소프트를 M&A 하기 위한 초석을 닦은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엔씨소프트와 넥슨.. 경영 방식 차이로 시너지 효과 ‘글쎄’>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지난 2012년 지분을 섞은 이후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두 회사는 개발 철학 및 경영 방식의 차이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실패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마비노기2’ 프로젝트로, 지난 2013년 1월부터 양사 합작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여러 불협화음 끝에 1년여 만에 개발이 접힌 바 있다. 당시 프로젝트 진행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양사 개발 스타일이 물과 기름이라고 비유될 정도로 달라 협력하기 힘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M&A가 단기적으로는 상승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좋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를 상징하는 게임기업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가 만약 적대적 M&A를 당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며 “두 회사가 갈등을 해소하고 이전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하게 경영해나갔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넥슨의 지분 매입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4일째 내내 강세를 띄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3만4천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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