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모바일게임 위클리] 4월 첫째 주 신작

모바일게임 위클리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모바일게임 중 세 작품을 직접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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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안 보는 삼국지 게임, '검은 삼국'

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출시 24시간 만에 게임 부문 상위권 등극 및 추천 게임에 등록된 그 게임, '검은 삼국'이 국내에 들어왔다. 4월 초에 오픈 예정인 '검은 삼국'의 비공개 테스트(이하 CBT)가 4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된 바. 이번 주 모바일 위클리의 게임으로 선정해 한 발 앞서 체험했다.

검은삼국cbt1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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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는 '검은 삼국'을 플레이하면서 팔괘경의 힘을 빌려 제멋대로 환생, 역사를 바꾸려는 '귀무'란 무장들을 쫓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쫓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보유한 무장들을 하나씩 육성해야 한다. 전투만으론 무장들이 강해지지 않으며, 게이머와 같은 수준까지 레벨을 올리는 승급, 재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무장을 강화시키는 진급 기능을 써야 한다. 무장에게 장착시키는 장비 아이템도 같은 방식인 승급, 제련을 통해 강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9:9 전투까지 지원하는 '검은 삼국'에서는 무장 혼자 강해 봤자 쓸모가 없으므로 모든 무장을 평균적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최대 아홉 무장까지 참여하는 진형 안에서의 무장 배치, 네 가지로 구분된 직업의 배율까지 전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육성은 공짜가 아니다. 따라서 아이템, 강화 재료, 무장들을 모아야 하는데 '검은 삼국'은 그 방법이 다양하다. 일일 리셋 던전인 동작대, 이벤트 및 게릴라 전투, 군단 가입에 따른 투자와 보상, 오늘의 수배란 이름의 일일 퀘스트에 이르기까지 어떤 메뉴에서나 플레이에 따른 보상 화면을 볼 수 있다. 보상 목록을 보면 4성 이상의 무장, 무기, 방어구, 장신구, 랜덤박스 등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들이 많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전투에 참가하면 3D 필드가 등장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탑뷰)으로 전투 경과를 지켜보게 된다. 각 무장마다 자신의 스킬을 쓸 때 클로즈업과 동시에 3D 이펙트가 보는 맛이 있다. 그리고 전장이 한 눈에 들어오므로 게이머 자신이 설정한 파티 내 직업 비율, 위치가 실제 전투에서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비록 이번 전투에서 지더라도 다음 전투를 위한 개선점을 확인하기 쉽다. 게이머가 무장에 들인 노력만큼 볼거리를 확실히 챙겨준다는 느낌이다.

'검은 삼국'을 플레이하면서 채팅창을 통해 테스터들의 호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같은 행보가 이어진다면 국내 정착이 순조로우리라 예상되는 만큼 다음 공개 때는 또 어떻게 발전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 궁금하다.

-토끼 같은 감성 퍼즐, '바니팡'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토끼 일러스트, 아기 토끼를 되찾기 위해 뛰어다니는 엄마 토끼의 모성애,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 게이머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임이란 '바니팡' 같은 게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니팡모바일위클리
바니팡모바일위클리

'바니팡'은 가지고 있는 방울을 천장에 매달린 방울을 향해 쏴 터트리는 퍼즐 게임이다. 같은 색깔의 방울이 3개 이상 모이면 터지고 터지는 방울 밑에 다른 방울이 매달려있으면 이것까지 같이 떨어져서 점수를 얻는다. 이렇게 한 스테이지씩 나아가면 일정 성적에 도달했을 때 '마왕 스테이지'에 들어가 아기 토끼를 되찾기 위한 결전을 벌인다.

물론 이 마왕 스테이지는 하나가 아니므로 133개가 넘는 스테이지들을 클리어하는 동안 여러 번 만난다. 스테이지 클리어 조건은 모든 아기토끼 구출, 제한 시간 동안에 클리어, 제한된 수량의 방울만을 사용해 클리어 등 다양하게 준비됐다.

'바니팡'의 매력은 '느림의 미학'이다. 시간 제한이 있는 스테이지가 아닌 한 게이머는 파스텔 풍의 동화 같은 그래픽을 보면서 느긋하게 퍼즐을 푼다. 게이머의 과금도 처음부터 요구하지 않고 퍼즐 해결에 도움을 주는 펫이나 스페셜 아이템 기능을 얻고 나서 시작하도록 유도했다. 여기까지 진행하려면 최소 15스테이지까지 와야 하니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늦게 과금을 유도하는 셈이다. 그리고 스테이지 입장에 필요한 당근이 한 개 보충되기까지 30분이 필요해 몇 분마다 게임을 붙잡아 시간에 쫓기는 일이 없다. 방울을 한 알 쏠 때마다 새로 보충하는 엄마 토끼의 움직임마저 여유롭다.

이렇듯 '바니팡'에서는 시간, 속도에 구애되지 않도록 되어 있어서 게이머를 재촉하는 여타 게임들과 다른 개성을 확보했다. 덕분에 간혹 등장하는 시간제한 스테이지나 마왕 스테이지에서는 난이도가 꽤 올라가지만 스페셜 아이템을 잘 쓰면 문제가 없다.

삭막한 세상살이와 그 폐해가 나타나는 현대사회에서 '바니팡'처럼 감성으로 게이머들에게 다가오는 게임은 분명 수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바니팡'의 성공으로 더 많은 감성과 힐링을 위한 게임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살려주세요 사장님, '내꿈은 정규직'

3년 동안 세 곳의 회사를 다니고 세 번째 회사를 퇴사한 개발자가 작년 SNS에서 유행한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떠올라 만들었다는 그 게임. TV드라마 '미생'에 이어 힘겨운 사회생활과 직장인의 비애를 그린 화제작. '내꿈은 정규직'을 이번 주의 인디 게임으로 선정하는 건 당연했다.

내꿈은정규직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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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주인공 개복치는 매우 예민해 작은 스트레스만 받으면 쉽게 돌연사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입지가 너무 불안해 사소한 건수에 쉽게 퇴직해버린다. 그러나 주인공의 육성을 목표로 하는 두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면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제3자의 시선으로 개복치의 육성과 돌연사 사유 수집이 공동 목표로 묶여 진행된다. 그러나 '내꿈은 정규직'은 육성 대상이 게이머 모두가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사회 초년생이다. 남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승진 확률을 높이기 위해 퇴직 사유를 모으면서도 그 행보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내꿈은 정규직'은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뿐 전혀 다른 게임이 됐다.

게이머의 최종 목표는 육성 대상인 주인공의 사장 승진이다. 그러나 항상 인턴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을 사장까지 승진시키는 일이란 현실만큼이나 힘들다. 상급자의 갑질 행보, 사회의 부조리가 시시각각 엄습하고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진다.

업무 실수나 병치레, 회사 폐업은 약과다. 주는 일을 잔뜩 했더니 일이 너무 없다고 퇴사, 탕수육 먹고 싶다 말했다가 사내 갈등 및 분열 조장을 이유로 퇴사, 땅콩을 봉지째 가져왔다가 퇴사 등 어처구니 없는 퇴직 사유가 많다. 심지어 게임을 종료했다가 퇴근 시간이 아닌데 퇴근했다고 퇴사, 스크린샷 기능을 너무 자주 쓰다가 정보 유출 혐의로 퇴사, 하루 동안 게임을 실행하지 않아 무단결근이라며 퇴사 당하는 경우마저 있다.

주인공이 이 풍파를 버티려면 먼저 체력을 소모해 업무 효율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일하는 게이머를 터치하다가 체력을 다 소모하면 병치레 사유로 퇴사 당하기 때문에 만능이 아니다. 그럼 다음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알바란 명목으로 광고를 시청해 돈을 모아 스펙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스펙업은 승진 확률 증가, 체력 증가, 업무 효율 증가 항목으로 나뉘어있으며, 해당 항목에 들어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터치해 하나씩 구매할 수 있다. 계약직 이상일 경우 새로운 모험을 구입해 새 이벤트를 보고 퇴직사유를 모으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것 만으로는 돈을 모으는 속도가 너무 느리므로 실질적인 스펙업을 체감하려면 과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렇게 갖은 노력으로 버텨봤자 한 번 퇴사 당하면 다시 인턴부터 고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전에 올려놓은 스펙은 유지되지만, 가장 중요한 승진과 퇴사 사유는 전적으로 확률에 의존해 게이머가 잘 하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게이머가 주인공을 승진시키기 위해선 체력과 재산의 배분, 눈치 보며 일을 받아오는 게이머의 조작, 신중한 스펙업 등 본격적인 육성 플레이로 임하는 동시에 운까지 따라야 한다. 4월 6일 부로 신분에 따라 초기 시작하는 직급이 달라지는 업데이트가 진행됐으나 신분 상승하는 것조차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쉬운 일이 정말 없다.

설상가상 이 난관들을 돌파해도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가 있으니 게이머와 주인공 중 누가 더 불쌍하나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게임을 하는 게이머 중 주인공과 동떨어진 인생이 보장된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럼 내 돈 빼서 주인공에게 주느냐, 주인공에 쓸 시간을 게이머 자신의 삶에 쓰느냐 골라야 한다.

상식적으론 기껏해야 0과 1의 데이터 덩어리에 자기가 쓸 돈까지 준다는 게 바보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게이머와 닮은 꼴인 주인공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며 내치자니 너무 찝찝하다. 그깟 게임에 무슨 난리법석이냐고 비아냥 들어도 할 수 없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지금 시대는 이런 생각 하나에 고통 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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