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 에닉스의 마에히로 카즈토요 '파판14의 시나리오는 아직 3%도 진행되지 않았다'

액토즈게임즈의 야심작 '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의 국내 출시가 어느덧 눈앞으로 다가왔다. ‘파판14’는 지난 2013년 8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후 일본과 북미, 유럽 등지에서 약 400만 명 이상의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으로, 액토즈게임즈에서 국내 서비스를 맡아 큰 화제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저조한 인기로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스퀘어 에닉스의 요시다 나오키 PD의 지휘 아래 다시 서비스를 시작해 성공을 거두는 등 수 많은 게임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MMORPG 시장에서 '실패를 딛고 일어선'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온라인게임은 스토리가 중요치 않다'는 인식을 깨고 최적화된 수 많은 캐릭터 간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물론, 게이머들에게 몰입감을 더한 '파판14'의 스토리라인은 '일본 MMORPG의 재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파판14'의 스토리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 졌을까?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다이나마이트 레이서', '파이널 판타지 XII', '라스트 렘넌트' 등 오랫 동안 스퀘어 에닉스의 굵직굵직한 타이틀 제작에 참가한 '마에히로 카즈토요(前廣和豊 Kazutoyo Maehiro)' 이벤트 총괄 및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파판14 인터뷰
파판14 인터뷰

Q: 오랜 시간 JRPG의 정상을 유지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다. 시나리오가 그 인기에 얼마나 기여했다고 보는가?
A: 지금까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압도적인 비주얼과 독자성 있는 게임 디자인, 그리고 장대한 세계관과 시나리오로 업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 각 사의 A급 타이틀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뛰어 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판 시리즈가 지금까지 사랑 받아 온 것은 역시 세계관과 시나리오에 의한 요인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타사 타이틀에서는 만들 수 없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만의 것이므로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Q: 온라인과 콘솔의 스토리는 어떻게 다르게 구성되는지?
A: 역시 온라인 게임은 ‘생동감’ 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게임 플레이 중에 "지금은 이 아이템을 팔 때다"라던지 "이 몬스터가 쏠쏠하다" 라던지, 시시각각 화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게이머로서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으므로 이런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개발자 입장이 되다 보니 게이머일 때와는 또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Q: 시나리오를 구성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A: 우선 적용할 콘텐츠와 퀘스트를 선별해 각각 스토리 플롯을 작성합니다. 이후 저를 포함한 시나리오 담당 스탭에게 분배해 실제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어서 시나리오를 실제로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퀘스트 등의 형태로 게임에 추가합니다. 마지막 작업은 반복적인 테스트 플레이를 통해 ‘시나리오’를 게임에 맞는 내용으로 조정합니다. 특히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이 조정 부분입니다.

파이널판타지14
파이널판타지14

Q: '파판14'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A: 도시국가 울다하에서 라운지 모래늪을 경영하는 '모모디'입니다. 연상의 누님이라는 느낌의 캐릭터이지만 사랑스러운 모션과 대사에 저도 모르게 힘차게 대사를 만들게 됩니다.

Q: '파판14'의 시나리오는 이전 시리즈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A: 가장 다른 점을 말씀 드리면, ‘게이머가 주인공이자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 라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바로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파이널판타지에 어울리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유념하고 있습니다.

Q: 현재 공개된 '파판14'의 시나리오는 전체의 몇 %라고 생각하나?
A: 게임의 무대인 행성 하이델린 관련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상정하고 있는 이야기 전모의 3%에도 지나지 않습니다.

Q: 개인적으로 '뛰어나다'라고 생각하는 게임 시나리오는 무엇이 있는가?
A: 오래된 작품이지만 '위저드리'(Wizardry)는 게임 디자인과 스토리가 융합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소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장대한 세계를 그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울티마4'(UltimaIV) 역시 게임이 출시된 당시에 충격을 받은 작품입니다.

파이널판타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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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4 이미지

Q: 게임의 시나리오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대다.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저는 시나리오라이터이면서 게임디자이너이기도 하기 때문에 게임은 역시 게임디자인이 위주가 되어야 하고 게임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게임을 플레이상에서의 보좌역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양한 게임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 게임성만으로는 ‘질림’이 발생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온라인게임에서는 게이머 이탈 현상이 매우 많고 한 번 떠난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일은 적습니다. 게임시나리오는 게이머들에게 그 게임세계를 보다 깊게 이해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세계를 알게 되면 애착도 생기고, 만일 일시적으로 게임을 이탈한 상태여도 다시 플레이를 하게 되는 계기도 생깁니다. 이에 ‘파판14’에서는 플레이해주시고 계신 분에게는 물론, 휴면 게이머들도 복귀하기 쉽도록, 콘텐츠를 시나리오에 연관시킴으로써 이해하기 쉬운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완성도 있는 게임과 시나리오를 제공하여 "언제나 플레이 할 수 있는 환경"을 게이머 여러분에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Q: 게임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가(캐릭터)’가 게이머의 아바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게이머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이머가 이야기의 방관자가 되지 않고 모험가가 있기에 이야기가 있다는 구성이 되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스토리 진행 시 모험가가 자신의 의도를 나타내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가능한 적게 노출하여, 최대한 게이머의 감정을 좌우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파이널판타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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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판14'의 시나리오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면 하는지?
A: 게임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 상의 보조 역할이라고 생각하므로 "이걸 꼭 봐주세요!"와 같은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 더 깊이 '파판14'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그만큼 플레이도 재미있어 집니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모든 시나리오를 봐 주셨으면 합니다.

Q: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A: 한국 게이머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여러분께 '파판14'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단순한 MMORPG, 단순한 '파이널판타지'도 아닌 '파판14'라는 타이틀로서 오래도록 즐기실 수 있도록 스탭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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