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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스토리] 엔씨소프트 연대기 6화 : 국가 규제의 시작과 고난의 시간들

조학동

[게임동아에서는 2015년을 맞이하여 게임 기업의 탄생부터 성숙기까지 더한 연대기형 특집 '기업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첫 번째로 선정된 회사는 엔씨소프트로, 엔씨소프트의 과거와 현재를 비롯하여 정치, 인사, 경제 등 가능한 폭넓은 분야를 토대로 다루어볼 계획입니다. - 기사 내 대화는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각색한 것으로 현실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1~5화가 진행되는 동안 본 연대기는 '리니지2' 출시 후까지를 다루고 있었지만, 시간을 잠시 거슬러 2000년대 초로 돌아갔다 와보겠다. 별도의 게임 규제 쪽을 다뤄보기 위해서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국내의 온라인 게임 콘텐츠 관리는 사후심의제도를 따랐다. 게임이 출시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심의를 해서 필요한 경우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TV방송 등과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가 전국 PC방을 중심으로 너무 가파르게 인기가 치솟고 대중화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바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게시판에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의 과도한 폭력성을 신고하는 민원이 계속 제기되었던 것. 특히 '리니지'는 게임 내에서의 폭력이 지나치다, 공격 당했는데 억울하다. 분하다. 는 식의 글들이 하루에도 열개 가까이 올라왔으며, 심지어 내 캐릭터가 죽었는데 '살인 당한 것 같았다' 등의 자극적인 글과 성토가 이어졌다.

사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테라'나 '검은사막' 등의 최신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리니지' 액션의 디자인과 비쥬얼은 유아 수준에 가깝다고 하겠다. 하지만 당시에는 개발사나 게이머들 모두 이런 것을 처음 겪는 시기였기 때문에, 꽤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리니지 토너먼트


민원이 계속 제기되자 2000년 5월25일,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리니지'의 재심의를 진행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이는 게임업계에 큰 사건으로 인식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재심의에 반대하는 쪽은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온 많은 게이머들과 PC방 사업주들. PC방 업주들은 PC방 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규모로 반발했고, 게이머들도 '게임 내의 콘텐츠에는 문제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쪽은 아이템 현금거래나 사이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둘 모두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재심의 끝에 '리니지'에 대해 연소자 이용 적합 판정을 내려주긴 했지만, '주의촉구문서'를 함께 내려줌으로써 게임내 캐릭터 PK(Player Kill)의 제재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리니지 lineage


이러한 재심의 이슈는 엔씨소프트에게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김택진 대표는 스스로 '스토리에 철학이 있는게임, 음악적으로 가치가있는게임. 그래픽도 역시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게임을 '좋은 게임'으로 명명하고 이를 개발하는 것'을 모토로 해왔는데, 이러한 문제가 터지자 내부적으로 이를 해결한 방법을 찾으라고 강력하게 지시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대비한 업데이트가 곧바로 시행됐는데, 이 업데이트는 게임 내에서 다른 캐릭터를 죽일 때 현실에서처럼 여러가지 제재를 가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예를들어 다른 캐릭터를 PK할 시 전과기록을 남기듯이 PK기록을 누적시켜 상습PK시 경비병에게 쫓기는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게 했고, 기록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계속 경비병을 피해다녀야 하므로 지하동굴같은 특정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도록 했다. 또 투명망토 같은 특정 아이템도 게임내 PK에 이용되지 못하게 변화시키는 등의 장치를 마련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마련할 것."

김택진 대표는 연거푸 내부 팀에게 지시를 더했고, 이때부터 '리니지'를 비롯해 엔씨소프트의 게임 내에는 새로운 사회공헌 시스템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구세군 시스템으로, '리니지'에는 YMCA 등 자선 단체와 연계한 결식아동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ID를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ID실명제를 강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리니지 엔씨 사회공헌활동


엔씨소프트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는데, 일례로 김택진 대표는 2002년 4월 종로타워 밀레니엄 프라자에서 '건전한 온라인 게임 문화 정착과 게임세대의 활발한 육성을 위한' 캠페인, '하나되기' 발족식을 가졌다.

또 '하나되기'의 일환으로 2002년 5월에는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 2억1천만원을 기증했다. 이 기금은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연구사업과 상담사업에 사용되었다.

엔씨 인터넷중독


하지만,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활동과는 별개로 2002년에 게임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또 이어졌다. '리니지' 뿐만 아니라 '뮤온라인'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후속 PC 온라인 게임들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정부가 2002년 7월에 사전심의제도를 도입시키며 칼을 빼든 것. 

이 사전심의제 역시 등장때부터 '리니지'를 주요 타겟으로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엔씨소프트를 신경쓰이게 했던 규제 중 하나였다.

영상물등급위원회


2002년 5월6일에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온라인게임 사전 등급분류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사전심의제의 전면 적용을 공식 발표했는데, 이것은 기존의 PC게임과 아케이드 게임들에 이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대한 심의도 의무화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특히 ▲캐릭터가 학생복을 입은 상태에서 성적 포즈를 취하는 것 ▲성기나 항문의 노출 ▲동성애나 혼음 ▲청소년 상대 성행위 장면 노출 ▲현금거래 ▲학부모나 스승에 대한 욕설에 대해 '이용불가' 등급을 매겼고, ▲캐릭터가 남녀 성기나 항문, 여성 유두를 제외한 신체 노출 ▲남녀 성기가 보이지 않는 자위행위 ▲저항 못하는 인격체에 대한 연속적 폭력(PK) ▲타 이용자에 대한 일방적 가학행위 게임 등은 '18세 이상'으로 분류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금 거래가 이슈화 되었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 일부 온라인게임들이 '이용불가' 판정이 불가피해졌고, '리니지'의 경우 'PK(player killing)'가 가능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18세이상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아 청소년들의 이용이 불가능해지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미지


이 사전심의제도는 2004년 9월까지 약 2년2개월간 운영되었는데, 그렇게 짧게 운영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중 규제 이슈 때문이었다.

이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후 심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전심의제도의 도입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규제 기관으로 추가되면서 게임사들은 갈팡질팡 할 수 밖에 없었다. 법적 근거와 체제가 다른 2개의 규제 기관은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했고, 게임사들은 어느 쪽 주장을 듣든 결과적으로 법의 위반하게 되는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던 것.

특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전등급 심의방침에 강력히 반발했는데, 아예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문화부가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사전심의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며 "정통윤은 온라인게임을 인터넷상에 흐르는 정보의 일부로 보고 문화부의 사전심의에 구애받지 않고 사후심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문화부와 정통부의 싸움은 2년 뒤인 2004년 9월에 이르러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무조정실에서 온라인 게임 심의를 영상물등급위원회로 일원화 시킬때까지 계속되었으며, 역시나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국가의 무지한 정책에 희생자가 되어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6년이 되면서 엔씨소프트는 또 다시 정부의 규제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정부에서 '리니지'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려 나선 것이다.

엔씨 명의도용


그 배경에는 명의도용 문제가 껴 있었다. 당시 정부 고관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온라인게임 계정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김우식 비서실장이 알게되었고, 이 개인정보를 빼내 사용한 최 모씨라는 사람이 수 백명의 개인정보로 '리니지'에서 2004년 7월부터 2006년 초까지 약 백억원 상당의 아이템을 거래한 것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리니지'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려 나섰으며, 이 문제는 단순히 유해매체물 지정 이슈 뿐만 아니라 명의를 도용당한 이들이 대규모 소송을 하는 사태로 번지면서 법정공방까지 이어졌다.

약 1년 뒤인 2007년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이 명의도용 사건과 관련해서 엔씨소프트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결을 내리게 되어 일단락 됐으나, 이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한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을 2011년에 제정하는 직접적인 이유로 꼽혀진다.

엔씨 사과문


다행히 누명은 벗었으나 엔씨소프트는 일간지를 중심으로 사과문을 올렸고, 소송에 휩싸인 2006년에 엔씨소프트는 2억원의 분기손실을 기록하는 등 타격을 입게 되면서 규제가 게임사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된다.

어찌보면 이런 결과는 게임 법률이 정립되기 전 시절에 엔씨소프트가 게임 규제의 큰 풍파를 혼자 맞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엔씨소프트가 아니었다면 어차피 다른 개발사들이 타겟이 되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도 정부의 견제 등을 최초로 경험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공헌 등 내외부적 시스템을 잘 갖추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여튼, 국내 게임산업은 이후에도 셧다운제, 게임시간 선택제 등 게임 규제에 휘둘리게 되었으며, 이는 2015년인 현재까지도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7화에서는 다시 5화 이후로 돌아가 '리니지2' 출시 후부터의 이야기를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 규제 엔씨소프트 연대기 6화 국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사전심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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