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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스타 개발자 흥망성쇠

김원회

스포츠 시장에서는 특정 지역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 구단에서 오래 활약해 지역 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선수에게 '프랜차이즈 선수'란 호칭을 부여한다. 개인의 실력은 물론 대외 인망과 내부 평가까지 갖춰야 거머쥘 수 있는 영예다. 게임시장에도 이 '프랜차이즈 선수'처럼 한 회사에서 자리 잡아 명작 게임의 개발을 주도하고,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는 존재가 있다. 게이머들은 이들을 스타 개발자라 부른다. 스타 개발자 역시 명작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그의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의 지지, 내외적으로 쌓은 평판을 앞세워 '프랜차이즈 선수'처럼 상징적인 인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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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타 개발자의 영예가 영원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소속 회사와 불화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력과 무관하게 홀대당하는 사례가 많다.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이하 코나미)에서 근무 중인 코지마 히데오 전 부사장의 사례가 그렇다. 코지마 히데오는 지난 1986년 코나미에 입사 후 액션어드벤처게임 '메탈기어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게임의 개발 및 흥행을 주도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코지마 프로덕션'이라는 코나미 산하의 게임 제작사에서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코지마 히데오가 참여한 다수의 게임은 플레이 재미를 갖춘 동시에 다른 게임에서는 찾기 어려운 독특한 요소가 많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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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지마 히데오와 코나미 간의 불화설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그의 사내 입지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코지마 히데오가 개발을 주도한 액션어드벤처게임 '메탈기어 솔리드5: 더 팬텀 페인'에는 그의 이름이 지워졌고, '코지마 프로덕션'은 홈페이지와 트위터 계정이 사라지면서 '제8제작부'라는 이름으로 개편됐다. 아울러 코지마 히데오가 부사장에서 일반 사원으로 강등당했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가 조만간 코나미를 퇴사할 것이라는 주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약 30년 동안 한 회사에서 여러 흥행 게임을 개발한 스타 개발자에게 너무 가혹한 박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코나미는 코지마 히데오 외에도 액션어드벤처게임 '악마성 시리즈'의 이가라시 코지, 연애시뮬레이션게임 '러브플러스'의 미노 타로 등 여러 스타 개발자와도 불화설이 불거졌다. 심지어 일본의 국민 보드게임 '모모타로 전철 시리즈'의 개발팀장 사쿠마 아키라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나미의 대우에 불만을 토로하며 결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스타 개발자가 회사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9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거대 게임회사 아타리의 대우에 항의한 게임 개발자들이 퇴사 후 액티비전이란 회사를 새로 만들었을 정도로 이들의 수난은 긴 역사를 자랑한다. 이 때 게임 개발자들이 아타리로부터 받은 주요 부당 대우로 성과금 미지급 외에 출시 게임에 개발자의 이름 수록 금지, 별도 인터뷰 불가 등 현재 코지마 히데오의 사례와 유사한 처우도 포함됐다.

액티비전 로고

아이러니하게도 액티비전은 지난 2010년 자사의 게임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와 불화설을 겪으면서 제이슨 웨스트, 빈스 잠펠라 등 여러 게임 개발자와 결별해 구설수에 올랐다. 인피니티 워드의 개발자들은 FPS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 다수를 제작해 액티비전에게 수십 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줬으며, 이 중 제이슨 웨스트는 '인피니티 워드'의 공동 설립자이자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주도한 스타 개발자로 명성이 높았던 인물이다. 전 세계 수천만 개가 판매된 게임 시리즈의 개발자조차 해고란 칼날에서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된 악연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패트리스 데실레트는 유비소프트에서 약 13년간 근무하면서 자신이 개발을 주도한 액션어드벤처게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린 스타 개발자였다. 지난 2014년 유비소프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총 판매 성적은 약 7천300만 장에 이른다. 그러나 패트리스 데실레트의 유비소프트 경력은 해고 통보 및 경비원에 의한 강제 연행으로 끝났다.

어쌔신 크리드 : 레벨레이션

전문가들은 이 사태에 대해 과거 인력 분쟁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패트리스 데실레트는 과거 유비소프트를 나와 THQ에 입사한 후 유비소프트의 핵심 인력을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한 혐의로 법적 공방에 연루됐고, 이후 THQ의 몬트리올 스튜디오가 유비소프트에 인수되면서 패트리스 데실레트는 다시 유비소프트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인수 당시에는 고용 승계를 약속받았지만 한 번 경영진의 눈 밖에 난 스타 개발자의 끝은 초라했다.

아이온

한편, 국내에서도 스타 개발자에 대한 여러 사연이 존재한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아이온'의 개발팀장을 역임한 지용찬 현 레이드몹 대표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08년 출시된 '아이온'은 PC방 게임점유율 160주 연속 1위란 기록을 비롯해 단일 게임 누적 매출 1조 원 등 국내 대표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으로 꼽히는 존재. 그러나 '아이온'이 전성기를 누리던 지난 2010년, 지용찬 '아이온' 개발팀장이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했단 소식에 뒷말이 무성했다. 그는 이후 블루사이드 등을 거쳐 2012년에 모바일게임 개발사 레이드몹을 설립, 2015년 9월 현재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루디엘'의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라그나로크 12주년

넥슨에서 서비스 예정인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개발사 IMC게임즈에서 대표를 역임 중인 김학규의 경우에는 사측과 벌어진 갈등이 게이머들에게까지 알려진 스타 개발자다. 지난 2002년 김학규는 그라비티에서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상용화를 마친 후 김정률 전 그라비티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퇴사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2004년 김정률 당시 그라비티 회장이 전자신문을 통해 김학규의 퇴사 상황에 대해 언급했고,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반박문을 게재해 갈등 상황이 재현됐다. 특히,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반박문에 퇴사 전 김정률 전 회장에게 당한 홀대 사례를 상세히 묘사해 후폭풍이 더욱 컸다.

다함께 차차차

이 밖에도 2013년 출시된 레이싱 모바일게임 '다함께 차차차'의 개발을 맡아 1천만 다운로드란 성과를 냈으나 돌연 회사를 나온 이원술 현 로이게임즈 대표, 전세계 동시접속자 420만 명을 기록한 FPS 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이끌다 소리소문없이 퇴사한 문재성 전 스마일게이트 기획실장 등 성공한 자리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국내 스타 개발자들의 사례가 발견되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스타 개발자의 이탈은 한 쪽의 입장이 아닌 회사와 개발자 양 쪽의 시선에 모두 바라봐야 하는 예민한 사항이다"라며, "이 같은 일에 대해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는 없겠지만, 이들 스타 개발자가 제작하는 게임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이를 고대하던 게이머들에게는 큰 실망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코지마히데오 아이온 어쌔신크리드 라그나로크온라인 콜오브듀티 메탈기어솔리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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