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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을 기다려서 만난 창세기전4, 추억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김남규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의 리뷰를 작성할 때는 언제 써야할지 항상 고민에 빠지게 된다. 첫날 서버 불안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고, 각종 버그로 인해 수시로 점검이 진행되니,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회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면 게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불편한 사항들로 게시판이 도배된다(전세계를 지배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조차 출시 초기에 모내기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최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창세기전4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현재 창세기전4에 쏟아지는 비난을 다 알고 있을 테니 그것을 모르는 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현재 쏟아지는 비난만을 가지고 글을 쓰자니, 이 게임의 발전 가능성을 외면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솔직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개발자들이 빠르게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다.

창세기전4

너무 많이 얘기해서 이제 지겹겠지만 창세기전4는 2001년에 발매된 창세기전3 파트2 이후 16년만에 선을 보인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지금의 소프트맥스를 만든 간판 타이틀인 만큼 출시 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 결과 작년에 진행된 첫 테스트에 무려 10만명이 신청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을 부흥시킬 게임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첫번째 진행된 테스트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질타를 받았고, 연말에진행된 두번째 테스트 역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평가를 받아 공개 서비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리고 3월 23일 드디어 시작된 공개 서비스. 역시나 각종 문제로 게시판이 난리다.

사실 창세기전4는 개발 초기부터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던 게임이다. 화려하게 보정된 과거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는 게이머들의 기대치에 어울리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회사에게나 힘든 일이고, 싱글 플레이 기반의 게임을 MMORPG로 변화시킨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게다가 창세기전은 창세기전3 파트2에서 모든 스토리가 완결됐기 때문에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도 난감한 상황이다(원작의 250년 후의 이야기를 다뤘던 온라인 게임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창세기전4

그래서 소프트맥스 개발진들이 선택한 것은 시간 여행 컨셉.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과거의 사건으로 되돌아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당시 유명했던 영웅들을 동료로 수집해서 강력한 군단을 육성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서풍의 광시곡 인페르노 감옥 장면부터 창세기전2 영광의 홀 탈취 작전 등 추억의 명장면으로 들어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 창세기전 팬이라면 당연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전투도 일반적인 MMORPG와 달리 창세기전을 빛낸 영웅들로 군단을 구성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듯 한 느낌을 더했다. 영웅은 각자의 스킬과 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에픽 등급 이상의 특별 영웅은 자신만의 군진을 가지고 있어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공격력 상승 등 부가 능력치를 얻을 수 있으며, 강력한 위력을 가진 연환기도 쓸 수 있다. 이올린, 흑태자, 시라노, 살라딘 등으로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레전드 등급 카드들이니 구하는게 쉽지 않겠지만…

창세기전4

또한, 게이머 편의를 위해 기본적인 스킬은 자동으로, 액티브 스킬만 직접 숫자키를 눌러 사용하는 형태로 만들었으며, 에픽 등급 이상은 스킬 사용시 캐릭터 일러스트가 등장해 역동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창세기전4

이전에 등장했던 유명 캐릭터들을 수집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만큼 캐릭터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경진 팀장을 필두로 실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총동원해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최대한 고증을 살려 새롭게 재현했다. 이전 작품들에 김진, 김형태, TONY 등 워낙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경우가 많아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들을 갈아 넣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캐릭터에 신경을 썼으며, 과거 성우진들까지 다시 모셔오는 지극정성으로 원작 골수팬들도 납득할 수 있는 만큼의 수준으로 완성했다.

창세기전4

이렇듯 기존의 MMORPG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6년간 소프트맥스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지만, 현재 창세기전4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기대했던 모습과는 정 반대다. 서비스 초반에는 어떤 게임이든 문제가 발생한다지만, 현재 창세기전4는 오픈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그래픽, 전투, 캐릭터 육성, 스토리 등 모든 부분에서 총제적인 난국이다. 소프트맥스 측에서는 첫날 동시접속자 15000명을 기록한 이후, 90% 이상의 재접속률을 보이면서 게임이 순항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더 심각했던 이전 테스트 때와 비교하면 분명 나아진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창세기전이라는 IP에 대한 기대감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의 성적은 실망스럽다.

현재 창세기전4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그래픽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창세기전4는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개발됐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유명 게임에서도 다수 사용된 엔진임은 분명하나 요즘 스마트폰 게임도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세대 이전인 게임브리오로 만든 게임 그래픽이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게임브리오 엔진임을 감안하고 보면 상당히 괜찮은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으나,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검은사막, 블레스 등으로 눈높이가 한없이 올라간 게이머들이 그것을 이해해줄리가 만무하다.

창세기전4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게임브리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끊김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현재 고사양 온라인 게임으로 유명한 블레스를 최고 옵션으로 돌릴 수 있는 PC에서도 프레임 드랍이 심하며, 그래픽 옵션을 낮춰도 프레임이 10~20 정도 밖에 안나와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다. 최신 그래픽 엔진을 사용해 고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하는 게임이라면 이해라도 되지만, 창세기전4의 그래픽은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인벤토리, 군단 관리창 등 인터페이스창을 불러오면 끊김 현상이 더 심해지며, 튕기는 경우도 많다. 1, 2차 테스트에서 그래픽 퀄리티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와서 긴급히 텍스쳐와 광원을 보강했지만, 최적화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현재 개발진은 최적화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게이머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지는 않고 있다. 참고로, 소프트맥스는 정식 출시 전 그래픽보다 예전과 달라진 일러스트에 대한 반감을 가장 걱정했지만, 현재 창세기전4에서 칭찬을 받고 있는 부분은 일러스트가 유일하다.

창세기전4

캐릭터 수집 및 육성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있다. 아르카나를 수집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인 만큼 게임의 모든 요소가 아르카나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데, 이 아르카나 습득이 랜덤성이 강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아르카나(영웅)을 습득하는 방법은 이상시공(던전)을 클리어, 아르카나 퀘스트, 영자 조합기를 통한 조합, 출석 체크 보상 등이다. 던전에 들어가려면 시간의 모래라는 아이템을 소비해야 하니, 원하는 아르카나가 나올 때까지 던전에 마음껏 도전할 수도 없고, 영자 조합기는 확률놀음이기 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르카나 퀘스트는 클리어만 한다면 100% 얻을 수 있지만, 이 역시 특정 아르카나를 획득해야만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원하는 아르카나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운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자 역시 아르카나 저널 완성을 통해 레전드 아르카나인 메디치를 획득하긴 했지만, 소프트맥스가 출석 체크 보상을 에픽 아르카나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창세기전4

아르카나 습득의 랜덤성 때문에 퀘스트 동선도 깔끔하지 못하다. 창세기전4의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 일반 퀘스트, 아르카나 퀘스트, 일일 퀘스트 이렇게 4가지로 이뤄져 있는데, 메인 퀘스트와 일반 퀘스트는 레벨에 따라 동선이 구성되어 있지만, 아르카나 퀘스트는 해당 아르카타를 획득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 졸업한 던전을 아르카나 퀘스트 때문에 다시 가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매일 부족한 시간의 모래를 획득할 수 있는 일일 퀘스트도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 4가지 퀘스트가 한번에 떠 있으면 어디부터 가야할지 한숨만 푹푹 나온다.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면 퀘스트 동선이 꼬여 있더라도 참고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이머들이 창세기전 시리즈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 아래 만들어져,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사건이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몇 인상적이었던 장면만 뽑아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로 설명을 넣었다고는 하나, 대부분 역사책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창세기전4

모바일 게임을 연상케 한다며 1~2차 테스트 때부터 말이 많았던 전투는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여러 캐릭터를 한꺼번에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캐릭터를 바라보게 되며, 그로 인해 캐릭터의 액션 동작이 잘 보이지 않고, 공격 속도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심심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픽 등급 이상의 아르카나들은 스킬 사용시 컷신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으로 인한 화려함 보다는 낮은 등급의 아르카나들의 심심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캐릭터 배치를 통한 전략적인 즐거움도 지금 단계에서는 느끼기 힘들다. 캐릭터 개별 조작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조작의 불편함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으며, 그로 인해 F 키를 사용한 일제 공격과, G 키를 사용한 산개 명령만이 게이머가 조작하는 유일한 전략적인 플레이다.

창세기전4

이렇듯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현재 창세기전4는 흥행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PC방 순위에서 상당히 낮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창세기전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도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지만, 팬들 조차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신 컴퓨터에서도 제대로 플레이를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최적화 문제는 개발자들이 게이머들 앞에서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창세기전4

물론, 지금의 상황만 보고 이 게임은 끝났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직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창세기전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창세기전 시리즈의 팬들의 마음만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면 이 게임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팬들이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가장 강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다. 소프트맥스도 이 것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시간 여행이라는 컨셉을 도입했으며, 각 지역 및 캐릭터를 만들 때도 예전 시나리오를 모두 꺼내 읽어가면서 고증에 힘썼다. 하지만, 현재 창세기전4에서는 이 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서풍의 광시곡과 창세기전2를 초반에 꺼내기는 했으나, 게이머들에게 시간 여행의 개념과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에스카토스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급급해, 그것의 매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들이 대화를 통해 중요 개념들을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있다보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세기전 세계관을 가르치는 학교에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모든 장면을 영상으로 처리하는 것은 개발비 사정상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과거에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됐던 명장면들을 3D로 부활시켰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영상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창세기전4

또한, 시간 여행이라는 컨셉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팬들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서풍의 광시곡, 창세기전2 등 인기 작품을 초반부터 꺼내고 있지만, 사실 더 매력적인 부분은 과거 작품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역사 뒤편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전 시리즈를 통해 경험해본 장면들은 아름답게 미화된 추억과 비교를 당해야하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역사 뒤편의 이야기들은 개발자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팬들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창세기전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창세기전4

현재 창세기전4는 실망스러운 그래픽으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고, 그야말로 창세기전 골수팬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최적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상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즉, 엔진을 교체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그래픽 업그레이드 문제는 이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업데이트 내용을 보면 개발진들이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빠르게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이야 많이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개선 작업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곧 창세기전 팬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서 만나긴 했지만 추억이 이대로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개발자들에게 좀 더 시간을 줘야할 필요가 있다.

창세기전4

: 창세기전4 소프트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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