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홀릭] 각본 없는 드라마 다룬 스포츠게임, 스토리 모드를 담다.

흔히 스포츠 경기를 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수세에 밀려 있던 팀이나 선수가 종료 시간 몇 분을 남겨두고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거나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선수나 팀이 우승을 거두며, 팬들에게 짜인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드라마나 영화 이상의 감동과 환희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EPL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레스터시티가 그랬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모두가 기대를 내려놓은 상황에서도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혼자 주문처럼 중얼거린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 선수도 우리에게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을 제대로 전해줬습니다.

스포츠홀릭
스포츠홀릭

(출처=www.nbamaniacs.com)

시간을 과거로 좀더 돌려보면 2002년 월드컵 4강 기적을 일군 축구 대표팀이나 1998년 말론과 스탁턴이 이끄는 유타를 파이널에서 침몰 시킨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The Shot’도 모두 각본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합니다. (1989년 클리블랜드와의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던진 마지막 슛을 ‘The Shot’이라 하고 유타와의 파이널에서 나온 슛을 두번째 ‘The Shot’이나 ‘The Last Shot’이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즐겨하는 스포츠게임도 이러한 짜릿한 승부의 쾌감과 각본 없이 흘러가는 스포츠 경기의 재미를 우리에게 전해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데요. 최근에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전해주고자 스토리모드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를 다룬 스포츠게임들이 짜인 각본으로 재미와 감동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먼저 매년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축구 게임인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인 ‘피파17’은 게임 엔진을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으로 교체하며 대대적인 비주얼의 진화를 끌어내고 한층 사실적인 물리효과를 기반으로 더욱 진짜와 같은 축구 게임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는데요. ‘피파17’이 내세운 비밀병기는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피파17
피파17

(피파17 저니모드 유튜브 트레일러 캡쳐)

바로 알렉스 헌터라는 어린 축구 선수의 EPL 입성을 다룬 스토리 모드인 ‘저니 모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피파17’의 정식 발매에 앞서 스토리 모드인 ‘저니 모드’의 추가 소식에 게이머들은 기대를 높여왔고, 정보가 제한된 ‘저니 모드’의 특성상 조금씩 유출되는 정보에 그 기대는 점점 부풀어만 갔습니다.

피파17
피파17

(피파17 저니모드 유튜브 트레일러 캡쳐)

알렉스 헌터와 그의 친구 이야기를 다룬 ‘저니 모드’는 ‘피파17’의 발매 직전까지 세부 내용이 보도 제한에 걸려 있을 정도로 EA가 공을 들여 만든 스토리 모드인데요. 실제 게임을 진행해보면 캐릭터들의 연기나 대사처리 등이 가끔식 어색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스포츠를 다룬 영화 뺨치는 이야기를 그려내 대결만 즐기는 축구 게임 이상의 재미를 전해줬습니다.

피파17
피파17

(피파17 저니모드 유튜브 트레일러 캡쳐)

다만 시리즈에 처음으로 추가된 모드인 만큼 아쉬운 모습도 많았는데요. 세세하게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모두 이야기할 수 없지만,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선수의 데뷔부터 은퇴까지는 즐길 수가 없고, 게이머가 아무리 잘해도 이미 짜인 각본은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이 게이머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첫 시도가 이뤄진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피파 시리즈’보다 일찍 스토리 모드를 도입한 ‘NBA 2K 시리즈’도 있습니다. NBA의 팀대결은 물론 GM의 입장에서 즐기거나 선수 한 명을 생성해 즐기는 마이 커리어 모드 등을 도입해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보여온 ‘NBA 2K 시리즈’는 ‘NBA 2K 16’을 선보이며 마이커리어 모드를 단순한 싱글 캠페인과 같은 수준을 넘어선 영화에 가까운 모습으로 선보이려는 야심찬 모습을 보였습니다.

‘NBA 2K 16’ 마이 커리어 모드는 뉴욕 닉스의 팬이자 전설적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가 비주얼콘셉트와 극본 등 공동 제작에 나섰습니다. 거장의 참여로 마이 커리어 모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그리고 루키 시즌을 거치는 농구선수의 일대기를 마치 영화처럼 보여주는 형식으로 구성됐습니다. 하지만 너무 영화 같은 연출에만 기울였기 때문일까요? 게이머들은 이외로 혹평을 보냈습니다. 스토리가 사실은 1년치에 그쳤고, 그나마도 루키 시즌에는 10경기 걸러 1경기를 뛰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자유도가 없어 어떤 선수를 생성해도 마이 커리어 모드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NBA 2K 16
NBA 2K 16

한 번 제대로 공부 했기 때문일까요? ‘NBA 2K 17’에서 할리우드의 작가인 애런 코빙턴이 마이 커리어 모드의 작업에 참여했고, 이야기의 얼개를 더욱 짜임새 완성했습니다. 전작에 비해 훨씬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됐고, 게이머들은 그저 게임 내에서 SNS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문자를 주도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면 훈련을 하고, 다른 등장 인물과 어울리는 등의 선택지도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판타스틱4’, ‘크리드’ 등에 출연한 영화 배우 마이클 B. 조던이 친구 역할로 등장해 몰입도와 완성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도 한국어화는 이뤄지지 않아 국내 게이머들의 경우 몰입이 어렵고, 스토리의 스킵도 불가능해 약간은 아쉬운 모습입니다.

인기 스포츠인 축구와 농구에 스토리 모드가 도입되며, 스포츠 게임의 스토리 모드가 주목 받고 있지만, 스포츠게임에 스토리 모드가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임이 레이싱 게임인 ‘니드 포 스피드: 더 런’입니다. PC용 레이싱 게임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진화하는 비주얼과 게임성으로 게이머들을 사로 잡아왔는데요. 2011년 발매된 ‘니드 포 스피드: 더 런’은 레이싱 게임임에도 차별화 포인트로 스토리를 택했습니다.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 더 런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게이머는 범죄 집단에 쫓기는 주인공이 차량 압착기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레이싱 게임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게이머는 탈출에 성공한 뒤 미국을 횡단하는 레이스에 참여해 이 과정을 그대로 즐기게 되며, 스토리 진행에 따라 다른 차로 갈아타는 과정에는 버튼 액션이 등장해 신선함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 더 런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와 스토리를 진행하며 만나는 스테이지가 사실 “차량을 몇 대 추월하라”가 전부라 단순한 플레이 방식에 지치는 게이머들의 모습도 많았습니다. 물론 넓디넓은 북미의 풍경을 보면서 달리는 재미는 일품이었지요. 당시 후속작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후속작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니드 포 스피드’ 마저 리부트 된 마당에 언제쯤 신작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시작의 일보
시작의 일보

(시작의 일보 플레이 화면)

이 외에도 만화를 찢고 나온 스포츠게임들에서 소개한 다양한 만화 원작 기반의 게임들은 원작의 스토리를 따르는 스토리 모드를 갖춰 원작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게임으로 전해주기도 합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 그리고 그 스포츠를 다룬 스포츠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짜인 각본의 스토리 모드. 여러분의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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