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스토리] 위메이드 연대기 1화: 액토즈의 배를 가르고 태어나다
[게임동아에서는 2017년을 맞이해 게임 기업의 탄생부터 성숙기까지 살펴보는 연대기형 특집 '기업스토리' 두번째 편을 진행합니다.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게임 산업의 흐름을 대변하는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과거와 현재를 비롯해 정치, 인사, 경제 등 가능한 폭넓은 분야를 토대로 다루어볼 계획입니다.
- 기사 내 대화는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각색한 것으로 현실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박 팀장이 '미르의전설' 개발팀을 전부 데리고 나간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야?"
"회사를 비싸게만 팔려고 하는 이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결단을 내렸다고 하네요."
'마지막왕국', '천년, '미르의전설' 등 온라인 게임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던 액토즈소프트(이하 액토즈)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르의전설'을 개발한 박관호 개발 팀장(당시)이 갑작스럽게 '미르의전설' 개발 팀 10여 명과 함께 독자적으로 회사(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이하 위메이드)를 차리겠다고 밝힌 것.
<과거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CI>
지금이라면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당시는 아직 소프트웨어 저작권이나 회사 분할에 대한 법 체제가 미비하던 시기였기에 이같은 형태의 회사 분할도 곧잘 이루어졌다.
액토즈 입장에서는 가장 기대감 높은 차기작인 '미르의전설2'에 이어 회사 매출의 20% 비중을 넘는 '미르의 전설' 조차 서비스가 불투명해지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박관호 개발팀장의 일탈을 허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개발자의 일탈로 만들어진 회사 위메이드와, 그 과정을 수습하기 위해 눈물을 삼킨 액토즈의 경영진. 추후 IP(지식재산권) 사업과 로열티 수입만으로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미르의전설2'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미르의전설2'를 탄생시킨 위메이드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액토즈 소프트부터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위메이드가 사실상 액토즈의 품에서 나온 회사이기 때문이다.
<과거 액토즈소프트 CI>
액토즈는 국민대학교 컴퓨터 동아리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1996년 10월 설립한 회사다. 국내 PC 게임산업이 대학교의 아마추어 동아리 활동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볼 때 액토즈의 등장도 당시에는 그렇게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액토즈로부터 독립해 위메이드를 설립한 박관호 의장도 당시 창업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다. 회사 설립 초반에는 이종호씨가 대표직을 맞았으며, 이후에는 회사 초기 자본을 댔던 학교 홍정표 최대주주가 대표직을 맡았다. 2000년 6월에는 한국금융기술 출신 VC인 이종현 대표가 취임했다. 이종현 대표 취임한 뒤에는 투자도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다수의 증자를 거쳐 자본금 규모를 키웠다. 이후 온라인게임을 연달아 성공시킨 액토즈는 2001년에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98년 매출 3천만 원에 불과했던 액토즈는 99년에는 10억 원, 2000년에는 51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1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엔씨소프트, 넥슨, 그리고 액토즈의 3강 체제라고 할 정도로 액토즈의 위상은 높았다.
<당시 액토즈 소프트의 대표작 천년(좌)과 마지막왕국(우) >
하지만, 당시에 천상 개발자로 알려진 박관호 의장은 상장에만 집중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매우 불편해 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박관호 의장은 이같은 경영진의 행보에 꾸준히 불만을 가져왔고, 2000년 2월에는 급기야 결단을 내리고 액토즈로부터 나와 위메이드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팀이 그대로 나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심지어는 법적 분쟁까지도 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당시에는 게임산업 초창기였기 때문에 스타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적당히 비용 관리 등을 이유로 삼아 개발팀을 분류한 후 적당한 타협으로 서로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액토즈와 독립해 위메이드를 설립한 박관호 개발 팀장(당시)이었지만, 사실상 액토즈와 박관호 팀장 모두 서로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2000년 당시 액토즈의 매출 구조는 '마지막왕국'이 35%, '천년'이 34%, '미르의전설'이 22% 수준으로, 상장을 앞둔 액토즈 입장에선 '미르의전설'를 그냥 내줄 수 없었다. 당연히 사력을 다해 붙잡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위메이드도 당장 게임 개발 환경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액토즈로부터 자금 수혈이 꼭 필요했다.
결국 양 사는 서로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액토즈가 위메이드 지분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양사 양존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실상 위메이드가 액토즈의 개발 자회사로 설립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양사의 저작권 계약 또한 처음으로 진행 되는데,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종 분쟁으로 회자되는 이 계약의 시작이 바로 이때이다. 첫 계약은 2000년 2월 18일 체결 됐으며, 만기는 2003년 12월 31일 이었다. 주요 내용은 ‘미르의전설’ 시리즈에 대한 양사의 업무 협력 사항으로,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계약과 유사하다.
계약을 체결하며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 시리즈 매출 중 60%를 액토즈로부터 판매대행수수료로 받고, 추가로 20%를 개발비로 받기로 했다. 쉽게 보면 미르의전설 매출 중 위메이드가 80%를 액토즈가 20%를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다만 액토즈가 직접 마케팅에 성공해 해외 수출한 경우에는 판매대행수수료가 50%로 줄어 액토즈가 30%을 가져갈 수 있다.
<미르의전설2>
한편, 위메이드 회사 설립 이후 박관호 대표는 6개월 만인 2000년 8월에 '미르의전설2'의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다. 현재에도 위메이드 측에서는 2000년 회사 설립과 함께 개발을 시작해 6개월 만에 MMORPG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주장을 사실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MMORPG를 만드는데 고작 6개월이 걸렸다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황상 박관호 개발팀장이 '미르의전설' 개발 소스와 그전에 액토즈에서 개발 중이던 '미르의전설2'을 들고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시에는 위메이드가 액토즈의 개발 자회사로 설립된 만큼 개발에 대한 자료 공유는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의 합의를 뒤로 하고, 사회적으로 '미르의전설2'는 게이머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천년'과 '미르의전설' 등 무협 MMORPG에 친숙했던 게이머들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온 '미르의전설2'를 손꼽아 기다렸고 베타 테스트 단계부터 호평을 보냈다.
<미르의전설2 플레이화면>
회사의 분사와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합의가 이어졌지만, 액토즈와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2'에 대한 서비스에 있어서는 공동으로 협력하면서 양사의 역량을 총동원했고, '미르의전설2'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며 성공 가도를 걷기 시작한다.
"박 대표님 성공입니다. 상용화를 앞두고 동시 접속자 수가 18,000명을 넘었습니다."
"좋았어! 해보자고!"
-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