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북두의 탈을 쓴 용. 재미는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북두와 같이

지난 2009년 코에이가 새로운 신작 소식을 공개하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당시 최고 인기를 얻고 있던 무쌍 시리즈와 전세계적으로 1억부가 넘게 팔린 인기작 북두의 권을 결합한 게임을 선보인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발표 이후 1년 뒤 등장한 북두무쌍은 양쪽 팬들을 모두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했으나, 무쌍 시리즈의 호쾌한 액션과 북두의 권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살린 그래픽으로 호평받으며,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 또 다른 소식이 북두의 권 팬들을 다시 한번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세가의 대표적인 액션 게임으로 자리잡은 용과 같이 개발팀이 북두의 권 IP로 신작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공개된 것이다. 특히, 일본 신주쿠 카부키초를 완벽히 재현해 호평받았던 용과 같이와 마찬가지로 북두의 권 세계관을 완벽히 재현한 기적의 도시 에덴의 모습을 공개해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다들 북두의 권의 명대사 “넌 이미 죽어 있다”를 떠올리며 “넌 이미 사고 있다”라고 외치고 다녔으니,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 속에 올해 3월 드디어 북두와 같이가 정식 발매됐다. 예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던 게임이면서 완벽하게 한글화까지 됐고,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 문제나 성우의 돌발 발언도 없었으니, 근래 출시된 용과 같이 게임 중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출시였다고 볼 수 있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는 용과 같이를 베이스로 북두의 권 IP를 입힌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방식은 용과 같이와 동일하다. 야쿠자 키류 대신 북두의 권 계승자 켄시로가 등장하고, 신주쿠 카부키초 대신 세기말 기적의 도시 에덴이 무대로 변경되긴 했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퀘스트와 미니 게임을 즐기면서 주인공을 성장시키고, 성장한 능력치를 바탕으로 메인 시나리오를 깨는 게임의 흐름은 용과 같이의 그것과 똑같다.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잃어버린 연인 유리아를 찾아 헤매는 켄시로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의 초반부 설정과 주요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전개된다. 사실 원작이 워낙 오래전에 등장한 작품이다보니 예전 스토리가 기억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텐데, 오리지널 스토리이긴 하지만, 원작에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들을 잘 버무렸기 때문에,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다만, 게임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다보니, 원작의 중요 캐릭터들이 존재감이 매우 희미해서 원작 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왕 라오우야 끝판왕 같은 존재이니 게임 내내 모습을 드러낸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겠지만, 원작에서 켄시로가 죽음의 위기까지 느끼게 만들었던 성제 사우저가 마을을 습격한 폭주족1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을 보는 것은 반갑지 않았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전투 액션은 용과 같이에 비하면 많이 신경 쓴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만족스럽다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북두백렬권, 북두잔회권 등 원작에 등장하는 화려한 기술들로 적을 폭파(?) 시키는 모습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전투 액션 자체만 봤을 때는 상당히 답답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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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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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성장의 재미를 줘야 하는 게임인 만큼 초반부터 주인공을 강력하게 만들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초반부가 너무 지루하다. 오의 발동 장면이 멋지기는 하지만, 졸개 하나 하나 죽일 때마다 결코 짧지 않은 오의 발동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게 나중에는 고역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의를 발동할 때마다 QTE 액션이 들어가기 때문에, 몇번 해보다가 귀찮아서 결국 옵션에서 QTE 액션을 꺼버리고, 레벨에 따라 자동으로 대미지가 늘어나도록 바꾸게 된다. 슈퍼로봇대전에서 전투 애니메이션을 한 두번 보면 끄고 진행하게 되는 것처럼, 아무리 멋진 장면이라도 계속 반복해서 보면 지겨워지는게 당연하다.

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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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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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시로를 성장시켜서 새로운 오의를 습득하게 되면, 오의 발동 장면까지 가지 않고도 즉시 터트려 죽일 수 있게 되긴 하지만, 그럴싸한 광역 공격이 거의 없기 때문에 후반부로 가도 졸개를 하나씩 처리해야 하는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특히, 좀 체격이 큰 녀석들은 가드를 잘 하기 때문에 오의 발동 장면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적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기 때문에 싸우는게 귀찮아서 졸개들을 피해다니게 된다. 심지어 졸개들이 무척 빠르기 때문에 발견되면 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스전이야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졸개들을 상대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게임 내내 의문이 든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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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같이 특유의 서브 퀘스트와 미니 게임들은 북두의 권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변경됐다. 사실 변경됐다기 보다는 세기말이기 때문에 이전 세대의 문화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설정으로 두리뭉실 넘어가고 있는데, 야구장 배팅 머신 대신 등장하는 폭주족 날리기 외에는 용과 같이의 미니 게임들이 그대로 등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용과 같이에서 호평받았던 세가 오락실 게임기부터, 포커, 블랙잭 등 친숙한 게임들이 있고, 패드 괴롭히기에 더 가까운 칵테일 만들기와, 환자 치료라 부르지만 사실상 폭주족 학살에 더 가까운 리듬 액션 게임,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 버기카 레이스, 에덴이 아니라 카부키초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나이트클럽 운영 등을 즐길 수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를 많이 즐겼던 이들은 익숙하겠지만,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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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메인 스토리 외에 마을 주민들과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는 서브 퀘스트, 전투만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현상범 시스템과 콜로세움 시스템이 있으며, 에덴 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한 사람들을 위해 버기카를 타고 황야를 다니면서 각종 재료와 보물들을 찾아다닐 수도 있다. 특히, 콜로세움에서 획득한 승리 포인트는 뛰어난 성능의 장비와 다른 미니 게임에서 높은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들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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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들어가 있어야 할 내용까지 조각내서 DLC로 팔아먹고 있는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은 서브 콘텐츠를 넣어준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게임의 완성도 측면을 생각했을 때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계속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서브 퀘스트들이 중요한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음 사건이 시작되기 전에 잠깐 숨 돌리는 요소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전투를 위해 결전의 장소로 가던 도중에 갑자기 나타나는 등 상당히 뜬금없는 전개로 게임의 흐름을 끊는다. 마을을 습격해온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바쁘게 입구로 달려가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마을 주민의 사소한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질리가 없지 않은가!

북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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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최고봉은 항아리를 든 할머니다. 세기말 시대에 항아리 하나 깼다고 갑자기 1억 빚이 생기고, 그것을 갚기 위해 웨이터 노릇을 하거나 카지노에서 대박을 노리는 켄시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아도 엔딩을 볼 수는 있다. 다만, 어느 정도 능력치와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메인 스토리를 깨기 힘들기 때문에, 노가다 같은 느낌으로 서브 퀘스트와 미니 게임들을 하게 된다.

북두와 같이
북두와 같이

결론적으로, 북두와 같이는 세기말 시대의 삶을 경험한다는 컨셉도 매력적이고, 분명 게임 플레이도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양쪽 팬들 만족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어정쩡한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북두의 권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원작 캐릭터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용과 같이 시리즈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똑같아서 식상한 느낌이다. 용과 같이 시스템을 발전시켜 북두의 권 세계관을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단지 북두의 권 스킨만 씌운 것 같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느낌이 든다. 엔딩에서도 다음 작품의 기미가 솔솔 풍기는 만큼, 다음번에는 보다 도전적인 시도들로 용과 같이와는 다른 매력을 뽐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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