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세 게임 배틀그라운드, 변화의 기로에 서다

작년 전세계를 휩쓸며 배틀로얄 열풍을 불러 일으킨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전 플랫폼 합쳐 모든 이용자가 4억명을 넘어섰으며, 여전히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세 게임이기는 하나, 불만의 목소리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이벌로 등장한 에피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의 전성기 못지 않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배틀그라운드가 차지하고 있던 배틀로얄 장르 1인자 자리를 빼앗을 기세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실제로 현재 포트나이트는 누적 사용자 1억2500만을 확보했으며, 3억 달러가 넘는 월매출을 기록하며 전 플랫폼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펍지주식회사는 올해 초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이유를 밝히지 않고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을 보고 따라서 포트나이트도 급하게 배틀로얄 모드를 삽입한 것인 만큼 정황상 펍지주식회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포트나이트가 독자적인 개성을 더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다음에 벌어진 일이다보니 여론은 배틀그라운드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작년말까지만 해도 갓게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게이머들이 극찬을 보내던 배틀그라운드가 불과 몇 달만에 하락세에 접어든 게임이 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스팀에서 150만명이 넘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에게 하락세를 거론하는 것은 상당히 어이없는 일이긴 하다. 스팀 동시접속자수가 전성기의 절반이라고는 하지만, 그 당시가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을 뿐 지금도 스팀 동시접속자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한국의 카카오게임즈처럼 국가별 개별 서비스로 인해 이용자층이 많이 분산된 것도 스팀 동시접속자 수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하지만, 현재 배틀그라운드에 쏟아지고 있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감안하면,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을 가지고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작년 한해동안 계속된 기적과 같았던 잔치가 끝나고 새로운 변화의 시기가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엑세스 시절부터 제공하던 에란겔 맵에서 출발해 정식 서비스와 함께 공개된 사막 지역 컨셉의 미라마 맵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새로운 사녹 맵 시대에 접어들었다. 100명 중에 1명만 살아남는 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맵의 변화를 통해 게임의 양상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올해 초 공개된 미라마 맵의 경우에는 사막 지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다소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사녹 맵은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맵이 너무 커서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맵 크기를 8km8km에서 4km4km로 줄이고, 동남아시아 해안을 형성하는 여러 섬에서 영감을 받아 생존에 도움되는 다양한 환경을 제공한 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이용자 4억명 돌파 기념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본편과 함께 이벤트 패스 : 사녹 DLC가 스팀 판매량 1, 2위를 차지하면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사녹 맵과 함께 공개된 이벤트 패스에 대한 반응은 맵만큼 긍정적이지 못하다. 9.99달러라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추가 미션과 상자 개봉으로만 획득할 수 있던 여러 아이템까지 확정적으로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상품이지만, 이벤트 패스 판매를 위해 일부러 미구입자들은 이벤트 완료가 힘들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불만이 거세지자 2종의 아이템을 이벤트 패스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획득할 수 있도록 하고, 경험치 획득량도 조절할 예정이라고 긴급 수정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울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사실, 신규 맵을 DLC로 판매해서 이용자 층을 분산시킨 것도 아니고, 경쟁 게임들도 이 같은 형태의 이벤트 패스를 이미 도입해서 판매하고 있으니, 현재 이벤트 패스에 대한 불만은 다소 과한 편이다. 신규 맵을 DLC로 판매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고, 구입자들도 구입한 금액만큼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 패스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는 하나, 그것은 게임 플레이 외적인 요소일 뿐, 치킨을 먹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그냥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하지만, 이용자들이 이렇게 과한(?) 불만을 토로하게 된 이유는 패키지를 돈을 주고 구입한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추가 과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트나이트, 도타2 등 비슷한 방식의 이벤트 패스를 도입하고 있는 게임들은 모두 기본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들이다보니, 추가 과금 요소가 발생한다고 해도 그다지 큰 불만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원작과 달리 기본 무료이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이벤트 패스가 추가됐을 때 큰 불만없이 큰 폭의 매출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

배틑그라운드
배틑그라운드

결국, 계속해서 배틀그라운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핵 문제 등 플레이 안정성 문제가 이벤트 패스에 대한 불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얼리억세스 단계였다는 변명이라도 있었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올해부터는 더 이상 변명거리가 없어졌다. 펍지주식회사가 텐센트와 협업을 통해 핵 개발자들을 단속하고, 200만명에 가까운 이용자에게 영구 계정 정지 조치를 내릴 정도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는 있으나, 실제 이용자들은 핵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포트나이트처럼 머신 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아니더라도, 핵 사용자 단속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핵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개선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또 하나의 요소는 제한적인 플레이다. 현재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원하는 조건의 방을 만들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커스텀 서버 기능을 개발사가 허락한 일부만 가지고 있으며, 원하는 맵을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도 없다. 즉, 일반인들은 여러 친구들과 레이팅 순위 걱정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거나, 여러 상황에 대한 연습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커스텀 서버 기능을 획득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유명 스트리머에 유리한 조건이다보니, 일반인들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돈을 주고 샀지만,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점은 e스포츠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다. e스포츠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저변확대가 일어나야 하는데, 제한적 플레이 권한 때문에 소규모 대회가 활발하게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펍지주식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며, 개발사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기능도 아니다. 하지만, 배틀로얄 장르가 다른 게임의 모드에서 출발했듯이, 이용자들의 다양한 플레이가 게임의 발전과 e스포츠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다행스럽게도 올해 펍지주식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더 많은 사람에게 커스텀 서버 기능을 배포하고,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API를 제공하는 등 순차적으로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소 늦긴 했지만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오는 7월 25일이면 배틀그라운드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PGI2018 행사가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개최된다. 작년에는 게임스컴2018 행사와 함께 진행됐지만, 올해는 더욱 규모를 키워 단독 행사로 개최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개최됐던 행사는 깜짝 돌풍이었던 배틀그라운드를 글로벌 대세 게임으로 만드는 기폭제가 됐던 만큼, 올해 행사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배틀그라운드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이 만들어준 기적의 한해는 이제 끝났으니, 1위의 자격을 본인 스스로의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 됐다. PGI2018행사를 통해 팬들이 원하는 배틀그라운드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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