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도 마음을 열었다? 글로벌 '大 한글화 시대' 시작
최근 게이머들의 웃음과 탄식을 동시에 불러올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바로 그 동안 한글로 만나지 못했던 대작들의 한글화 발표가 연이어 들려오고 있는 것. 때문에 이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점점 얇아지는 지갑을 걱정해야 하는 볼멘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타이틀도 화려하다. 서부극의 진수를 보여줬으나 한글 미지원으로 아쉬움을 샀던 '레드데드 리뎀션'의 후속작 '레드데드 리뎀션2'가 한글화 대열에 합류했으며, 마블 스파이더맨과 최대 기대작 '사이버펑크 2077'의 한글화 소식이 전해진 상태다.
한글화는 게이머들에게 타이틀의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과거 2010년 초반만 하더라도 “한글화까지 해주시면 감사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글 타이틀의 가뭄이 극심했으나,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IEK)의 적극적인 한글화 정책을 시작으로 대작들의 잇따른 한글화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한글화를 하지 않으면 판매량에 큰 차이가 발생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거대 프렌차이즈를 지닌 게임사들이 한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중 유비소프트는 한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담은 한글화를 전 타이틀에 걸쳐 진행함으로써 '유황숙'이라는 칭호를 얻었을 정도였다.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바로 '노맨즈 스카이'의 전면 한글화 발표다. 지난 2016년 8월 영국의 인디 게임 개발사 헬로게임즈가 발매한 노멘즈 스카이는 거대한 은하계에서 1800경 개에 달하는 방대한 행성을 탐험하는 재미와 우주에서 펼쳐지는 전투 등 거대한 우주의 스케일을 담아낸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며, 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21만 명을 기록하는 등 초반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스케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콘텐츠, 단순 반복이 전부인 게임 방식 등으로 엄청난 비난과 대규모 환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개발사가 처음에 공개한 영상과 전혀 다른 게임성을 지적하다 계속된 말 바꾸기로 일관해 한때 영국에서 과대 광고로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헬로게임즈는 단순 과장 광고나 하는 먹튀 회사로 남은 것이 아닌 꾸준한 패치를 통해 콘텐츠를 추가함으로써 자신들이 처음 소개한 게임의 모습으로 만들어 나갔고, 이번에 진행된 '1.5 NEXT' 패치에서는 멀티플레이 지원 및 재료, 건물 제작 제한, 커스터마이징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번 패치와 함께 Xbox One으로 게임이 출시된 것은 물론, 텍스트는 물론, 음성 한글화까지 지원한 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콘솔 한글화를 이끌고 있는 SIEK에 비교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는 비판까지 받았던 닌텐도 역시 한글화 타이틀의 잇따른 발표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닌텐도의 새로운 게임기 스위치의 늦은 발매와 부실한 한글화 타이틀 그리고 온라인 샵의 부실한 콘텐츠 등 닌텐도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닌텐도는 스위치의 국내 정식 발매와 함께 출시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마리오 오딧세이' 등의 런칭 타이틀의 한글화가 이어져 이러한 불만이 조금 사그러들었다.
아울러 닌텐도의 캐릭터들이 모두 참전하는 스매시브라더스의 신작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대표적인 파티 게임인 '마리오 파티'의 최신작 '슈퍼 마리오 파티'가 오는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파이어렘블렘 시리즈의 신작 '풍화설월'이 예상을 깨고 2019년 한글화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도 최근 잇따른 한글화로 다시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EA는 한국 지사인 EA 코리아를 통해 '심시티', '심즈'와 같은 전통의 인기 타이틀부터 '쉐도우오브 모르도르', '니드포스피드' 등 인기 게임의 한글화를 적극 지원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 EA의 내부 통폐합으로 인해 아시아 패키지 권한이 EA 싱가폴로 집중된 이후 피파 시리즈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국내 게이머들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는 EA의 잇따른 스튜디오 폐업으로 추억의 타이틀이 대거 사라지기 시작하며, EA에 반감이 높아지자 여론이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배틀필드5의 공식 한글화가 전해지는 것은 물론, 추가 타이틀에 대한 한글화 계획도 전해지며 이러한 EA의 악평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와 더불어 한글 미지원 일색으로 비난을 받는 회사도 존재한다. 바로 앨더스크롤, 폴아웃 등의 게임을 개발한 베데스다가 그곳이다. 베데스다는 폴아웃의 최신작 폴아웃4의 국내 예약구매 표지에 중국어가 표기된 상태의 이미지가 나타나 공분을 샀으며, 대부분의 타이틀의 한글 미지원으로 인지도를 잃기도 했다.
현재 한글이 지원되는 베데스다의 타이틀은 유저 한글화인 경우이며, 이번 E3 2018에서 공개된 '폴아웃 76' 마저 9개 국어를 지원하지만, 이중 한국어가 빠져 있는 등 여전한 행보에 게이머들의 시산이 더욱 차가워지고 있는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뛰어난 다수의 한글 타이틀로 대중의 인심을 얻은 유비소프트를 비롯해 SIEK, 반다이남코엔터 등의 개발사들이 적극적인 한글화를 이끌면서 이제 한글화는 타이틀 구매의 척도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게이머들이 한글 타이틀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상황에서 앞으로 게임사들의 한글화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