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스트아크, 직접 느껴본 천억 원의 세상
'첫사랑과도 같은 게임'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권혁빈 의장이 '로스트아크' 런칭 발표회 때 한 말이다. 게이머들에게 첫사랑처럼 다가오는 게임이자 평생 아련한 기억이 남는 게임이 되겠다는 뜻으로, '로스트아크'가 내부에서 어떤 방침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로스트아크'가 지난 11월 7일에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7년간 1천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초대형 프로젝트이자 '아이온', '블레이드&소울'에 이은 트리플A급 PC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로스트아크'. 이 게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일까.
['로스트아크'를 접하는 첫 느낌은?]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RPG(대표 지원길)는 '로스트아크'의 장르를 핵앤슬래시 MMORPG로 표기하고 있다. 화려한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는 뜻으로, 개발사의 전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로스트아크'는 플레이 초반부터 화려한 액션이 마구 뿜어져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게이머들은 '워리어', '파이터', '헌터', '매지션' 등 4가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어느 직업을 선택하든지 플레이 초반부터 화려한 이펙트를 가진 공격을 거의 제한없이 쓸 수 있다.
전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이펙트와 타격감은 상당히 준수한 수준이며 마우스로 이동하고 키보드 Q부터 F까지 할당하여 기술을 쓰는 조작 체계 또한 나쁘지 않았다.
전투 자체만 보자면 전문 콘솔 게임기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를 좋아했던 게이머들.. 특히 '디아블로3'를 재밌게 했던 게이머라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디아블로' 시리즈가 그리워서 이 게임에 들어온 30~40대 게이머들을 많이 보았다)
다만 직업 별 튜토리얼이 상당히 길었고, 템포가 빠른 편이 아니어서 의외로 플레이 초반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튜토리얼은 많은 스토리를 품고 있었지만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고, 그래픽은 4년 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의 퀄리티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냈으나 최근의 여러 그래픽 좋은 게임들에 비해 임팩트가 커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래픽카드 GTX660 정도로도 게임이 쾌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상당한 수준의 최적화 작업이 진행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스토리에 맞춰 이어지는 카메라 연출 역시 만족스러웠다. 한 편의 시네마틱 무비를 보는 듯한 연출이 중간중간 이어졌고 사운드도 연출 씬과 어울려 영화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마디로 '로스트아크'는 초반에 살짝 지루한 것을 제외하면 비주얼, 사운드, 스토리, 전투감각, 편의성 등 많은 분야에서 합격점을 줄만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로스트아크'는 할 것이 무지하게 많은 게임이다. 당장 튜토리얼을 끝내고 나면 캐릭터가 레벨 10을 넘게 되고, 캐릭터가 3개의 상위 직업 중 하나로 전직하게 된다. '워리어'는 디스트로이어, 워로드, 버서커로, 파이터는 배틀마스터, 인파이터, 기공사로, '헌터'는 데빌헌터, 블래스터, 호크아이로, 마지막으로 '매지션'은 바드, 서머너, 아르카나로 전직하게 되는 것이다.
적의 공격을 최전방에서 막아내는 탱커나 스탠스를 변경하며 공격을 펼치는 클래스, 공격과 동시에 아군의 치료도 맡는 클래스 등 다양한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미리 플레이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에서 자신의 취향껏 괜찮은 캐릭터를 선택하면 되는데, 자세한 선택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보자.
미모 만큼 화려한 움직임. 후방을 지배하는 마법사 계열 : http://game.donga.com/90473/
강력한 한방과 든든한 방패. 남자의 선택 전사 계열 : http://game.donga.com/90474/
내 사전에는 돌진만 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무도가 계열 : http://game.donga.com/90475/
땀내 나는 근접전은 사양한다. 스타일리쉬 총기 액션 헌터 : http://game.donga.com/90476/
또 하나 '로스트아크'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레벨을 올릴수록 할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사냥이나 파티 플레이는 무한할 만큼 많고, 이외에도 거대한 몬스터에 도전하는 가디언 레이드, 이보다 더욱 강력한 에픽 레이드 등 전투에 특화된 콘텐츠들이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다.
전투에 특화된 게이머들은 이런 레이드 외에도 PvP 콘텐츠인 '콜로세움'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음은 물론, 전 서버 매칭을 통해 진정한 PvP 최강자를 가릴 수 있을 예정이다(현재 레벨이 안되어서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CBT를 통해 이런 콘텐츠가 존재함을 안다)
만약 자신이 전투광이 아니라면 스토리를 따라 순조롭게 레벨을 올려서 24 레벨을 넘긴 후 채광이나 낚시 등의 부가 콘텐츠 쪽으로 빠져도 좋다. '로스트아크'에는 모험의서라고 해서 숨겨진 요소들을 수집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인장이나 스킬포인트 등 쏠쏠한 보상들이 주어진다.(스타팅 포인트인 레온하트에만도 9개의 모코코 씨앗이 숨겨져 있는데 이를 까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처럼 다양한 수집 쪽으로 게이머 취향 껏 빠질 수 있으며, 호감도 시스템, 선원 시스템, 고고학 등 '로스트아크'의 광활한 콘텐츠가 주는 독특한 재미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야말로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즐길거리가 늘어난다.
그리고 아직 서비스 초반이라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전투와 수집 후 즐긴 후에는 다양한 섬들을 탐험하며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항해 시스템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스마일게이트에서는 3차 CBT에 선보였던 콘텐츠들 외에도 1년에 한 번 초대형 업데이트와 2~3개월간의 중급 업데이트를 꾸준히 내놓는다고 밝힌 바 있어 적어도 콘텐츠 부족 현상은 당분간 '로스트아크'에서 찾아볼 수 없을 거라 생각된다.
[1천억 원의 개발비는 헛되지 않았다]
7년의 개발, 1천억 원의 개발비. '로스트아크'는 국내 게임으로는 최대급의 인원과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이다. 스크린샷만 슬쩍 본다면 모바일 게임같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고 또 '500억 원이면 충분하겠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개발비가 투입되었음을 짐작할만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일단 타 MMORPG를 압도하는 시네마틱 던전은 '로스트아크'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시네마틱 던전은 말 그대로 영화와 같은 연출을 가진 던전을 뜻하는데, 2차 CBT때 선보였던 '왕의 무덤'이나 이번 정식 서비스의 첫 시네마틱 던전인 '영광의 벽' 등이 그에 속한다.
이런 시네마틱 던전은 영화 속의 한 장면과도 같은 연출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로스트아크'에 대한 호감도를 극대화시켜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레벨 20대 중반까지 지루하다는 평가를 내렸던 게이머들도 '영광의 벽' 플레이 이후에 호감도가 극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중이다.
아름다운 배경 그래픽을 유지하면서도 광활한 지역을 묘사했다는 점도 상당한 개발비가 투여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배경 그래픽은 다소 선명하지 못하고 뿌연 느낌을 줘 아쉽지만, 주인공 캐릭터의 몸에 반응하는 풀들과 풀 육성 보이스들, 그리고 해외의 유명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각 상황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사운드는 기본기가 탄탄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경 그래픽과 사운드가 기본 대륙에 이어 바다와 다양한 섬들까지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그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보스들과 몹들, 캐릭터들, 음성 등 이러한 세계가 고퀄리티로 끊임없이 묘사된 것은 스마일게이트의 자금력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외에 각 캐릭터의 밸런스나 편의성 개선 부분에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캐릭터의 전투력 밸런스는 3차 CBT를 진행하는 동안 확연히 나아져서, 약간의 효용성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캐릭터가 특별하게 뛰어나다고 할만큼 두드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또 편의성면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는데, 캐릭터 전직 시 게이머가 직접 각 직업을 플레이하면서 고를 수 있게 한 점이나,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의 동선이 유사한 점, 쉽게 위치보기를 통해 어디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점 등 세세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눈에 띄었고, 아직 스토리 초반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투 노가다를 과하게 시키지 않는 점도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합격점을 받는 초반, 하지만 결국은 과금과 운영]
'로스트아크'는 다양한 콘텐츠와 즐길거리, 그리고 안정적인 서비스로 초반에 합격점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아이온'과 '블레이드&소울' 이후 할만한 PC MMORPG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긴 했지만, '블레스'나 '검은사막' 등의 게임들이 줄줄이 침몰한 것과 대비하여 '로스트아크'는 출시와 동시에 PC방 점유율 순위 14%로 3위에 입성하는 등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에 우려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게임에 대한 진입 문제가 심각하다. 게이머들은 '로스트아크' 서비스 첫날부터 5일째까지 저녁 시간에는 30분~2시간 정도를 대기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대기행렬이 많게는 3만 명, 적게는 3천 명에 이르렀는데, 이처럼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 기다림에 지쳐 게이머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이를 위해 스마일게이트에서 해외 VPN을 막았다고는 했지만.. 아직 다른 게임처럼 쾌적한 건 아니다)
그 외에 마을 등에서 계속 주민들 곁을 지나갈 때 마다 음성으로 말이 들리는 것도 은근히 거슬리는 부분이고, 돈을 구하기 어려운 게임인 만큼 굳이 워프 포인트에서 비용을 받아야 했나 싶은 아쉬움도 있다. 캐릭터 이동이 다소 느린 점(탈 것을 타도 느리다)이나 초반 플레이의 성장이 늦는 점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과금 이슈는 스마일게이트RPG를 고민짓게 할 대표적인 요소로 지목된다. '로스트아크'의 과금은 서비스 초반부터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이런 패키지 상품들이 그렇게 과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많이 구설수에 올랐다. 때문에 스마일게이트로는 향후에 '로스트아크'에 어떤 과금 형태를 제시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 생각된다.(과금을 올리자니 헬조선 게임 소리를 들을 것 같고 안하자니 돈을 못 벌 것 같고..)
또한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게임 내에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재화에 대한 흐름이나 각 무기의 희소성 등을 포함한 전투 밸런스 등이 감이 오지 않는다.
몇 년만에 나온 대작 PC MMORPG인 만큼 10년~20년 서비스를 하게 되길 바라는데, 그럴려면 결국 게임안에서 경제와 전투가 에코시스템처럼 돌고 돌아야 하며 게이머들 또한 게임 내에서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너무 초반이고 또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다보니 이 부분들이 어떻게 정립되어 갈지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다. 약간은 걱정이 된다.
여하튼, '로스트아크'는 2018년 11월에 국내 PC게임업계에 또 하나의 큰 점을 찍었고, 이제는 앞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1천억 원이라는 개발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국내 PC게임 시장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얘기가 나올만큼 '로스트아크'의 성공 여부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모쪼록 스마일게이트RPG가 운영을 잘 해서, 초반의 기세등등함을 계속 이어나가고 향후 몇 년 뒤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또 해외에서도 대박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