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관 의원 “게임은 시작일 뿐 문화 콘텐츠 전반에 '질병' 낙인찍힐 것”
"게임은 정말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일까? 아니면, 게임에 대한 선입견일까?"
최근 많은 논란이 되는 게임장애 질병코드에 대한 문제점 진단과 해결책을 각계 각층의 전문들이 함께 논의하는 토론회가 금일(3일) 서울 '인터넷기업협회 &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하고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박승범 과장, 스포츠서울 김진욱 기자 등이 참석해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사태에 대한 문제점 진단 및 해결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이번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의 이장주 소장은 WHO에서 게임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슈를 질병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후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원격 의료도 반대하고, 수술실 CCTV도 반대하는 보건 의료계가 주장하는 게임중독 논의는 신 러다이트 운동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을 하지 않고, 공부를 더 하느냐 일을 더 하느냐가 중독 치료의 기준이라는 것이 답답함을 느낀다는 이장주 소장은 "WHO의 ICD- 11이 발표된 이후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을 보면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타 국가와 다른 것이 파악되며, 이 문제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게임사인 웹젠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지금은 게임이 중독 물질로 지정됐지만, 이후에는 콘텐츠 전반에 대한 중독 문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의료계가 만든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문화 콘텐츠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관 의원은 이번 ICD-11의 게임장애 질병 코드는 내부에서 논의를 시작한지 5년만에 등재가 되었고, 이렇게 빠르게 등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며, 이미 의료계가 질병으로 지정하고 의료적으로 다룰 것을 밝힌 이상 정상적인 토론이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 몸담았던 게임 업계인으로서의 발언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가 게임으로 끝날 문제는 절대 아니며, 가장 약한 고리인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된 이상 이제 스마트폰,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질병 분류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의료계가 게임을 질병으로 구분하며, 자신들의 관리 아래로 두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상황에서 많은 콘텐츠들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며, 이에 문화 콘텐츠에 종사하는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서울의 김진욱 기자는 게임의 질병 문제는 게임업계를 넘어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내 e스포츠 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욱 기자는 게임은 이미 나쁜 것이라고 낙인을 찍어 놓고, 그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 문제이며, 한번 낙인이 찍히면 그것을 넘어서기 힘든 '낙인 효과'처럼, "이러한 낙인이 찍힐 때까지 업계는 무엇을 해왔는가?"도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지금은 달라졌지만, 과거 게임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부모세대는 단순히 게임을 학습의 대척관계로 봤으며, 이는 학생들과의 갈등은 물론, 가정의 불화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고, 이 악순환의 고리가 게임을 공격하는 중요 포인트로 자리잡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현재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는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올림픽 종목까지 추진되는 상황이지만, 게임이 중독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의 정의준 교수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생기면 기성세대는 청소년이나 여성을 매게 삼아 이를 통제하려 하며, 게임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하는 이상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장 만연하게 조사된 중독 요소는 음식, 쇼핑, 일 중독 등인데, 유독 게임만 때어내 질병이라는 것을 덧붙인 이번 WHO의 ICD- 11의 이슈에 대해 의학 내부에서도 반론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게임 중독 연구를 한 결과 게임이용시간 보다 중요한 것이 자기 통제력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부모의 간섭과 학업 스트레스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게임 중독 논란은 입시 스트레스가 유난히 심한 한국과 중국에서 유독 심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의학계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를 하겠다 하는데, 공통적으로 측정할 기준도 없이 무엇이 중독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는지 이것 또한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학생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방어를 위해 또다른 중독 요소를 찾을 것이고 게임을 시작으로 문화 콘텐츠를 규제하고 규제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중독 요소가 넘쳐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사무총장은 이번 사안은 전형적으로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학습이나 효율성의 대척점에 놓고, 마녀 사냥식의 프레임을 씌우면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콘텐츠 전체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게임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확산이 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학적으로 하나의 병은 어떤 기준을 넘어서면 갑자기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분명 징조와 병의 진행 단계가 있는데, 정신의학계도 게임중독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 이번 이번 ICD-11 역시 WHO의 권고 사항이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며, 앞으로 문화 콘텐츠 전반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