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중계로 돌아오다, 축구 게임의 전설 PES2020 ‘명불허전’

리뷰 전에, 필자는 ‘위닝일레븐’ 시리즈에 대해 애틋한 기억이 있다. PS2가 국내에서 정식발매되고 한참 인기가 있을 때 여느 스포츠 게임 매니아들처럼 '위닝일레븐'에 빠졌고 플스방을 전전하며 축구의 열기에 온 몸을 맡겼던 시절이 있었음을 먼저 고백한다.

당시의 '위닝일레븐'에 대한 열기는 전성기 시절의 '스타크래프트'에 못지 않았다. CRT TV마다 '위닝'으로 인한 번인이 생길 정도였고 게임 좀 한다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위닝'이 아니면 대화가 안될 정도였으니까.

다만, 그런 '위닝일레븐'를 즐기던 것은 PS2때로 한정되고,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PS3 시절의 '위닝일레븐'은 아쉽게도 그냥 넘기고 말았다. 때문에 '위닝일레븐’의 추억은 2007이나 2008 버전이 끝이다.

그러던 필자가 '위닝'의 후속인 'PES'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코나미의 국내 전속 협력 회사라 할수 있는 유니아나를 다시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2001년도에 처음 가보고 십수년 만에 다시 찾아간 유니아나는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지만, 새로 만나본 ‘PES2020’ 만큼은 압도적인 모습으로 변모해있었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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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그래픽 퀄리티와 동작, 그 자체의 아름다움]

필자에게 있어서 PS2에서 PS4로 수직 점프한 'PES2020'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물론 이전부터 아예 즐기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리뷰를 위해 집중해서 자세하게 바라본 'PES2020'의 모습은 경이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발전되어 있었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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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래픽적인 섬세함은 언뜻 보면 실제 축구 경기와 착각하게 만들 수준이다. 최신 게임을 즐겨오면서 그래픽적 발전을 체감해온 입장이지만 실제 유명 축구 선수의 디테일과 달리는 동작들,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동작들은 이미 게임이라는 수준을 벗어나 새로운 가상 세계의 축구로 완성되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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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가 어떻게 부딪혔는가, 그리고 왼발 오른발의 경우에 따라 어떻게 넘어지는가, 그리고 그런 동작을 더 보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태클을 걸어보았는데도 물리엔진의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상황과 동작이 일어나는 부분은 코나미가 20년 가까이 이 게임을 어떤 노력을 들여 발전시켰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특히 80인치 TV에서 틀어본 넓은 잔디밭에서의 ‘PES2020’은 실제 축구경기와 다름없는 박진감을 안겨주면서 과거 ‘위닝일레븐’에 청춘을 할애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것은 상당히 기분좋은 체험이었다.

[골의 감각은 더욱 섬세하게, 체험판과는 다르다]

본격적인 플레이로 돌입해보았다. 아날로그 스틱이 익숙하지 않아 십자키로 바꾸고, 자동 견제와 적절한 태클,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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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쯤 전에 코나미에서 ‘PES2020’의 체험판을 배포해서 플레이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정식판에서눈에 띄게 플레이 감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당히 차도 쏙쏙 들어가던 체험판 때와 달리 센터링이나 골에 있어서 훨씬 ‘골을 넣기’ 힘들어지도록 밸런스가 변해있었던 것이다.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했더니, 자세에 따른 불정확성이 늘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체험판에서는 무작정 패스를 주고받다가 적당히 차도 골을 넣을 수 있었던 반면 정식판에서는 얼마나 몸 동작을 안정적이게 한 상태에서 골을 차느냐가 중요한 듯 했다. 센터링도 마찬가지, 체험판 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차 올려야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갔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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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느낌은 흡사 ‘버추어 테니스’에서 미리 자세를 잡고 있다가 강 스파이크를 넣을 수 있는 시스템과 흡사한 부분으로, 더욱 진영과 패스로 인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강하게 요구되도록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상대 수비를 여유있게 따돌려서 1대1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고, 다만 중거리 공격도 골 확률이 높아져서 최소 2가지 전략을 다 갖춰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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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팀 별 선수들의 능력치는 꽤 차이가 났다. 바르셀로나 같은 최강팀을 고르는 경우 약체 팀을 골랐을 때 보다 압도적으로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강팀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아쉬운 점은 프랑스 팀의 음바페의 경우 올림픽에서 보여줬을 정도로 압도적인 각력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까지 압도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한글 중계, 게임에 새로운 감각을 입히다]

단언하지만, 한글 중계는 ‘신의 한수’라고 말할 만큼 압도적인 현장감을 주었다. 그동안 ‘위닝일레븐’이든 ‘PES’든 한글화를 했더라도 결국 해외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해설위원들의 생생한 중계와 함께 그러한 기분은 싹 날아갔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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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축구 중계를 보는 듯한 임장감이 느껴질만큼, 익숙한 중계진의 해설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고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더욱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친구들이 즐기는 게임을 구경하는 입장에서도 더욱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한국 중계진의 도입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일본 판의 중계진과 비교해볼 때 중계의 빈도는 다소 썰렁한 감이 없지 않았다. 오래전 시리즈부터 축구 중계를 지원했던 ‘PES’ 시리즈인데, 일본판이나 영문판에 비해 한글 데이터가 부족했던 탓인지 중계가 경우의 수도 적었고 띄엄띄엄 진행되었던 것.

코나미와 유니아나가 이번 중계를 시작으로 한글 음성 데이터를 쌓아서 해외 버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중계를 완성한다면 'PES' 시리즈의 매니아들을 더욱 흥분케하고 또 호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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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직은 중계진이 너무 흥분하거나 긴장한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일부 있었다. 이런 부분도 내년에는 더욱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다양한 모드.. 한 번 구입하면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

얼마전 필자는 용산의 한 콘솔게임 총판을 들러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해 취재한 바 있는데,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PS2시절부터 PS3, 현재인 PS4 시대까지 여전히 가장 판매량이 높은 게임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피파’에 ‘위닝’이 밀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취재 결과였다.

하지만 'PES2020'을 리뷰차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나 잘 팔릴만했다는 것이었다. 경기에 대한 더 세밀해진 전략, 선수들의 능력치를 고민하면서 위치를 배치하고 자신의 컨트롤 능력과 슈팅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런 것들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을 긴 여정이면서도 게이머들에게 깊은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단히 오래 즐길 수 있고 또 깊게 즐길 수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대결까지 감안하면 패키지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효율성 좋은' 콘텐츠인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p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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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 이번 'PES2020'에서 개선된 마스터리그는 축구 경기 외에 감독의 입장에서도 많은 부분 발전된 모습을 보였고, 경기 외적인 요소에서도 충분히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풋볼매니저'와 같은 매니징 요소에 드라마적 요소까지 결합되어 더욱 호감도를 끌어올린 부부니 아닌가 생각한다.

3-4일 정도의 짧은 플레이로 'PES2020'을 다 다루진 못했지만, 리뷰를 시작으로 필자도 다시 'PES2020'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적어도 남들에게 '못한다'는 소리는 안들을 정도로 열심히 플레이해볼 생각이다. 그만큼 'PES2020'은 첫인상이 좋았고 호감도가 높았다.

하아, '와우 클래식'과 '리니지2M' 등 RPG 플레이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PES2020'까지 나타나니.. 당분간 잠은 다 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있을까. 입에 알보칠을 발라가면서도 열심히 이들 게임을 즐기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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