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막히고 중국 게임은 한국서 종횡무진..'대책은 없나'

"사드 사태 이후로 판호가 막히고 중국 시장이 뚫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죠.. 안타깝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 12월18일에 있었던 '건강한 게임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현장에서,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이 한 말이다. 한국 게임학회의 한 관계자 또한 지난해에 수 차례 국내 외교부에 중국 시장 개방 관련 요청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국기 사진
중국 국기 사진

이처럼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하지 않아 한국 게임의 신규 서비스를 원천봉쇄한지 만 3년이 넘어가면서 게임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은 중국 게임에 잠식당하고 있는데, 국산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은 요원한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국내 게임사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중국의 국내 시장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를 통해 2019년에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16억5737만 달러(약 2조 원)를 벌어들였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구글플레이마켓 기준으로 매출 순위를 보면 상위 50위권 내에 중국 게임이 1/3 이상 포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 10위권 내에 '라이즈오브킹덤', '기적의 검'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50위권 내로 넓혀보면 '샤이닝라이트', '랑그릿사', '뇌명천하', '클래시오브클랜', '브롤스타즈', '라플라스M' 등 기라성같은 게임들이 뒤를 이으며 10여 개가 국내 시장을 접수한 상태다.

반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대(對)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지역 수출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18년 46.5%으로 14%포인트 떨어졌다. 또 매출 수출액도 2017년 35억8340만달러(약 4조1470억 원)에서 2018년 32억1384만달러(약 3조7193억 원)로 4277만달러(약 495억 원) 감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무역 틀어막기 방식의 '불공정 행보'가 효과를 보고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정부의 움직임이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한국게임학회 등에서 지난해 내내 지속적으로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12월23일 한중정삼회담에서도 끝내 판호 발급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측에서도 관련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은 계속 요원한 상태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 국산 게임은 '중국산 게임의 베끼기'에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참신한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내도 중국 측에서 자국 시장을 틀어막고 중국 게임사가 베낀 게임을 중국 내에 유통시키는 전략을 내고 있는 것.

실제로 한국에서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등을 베낀 형태의 게임이 중국에만 10 여종 넘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며, 한국의 게임 일러스트를 차용한 게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내의 한 문화 콘텐츠 전문가는 "한국의 유명한 TV 포맷 등을 비롯해 게임도 중국 베끼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한국 게임 규제는 앞장서면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중국 시장 개방은 모른척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의 2중성을 지적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한편, 이같은 중국의 판호 봉쇄가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봉쇄 정책에 의해 중국 게임이 눈부신 발전을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우수한 해외 게임들이 다년간 들어오지 않다보니 기술적, 기획적, 디자인 적 모든 부분에서 발전의 한계점에 왔다는 분석이다. 원천 기술의 발전 없이 수많은 베끼기 게임의 양산이 오히려 중국 게임의 시장 경쟁력을 정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같은 경우 메이저 개발사들이 자체 엔진을 개량하거나 혹은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을 극도로 개량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가는 것과는 대비되는 형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도 '판호' 개방을 통해 우수한 한국 게임을 자국 시장에 들여보내 시장에 자극을 주고 한 단계 더 자국 게임사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장원 동명대학교 디지털공학부 교수는 "2-3년전만해도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을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검은사막 모바일'이나 '리니지2M' 등을 보여줬을때 중국 게임사들이 놀라워하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도 중국 게임사들의 시장 경쟁력을 전체적으로 높이려면 시장을 개방해 신문물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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